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보내기

2003-09-12     방귀희

엄마 차례 때 왔었어?

올캐언니가 정말 정성껏 준비하는 걸 보고 감동했어

엄마 하고 언니도 어쩔 수 없는 고부간 이였는데 말야

그동안 엄마가 기회를 안줬기 때문에 잘 못하는 것 처럼 보였던 거야

엄마도 그 점은 반성해야 해

엄마는 그저 못미더워서 그냥 놔두라고만 했잖아

잘 하던 못하던 기회를 줘야 한다구

오빠하고 올캐 언니가 연휴 기간 내내 보초 서고 있는데

싫은 내색 안해

불편할텐데

오빠는 낮에는 운동 간다고 휙 나가버린다

아무튼 남자들은 소용 없다니까

토란국 보니까 아버지 생각 나더라

아버지 토란국 무척 좋아하셨잖아

토란 사다가 집에서 다듬느라고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어 손목까지 뻘게 졌었는데

근데 백화점에서 산 토란 이라서 크고 보드랍더라

그래서 맛있게 먹었어

아버지 계실 때 백화점 토란 한번 사드릴껄 하고 후회했지

송편 보니까 엄마 생각 많이 나더라

엄마 송편 정말 캡이였는데

엄마 랑 송편 빚던 그절로 돌아갈 순 없을까

난 한손으로 빚여도 언니들보다 예쁘게 빚는다고 칭찬을 했었는데

그러면서 엄마가 꼭 하던 말이 있지

-몸만 성했으면 살림꾼 이였을텐데-

올해는 송편 샀는데

내년에는 집에서 빚여야겠어

엄마 송편 하고 똑같이 빚어볼려구

비가 오네 또

가뜩이나 쓸쓸한 기분인데 비까지

엄마 없는 명절은 명절이 아니라

제사날일 뿐이야

빨리 연휴가 끝나고 일을 해야지

엄마도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