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시설화' 논란

2025-11-03     김대빈 기자

<장애계 리포트> 2025년 10월 31일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시설화' 논란

MC: <장애계 리포트>, 에이블뉴스, 백종환대표와 함께합니다.

♣ 백종환대표 인터뷰 ♣

1) 최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시설화 문제로 논란이 뜨겁습니다. 먼저 시설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왜 논란이 되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답변 :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계에서는 IL센터라고 널리 부르고 있는데요.

이 IL센터가 우리나라에 1990년말, 2000년 초반에 도입되거든요. 당시 IL센터의 이념은 장애인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것이 기본이고, 장애인의 자립생활 권리를 실현하고, 탈시설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옹호 활동 등의 사회 운동적 성격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그래서 2000년 이후 IL센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장애인당사자주의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장애인복지 운동에도 크나큰 성과를 얻습니다.

하지만 IL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있어야 하는데 운영비 마련이 쉽지 않은 겁니다.

해서, 정부에서 운영비를 지원받기 위해서 제도권안으로 들어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IL센터를 장애인 시설의 하나로 규정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해서, 지난 2023년말에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서 IL센터를 시설로 정의를 했고요. 올해 7월부터 시행을 하고 있는데요.

장애계에서는 IL센터가 시설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법률이 개정되기 전부터 찬반 논란이 뜨거웠고 지금도 그 논란은 사그러 들지 않고 있습니다.

2) 최근,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위기였나요?

답변 : 그렇습니다. 부산에서 앞서 말씀드린 논란에 대해서 열띤 논의가 오갔고요.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인 대다수는 <자립생활은 권리이고, 시설화는 차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IL센터가 시설로 규정된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분위기였던 것입니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상당수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IL센터의 <시설화 정책>은 IL센터의 역사적 배경,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만든 운동의 결실이라는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올해 7월부터 시행된 IL센터의 시설의 규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었습니다.

3) 그렇군요. 그럼 토론회에서는 IL센터의 시설화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제안들이 나왔나요?

답변 : 나사렛대학교 우주형 교수가 <IL센터의 장애인복지시설화에 따른 향후 과제와 연대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는데요.

우 교수는 IL센터중에 시설화 찬성 측은 운영비 안정과 직원 처우 개선, 그리고 서비스 강화를 주장하면서 질적인 부분에서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자립생활 이념의 본질을 훼손할 위험이 크고, 특히나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행정적 통제가 강화될 터인데 그럼, IL센터 고유의 운동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 IL센터 시설화 반대 측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우주형 교수는 이러한 대립보다는 양면을 아우를 수 있는 연대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4) 토론회에서는 또 어떤 발언들이 나왔나요?

답변 : 이날 토론에서는 네 명의 패널 모두가 자립생활센터의 정체성에 대한 강조와 함께 현실의 문제를 짚었는데요.

한국장애인연맹 이영석 회장은 CRPD,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완전한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 IL센터가 시설로 정의된다면 탈시설화 운동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구로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창화 대표도 이날 토론회에서 IL센터가 행정적으로나, 법적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되면 IL센터는 독립성을 침해하고 장애인 당사자성의 약화를 초래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최창현 밝은내일IL종합지원센터 대표도 IL센터의 시설화는 제2의 복지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IL센터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당사자들의 운동과 투쟁이라는 고유의 성질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 패널이었던 정중규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부의 미온적인 예산 태도를 비판하고 장애계 내부에서 찬성과 반대의 대립을 중단하고 문제 해결 중심의 자세로 폭넓게 연대해서 제도적 조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5) 네 명의 패널들의 발언에서 공통적인 내용도 있었나요?

답변 : 그렇습니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복지법에서 시설로 규정된 배경에는 IL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장애인 당사자로서 전문적으로 회계처리라든가, 행정적인 미숙으로 인해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 정부가 제시하는 규정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IL센터 중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하는 곳과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하지 않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체성, 즉 장애인당사자성을 기본으로 장애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운동을 하는 IL센터와 구분하지 않고요.

모든 IL센터들이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하는 것처럼 오해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내용들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처럼 혼돈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IL센터를 장애인 시설로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측의 입장은 각 지역에 신생 IL센터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 또한 기득권 유지를 위한 회유책에 불과하다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같은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6) 여러 발언이 있었던 만큼 좌장의 역할도 중요했을 텐데요. 토론회 좌장이 내린 결론은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답변 : 좌장을 맡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이태성 정책위원장은 총평에서 시설화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IL센터의 정체성 유지와 재정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이날 토론회가 준비되었다며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는데요.

그래서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과 함께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IL센터와 IL시설에 대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법 개정의 취지를 살려야 하고요.

현장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체성과 지키는 활동가들과 또 다른 주장을 하는 장애인당사자나 활동가들이 비록 지향점이 다를지라도 연대해서 공존, 공생하는 지혜의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IL센터의 <시설화 정책>은 자칫 재정적 안정을 얻는 대가로 UN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보장하는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 원칙에 역행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빼 놓지 않았습니다.

여러 패널들이 강조했듯이 장애인 당사자 주도의 운동으로 탄생한 IL센터가 정부의 행정 통제 아래 놓이게 되면 고유의 정체성인 <당사자주의>와 <운동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고 또 하나의 행정 대행 기관, 즉 <제2의 복지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는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라고 했습니다.

종합적으로 IL센터의 시설화는 단순한 행정의 효율성을 넘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자율성, 그리고 인권의 문제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재정적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되, IL센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통제 장치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이태성 위원장은 강조했습니다.

7) IL 센터의 시설화 문제, 앞으로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장애계 리포트>, 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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