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벨라루스가 패럴림픽에 나간다더니
2025. 11. 9.
“장애인스포츠”
장애인스포츠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문1) 지구촌 곳곳의 전쟁이 이제 진정세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공식적인 휴전을 선언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미국이 중재에 들어갔습니다. 전쟁은 가장 큰 스포츠 축제에도 영향을 미쳤지요 ?
- 2022년 러시아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 직후 열린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에 러시아와 러시아 동조국 벨라루스가 참가 자격을 박탈 당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그 이전에 소치 대회에서 선수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약물 도핑 혐의로 제제를 받아 중립국(국가패럴림픽위원회)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해오던 상태였습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동계 스포츠 강국이라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선수 출전이 제한됨에 따라 세계 스포츠계의 판도를 바꾸는 일대 사건이 몇 년간 지속되어 왔습니다.
문2)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제제는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와 패럴림픽을 주관하는 IPC가 공동으로 하는건가요?
- IOC와 IPC는 서로 협력 관계이지만 선수 선발과 경기진행 등이 독자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책이나 행동에 통일성을 가질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IOC의 정책 방향이라는 큰 기조를 따르는데, 이번에 다소 예외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당장 코앞에 닥친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에 IOC는 진작에 출전불가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개별적인 판단은 각종목의 국제연맹에 일임했는데요. 이게 사실은 IOC의 가이드라인이라 산하연맹들이 ‘난 안할래’ 하기 어려운 구조거든요. 그런데 패럴림픽을 주관하는 IPC가 지난달 서울에서 있었던 IPC 총회에서 이 두 국가의 동계 패럴림픽 참가를 허가했습니다. 대외적인 명분은 ‘선수보호’였고요. 총회에서 이 논의가 진통을 겪으며,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던 차기 IPC 위원장 선거가 몇시간이나 딜레이 되고 나머지 집행위원 선거는 시간에 쫒겨 나중에 온라인선거로 하겠다고 미뤄지기까지 했어요. 심지어 그날 현 앤드루 파슨스 위원장의 재당선을 위해 러사아 이슈를 오전내내 끌어낸거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거론될 정도였는데, 며칠전 IPC가 이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발표를 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첫 번째 팝업으로 게시된 이 내용을 보고 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문3) 전세계 대표들이 모여서 내린 결정인데, 어떤 내용이었길래 그렇습니까?
- IPC는 두 나라의 장애인선수들이 국제 연맹의 규정에 따라 출전 자격을 획득하고 그 기준에 따라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며, 패럴림픽에 나가기 위한 종목별 예선과 기준 기록 충족이 필요한데(이를 종목 국제연맹의 권한이라고 하며), 이미 패럴림픽 이벤트 종목이 예선 랭킹전을 마쳤거나 마지막 결정전을 앞둔 상태라 대회 참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발표를 한겁니다.
이 내용은 사실 9월 정기총회 이전에 확정 된 사항이라 특별할게 없는거고, IPC가 패럴림픽 출전을 허락한다는 것은 와일드카드나 별도의 이벤트 T/O 확보를 해서 기회를 넓히겠다는 내용이 아닌 이상 장담할 수 없는 겁니다. 출전을 허락할 자격이 이미 IPC에는 없는거죠.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은 ‘국제 스키 및 스노보드 연맹(FIS)’, ‘국제 바이애슬론 연맹(IBU)’, ‘세계 컬링연맹연맹’, ‘세계 파라아이스하키연맹’ 총 4개 종목의 경기가 이뤄지는데, 각 국제연맹이 두 나라의 선수들은 3월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회신을 한겁니다.
이 4개의 연맹중 스키, 바이애슬론, 그리고 컬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같이 관할하는 통합체제로 이미 IOC의 불가 입장을 따르는 조직이라 IPC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파라아이스하키 같은 경우 약 1년여에 걸쳐 예선전을 치루고 11월에 마지막 두장의 티켓을 놓고 패자부활전이 치러지는 상황이니 아무리 러시아 파라아이스하키가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낄 수가 없는 자리인거죠. 이렇게 중요한 논제를 IPC가 어떤 이유로 놓치고 번복을 하게 된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문4)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일텐데요, 국제연맹의 구체적인 입장 발표가 있었나요?
- 국제스키연맹(FIS)은 10월22일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예선 참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FIS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터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의 FIS 주관 대회 출전을 금지해 왔고 FIS는 "이 결정이 FIS가 주관하는 패럴림픽 종목에도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결정과는 상반된 조치입니다.
바이애슬론(IBU) 역시 2022년 9월 총회 결정에 따라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자격이 계속 정지된다고 확인했습니다. 컬링은 두 나라의 출전금지를 2024-2025 시즌이 끝날 때까지 유지한다고 발표했고, 파라 아이스하키는 IPC 총회 결정으로 두나라가 출전 자격을 갖추었으나 패럴림픽 예선참가는 이미 불가능함을 밝혔습니다. 벨라루스는 이를 적용 받을 파라 아이스하키팀이 아예 없기도 하고요. 단,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에게 개인 자격으로 내년 동계올림픽 예선 출전을 허용했습니다만, 패럴림픽에는 빙상종목이 없어 해당되지 않습니다.
문5) 두나라는 이후 열린 베이징과 파리 패럴림픽에는 참가했습니까?
- 베이징 당시에도 IPC는 다소 어정쩡한 태도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대회를 이틀 앞두고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에게 중립국선수 자격 출전을 허용했다가 개막 하루전날 독일을 비롯한 다수의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대회를 보이콧 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하룻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출전금지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이미 현지에 도착해 짐을 푼 상태였던 러시아 선수단 71명과 벨라루스 선수단 12명은 귀국 비행기를 타야했습니다. 이를두고 당시에 앤드루 파슨스 위원장의 리더십에 많은 비판이 있었던게 사실이고요. 집으로 돌아간 러시아 선수들은 자국의 한티만시스크에서 별도의 장애인동계체육대회를 열었다고 하더군요.
이후 23년 9월 바레인 총회에서 제한적 복구가 되어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중립선수(Individual Neutral Athletes, AIN) 자격으로 국제대회 출전이 허용되었습니다. 중립국은 국기, 국가, 국가명은 금지되고 개인자격만을 인정합니다. 파리 패럴림픽에는 ‘중립국’ 자격으로 88명의 선수단이 국가 상징물 없이 IPC 깃발 아래 출전했으며, 공식 랭킹에서도‘AIN’명칭으로 표기되었습니다.
문6) 중요한 결정을 IPC가 혼돈스럽게 했군요. 그렇다면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에 나가는 우리 선수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 설상 종목인 알파인이나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나가는 선수들에게는 러시아가 출전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입장이 되겠고요 휠체어컬링은 이미 세계랭킹 상위권이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파라 아이스하키는 11월에 있는 최종 예선전에서 출전 티켓을 반드시 따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이스하키는 지금 상위그룹인 A풀 소속인데, 티켓을 따지 못하면 B풀로 강등되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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