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fallen leaves)과 가을소풍

그 마지막 여행때 - 다시 시작하는 여행기

2003-09-21     이계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언덕에서

매미는 심하게 울었다.

일생에 단 한 번 운다는 매미는

100년만에 찾아와 거세게 울었다.

매미가 울자 온 땅이 울었다.

우리가 울고 싶을 때

우리가 울고 있을 때

그 때 우리는 천사의 손길을 찾는다

외롭고 괴로울 때

나를 찾아주는 따뜻한 동무를 만난다.

그러나 울고 싶어도

울고 있어도

아무도 만나지 못하면

.....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내 일생에 있어서 마지막 소풍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소풍과 수학여행

나는 초등학교 소풍을 계기로 소풍이란 단어와는 절연(絶緣)하였다.

가을 깊어갈 때 즈음이면

항상 학생들을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간다.

초등학교 2학년때 까지 어머니와 함께 창경원으로

소풍을 간 이후

나는 나 혼자의 힘으로 초등학교 마지막 소풍을 가려고 하였다.

멜빵을 메고 나는 학교로 갔다.

그리고 마당에 줄지어 서있는 대형차량 옆으로 갔다.

6학년 2반. 낯익은 단어였다.

그 때 선생님은 나에게 말했다.

"너도 가니"

충격이었다.

하긴 봄에도 안갔으니 ...

그러나 충격이었다.

송도로 떠났던 그 가을의 소풍은 우울 그 자체였다.

손목에 차고 갔던 아버지 시계도 뻘에서 잃어버리고

김밥은 왜이리 꼬들꼬들한지.

떨어진 낙엽처럼 나의 소풍기는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바람이 휘몰던 어느 날 그 어느날 밤에

떨어진 낙엽처럼 나는 태어났다네.."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의 노래는

바로 나의 노래가 되었다.

한번 떨어진 낙엽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흐느적 거리를 뿐

다시 나무에 붙는 법은 없다.

아마 내년 봄이면

부활하겠지.

새싹으로....

나는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이미 목발에 의지한 채

9개국을 돌아다녔다.

아직도 가야할 강토가 너무도 많다.

목발로 가다가 지치면

휠체어에 의지하여 가고

그것도 지치면

업혀가야지.

인생은 여행이다.

늘 떠난다.

미지의 세계로.

그리고 그 세계 안에

나는 안긴다.

그리고 또 그 품을 떠난다.

영원히 안길 세계를 향하여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