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IPC총회

2025-10-20     김대빈 기자

2025. 10. 19.

“장애인스포츠”

이현옥 장애인스포츠 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어서오세요?

문1) 지난 9월에는 IPC 정기총회가 서울에서 열렸는데요. 여러 가지 이슈가 있었지요?

- 국제 장애인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행사였지요. 올해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IPC 총회를 유치하고 개최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지난 2007년에도 서울서 총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88 서울패럴림픽만큼 국제 장애인스포츠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노무현대통령이 필 크래이븐 IPC위원장을 국빈 예우하며 청와대로 초청해 환담을 나누었고, 총회 기간중 국제 장애인스포츠 발전을 위한 ‘서울선언’이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이전까지 IPC 종합회의 수준이었던 행사의 격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의 성공경험이 이번 총회 유치와 진행에 많은 동기 부여가 되었지만, 아쉽게도 절반의 성공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문2) 스포츠계의 국제총회라면 국제종합대회만큼 중요한 행사일텐데요. 어떤 면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될까요?

- 일단 대규모의 장애인 대표단인 177개 IPC회원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일주일여 머무는 과정에서 많은 디테일과 전문성이 필요한데. 손님들이 머무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없었으니 잘한거죠. 그리고 한국의 장애인스포츠가 역량을 발휘해 좋은 인상을 주며 국가적 홍보대사 역할을 했습니다. 요즘 여러 분야에서 Korea의 K를 붙이는데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K-장애인스포츠’라는 모토를 붙이며 국제장애인스포츠계에서의 인식 제고와 네트워크 구축에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스포츠 분야를 떠나 장애인계의 대표주자로서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어려운 과업을 잘 수행한 것이 절반의 성공이고요, 나머지 절반은 대한민국 최초의 IPC위원장 선거에 후보를 올렸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확인하고 고배를 마신 것은 채워지지 않은 나머지 절반이라고 하겠습니다.

문3) 손님맞이는 나무랄데 없었으나 정작 IPC위원장 선거에서는 성과를 이루지 못했군요. 선거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 선거는 지난달 27일 토요일에 있었는데요, 당초 오전 9시 시작하려던 투표가 점심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오후 1시 30분경, 전자투표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수기 투표로 전환되어 시작됐습니다. 선거에는 185개 국가패럴림픽위원회(NPC), 18개 국제경기연맹, 3개 유형별 국제기구, 5개 IPC (산하)스포츠 등 총 211개의 IPC 회원기구 중 177개 회원기구가 참여했습니다.

투표 결과 현 위원장인 앤드류 파슨스(브라질)가 109표를 얻어 3선 연임에 성공했고, 한국 후보 배동현 BDH 이사장은 68표를 얻는데 그쳐 고배를 마셨습니다. 총회가 열린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의 기자실에 선거 결과가 제일 먼저 알려졌는데요,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 사이에 일순간 탄식이 이어졌습니다. 내심 모두가 한국과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과 아메리카를 뛰어넘는 새로운 위원장을 기대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IOC가 첫 아프리카계 출신 여성인사인 코번트리 위원장을 선임하며 일대 변혁을 예고했던 것처럼 IPC에도 변화가 기대되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문4) 앤드류 파슨스 위원장이 재선에 성공한 것이군요. 현역 위원장에게 유리한 선거라고 보십니까?

-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간의 IPC위원장은 로버트 스테드워드(캐나다)가 제1대 IPC 위원장을 맡았고, 필립 크레이븐(영국)에 이어 파슨스 위원장이 지난 2017년 9월 선거에서 당선된 뒤 현재까지 IPC를 이끌어 왔습니다. 파슨스 위원장은 3선에 성공해 향후 4년간 IPC 수장으로 활동하게 되었고요. 파슨스는 브라질 NPC 위원장과 아메리카 지역 위원장, 그리고 필립 크레이븐 체제 아래에서 부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온데다 (IPC 위원장에게 당연직으로 주어지는)IOC 위원으로서 국제스포츠계에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기도 합니다. 비장애인으로 IOC의 카운트파트로 마케팅을 맡아 협약과 돈줄을 끌어오던 역할을 했는데 필립 크레이븐 전 위원장의 신임 아래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반면에 IPC가 국제 스포츠계의 일원으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주역을 했지만, 조직운영과 선수중심의 정책, 특히 약소국가의 권리증진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있어 왔습니다. IPC 본연의 정체성, 그러니까 소수약자를 위한 정책에 소홀하고 관료화 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던 겁니다. 안정화 된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걷어들이는 수익이 IPC조직 내에서만 소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사실 있었고요.

문5) 앤드류 파슨스 현위원장이 그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제 스포츠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면, 배동현후보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지 않았을까요?

- 배동현이사장이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협회장을 맡아 팀창단과 선수 육성을 아낌없이 하고, 평창과 파리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장에다 자신의 이름 첫 이니셜을 딴 BDH 재단을 통해 저개발국가의 ODA(공적국가원조)사업을 활발하게 해 왔지만, 이른바 파슨스의 현역 프리미엄을 뛰어넘기는 어려웠습니다. IPC의 전적인 지원이 필요한 국가들 입장에서는 손익 계산을 했을테고요, 또한 IPC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그들 입장에서는 합법적이었을 견제가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이른바 ‘사전선거운동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한국 후보의 입지를 어렵게 했습니다. 이번 총회에는 211개 회원 중 34개 회원이 참석을 못했는데, 참석비용을 지원받는 초청프로그램 대상들이 IPC의 반대로 인천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습니다. 패럴림픽을 비롯한 장애인스포츠 대회나 행사에는 관례적으로 비행기와 숙박비를 지원받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런 초청을 KPC(대한장애인체육회)가 표심을 얻기 위한 사전 선거운동으로 규정하고 IPC가 봉쇄해 버린겁니다. IPC의 이런 조치는 어떤 측면에서는 약소국가의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IPC총회는 정부와 서울시의 예산이 들어간 국가적 행사였는데, 공공 장소에서의 국가정책 차원 홍보도 볼 수 없었습니다. 총회 후반에 국무총리 공식만찬이 있었는데요, 이조차도 사전 선거운동 운운하며 결렬된뻔 했답니다. 국가적 행사를 치루면서 지나치다 싶은 통제와 간섭을 받은건데요.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국제스포츠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좀더 폭넓게 활용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그룹이 깊숙히 들어가 역할을 했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문6) 총회 이면에 그런 속사정이 있었군요. 약소국가들은 어떤 측면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고 보십니까?

- IPC 집행위원회에서는 규정 개정, 신임 회원국 승인 등 주요 안건이 논의되어 IPC의 향후 정책 방향이 설정됐습니다. 본회의에서는 볼리비아, 남수단, 스포츠클라이밍 국제연맹(IFSC)의 신규 가입이 승인되었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회원 자격 정지 조치가 해제돼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에 회원국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두나라는 앞으로 국기와 국가 사용도 가능해졌습니다. 장애인스포츠계의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결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고 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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