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2003-08-01     방귀희

앗, 12시가 넘었네

7월 넘기기 전에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7월은 정말 바빴어

마치 파도 위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기분 이였다니까

내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거야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파도에 휘말려

실종될 상황이라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수 없었어

저녁 회식도 거의 못했어

술 이라도 한잔 마시고 들어왔다가는

다음 날이 엉망이 될텐데

생방송 핑계로 집에 일찍 들어왔는데

집에 있으니까

먹고 싶은 것만 떠오르는 거야

김치 송송 썰어 넣은 부침개도 먹고 싶고

감자 수제비도 먹고싶고

맑은 장국에 말은 국수도 먹고 싶고

멸치 간장에 상추 쌈도 먹고 싶고

그래서 포장마차에서 국수도 사먹어보고

솟대 사무실에서 수제비를 시켜 먹어보았지만

맛이 없는 거야

그 모든게 다 엄마 손맛이 들어가야 맛이 난다는 것을 알았어

이제 그런 맛있는 엄마 요리는 먹을 수 없는 거더라구

엄마는 참 약았어

이렇게 아쉬운 거리를 잔뜩 만들어놓고

홀랑 가버리구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이 그러더래

할머니 계실 때는 맛있는 거 많이 얻어먹었다구

아저씨들도 엄마 요리 생각이 나나봐

슈퍼에서 과자만 잔뜩 사왔다

포테이토칩, 크래커, 땅콩샌드...

이런 과자를 먹고

파도타기를 할 힘이 생길지 몰라

8월의 파도는 세지 않았으면 좋겠어

계속 몰아붙이면

지치거든

8월엔 파도타기를 즐길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