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사용 장애인도 외식하는 것이 미안한 일이 되지 않은 사회

2025-11-19     기고/강민호
전국 17개 시도 1000곳의 매장 편의시설 조사 결과, 지역사회 소규모공중이용시설의 77.1%가 접근이 불가능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필자는 며칠 전 산책하다가 집 근처에 있는 칼국수 집을 들어가게됐다. 그때 몇 사람들이 수동휠체어를 탄 할머니를 2개 되는 계단 밑으로 조심히 내려주고 있었다.

호기심이 생겨서 조금 다가가서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오고 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중년의 아들이 휠체어를 탄 어머니와 산책하다가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는 칼국수를 사드리고 싶어서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이었다.

중년의 아들이 휠체어를 탄 어머니를 홀로 보조,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어 칼국수 집 사장과 종업원들이 함께 도와준 것같았다. 그리고 미안해 하지 말고 다음에 또 오시라고 식당 사장님과 종업원이 하는 말도 들렸다.

그 모습을 보고 20년 전에 대학 시절 때 학과 모임, 선후배들이나 동기들과 함께 식사하려고 학교 주변이 식당들에 갔던 때가 몹시 미안했던 생각이 났다.

대학교 주변에 식당들에 모두 2~3개의 계단이 있어 3~4명이 필자가 전동휠체어를 탄 채로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을 도와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미안해서 기숙사나 학생회사무실에서 많이 배달해서 먹었다. 아마도 그 중년의 아들과 휠체어를 탄 어머니는 미안해서 그 칼국수 집에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이 일상생활처럼 할 수 있는 외식도 휠체어 탄 장애인들에게는 아직도 그 칼국수 집처럼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미안한 일이 되는 사회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조사가 얼마 전에 나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지난 7~8월 두 달 동안 식당이나 약국, 미용실 무인 판매점과 같은 소규모 점포 1.000곳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22.1%만 경사로와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77.9%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니터링 결과는 현재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외식을 물론이고 미용, 아플 때 약국도 가기 꺼려지는 사회인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하루빨리 소규모 점포들까지 경사로와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되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외식하는 것이 미안한 일이 되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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