고마워, 웃게 해줘서
올해 가장 큰 감동을 kbs 1TV 성탄특집극 <고마워, 웃게 해줘서>에서 받았다. 드라마가 모처럼 시청자들에게 큰 선물을 줬다. 시청 소감을 보니 감동 일색이다. 그리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이 드라마가 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더군다나 인생공부를 하게까지 했을까?
그것은 이 드라마는 픽션이 아니라 모두가 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내용뿐만이 아니라 배우도 연기가 아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드라마의 감동은 배가 됐다.
<고마워, 웃게 해줘서>의 스토리는 오토바이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인기 듀오 클론의 강원래 씨가 장애인공연단 ‘꿍따리유랑단’을 만들어서 어린 나이에 순간의 실수로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소년원에 찾아가서 공연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드라마는 오세준과 김지혜 라는 남녀주인공을 설정했다. 오세준은 가수 활동을 하다가 연축성발성장애로 가수를 포기한 후 방황하는 캐릭터로, 5살 때 경운기에서 떨어져 하반신마비 장애를 갖게 된 김지혜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하지만 사회 인식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 역시 실화이다.
가수의 꿈과 배우의 꿈을 장애인 공연단을 통해 실현하고 그들의 공연을 본 소년원 청소년들이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기본 틀인데 이 또한 실제 상황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고마워, 웃게 해줘서>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연기를 처음 해보는 장애인 배우라서 연기 자체는 어설퍼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낯섬이 오히려 드라마의 가치를 높여주었다. 장애인드라마는 화려하지도 않고 사람들의 주목도 받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도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후 10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kbs 김영진 피디와의 인연으로 선뜻 출연해준 중견 탤러트 송재호, 정애리, 손현주, 권해효도 드라마를 품격 있게 만들어주었다.
<고마워, 웃게 해줘서>는 국내 최초의 장애인 드라마이다. 연출자, 남녀 주인공을 비롯해서 9명의 장애인이 등장해 장애인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고마워, 웃게 해줘서>가 추구하는 것은 리얼리티이다. 드라마 스토리도 배우도 가짜가 아닌 진짜이다. 그래서 성탄절 늦은 밤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장애인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방영될까? 장애인 배우를 드라마에서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되는 것은 <고마워, 웃게 해줘서>의 진가를 방송사에서는 시청률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아직은 장애인 드라마를 열렬히 감상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
하지만 <고마워, 웃게 해줘서>는 장애인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980년대에는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에 청각장애인 배우 말리 매트린이 출연해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1990년대에는 영화 <제8요일>에 다운증후군 배우 파스칼 뒤켄이 열연해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장애인배우를 통해 장애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강원래 씨는 영화나 드라마에 장애인 배우 출연 쿼터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작은 역할에 장애인 배우를 출연시켜서 재능 있는 장애인 배우에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장애인도 배우로 성공할 수 있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고마워, 웃게 해줘서>가 시청자들을 울다가 웃게 했다.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장애인의 아픔이 사람을 울게 했고 그런 고통 속에서 행복을 찾은 것을 보고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에 사람을 웃게 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고마운 정말 착한 드라마이다.
시청소감에 있던 이런 촌평이 떠오른다. 그동안 공영방송에 불만이 많았는데 <고마워, 웃게 해줘서>를 보며 공영방송이 큰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동감이다. kbs는 공영방송이기에 이런 착한 드라마를 제작해서 방영할 의무가 있다. kbs에서 가장 먼저 장애인 배우 출연 쿼터제를 선언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새해엔 <고마워, 웃게 해줘서>가 장애인에게 건내는 새로운 인사법이 되길 기대한다.
*이 글은 사단법인 장애인문화진흥회 회장이자 방송작가인 방귀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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