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기기와 부모 코칭의 융합

AI·앱·가정훈련 플랫폼이 만드는 새로운 ‘치료 파트너십’

2025-11-17     칼럼니스트 이동욱

변화의 파도: 기술이 집으로 스며들다

【에이블뉴스 이동욱 칼럼니스트】아이의 발달 지원이 병원이나 치료센터에만 국한되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치료는 집으로, 부모의 손끝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DTx)와 부모 코칭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가족과 치료사의 협업을 구조화하고 함께 성장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치료 생태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와 아빠 이미지. © Unsplash의Vitaly Gariev

핵심 기술과 실제 사례

이번 칼럼에서 주목할 기술 및 플랫폼은 아래와 같습니다:

Akili Interactive – EndeavorRx®: 어린이 ADHD (8-17세)를 위해 FDA가 허가한 최초의 비디오게임 형 DTx입니다. 아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주의력 향상과 인지 제어 기능을 강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SensoryTreat – 홈 프로그램 강화 앱: 감각통합장애(Sensory Processing Disorder,SPD)를 겪는 아동의 가정 내 훈련을 도와주는 플랫폼으로, 치료사와 부모가 연계하여 일상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Cognoa – AI 기반 발달 및 행동 헬스케어 솔루션: AI와 ML 기반으로 조기 진단 및 치료 경로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아동발달 및 행동건강 분야에서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례는 단순히 기술을 제공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치료사-부모-아이를 연결하는 생태계적 접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가족과 치료 현장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아이 이미지. © Unsplash의Thomas Park

치료 파트너십의 의미와 변화

이러한 기술 융합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접근성 확대: 전통적으로 치료사 방문이 어렵거나 비용이 높은 가정에서도 앱과 플랫폼을 통해 꾸준한 개입이 가능해졌습니다.

데이터 기반 맞춤 개입: 아동의 참여 데이터, 부모 피드백, 일상생활 기록 등이 플랫폼을 통해 분석되어 치료사나 부모가 더 정교하게 개입 전략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SensoryTreat 사용이 증가할수록 가정 훈련의 순응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부모 역할의 재정의: 부모는 더 이상 단순한 옆에서 지켜보는 존재가 아니라, 앱을 통한 코칭과 모니터링을 통해 치료 수행과 데이터를 관리하는 ‘공동치료자’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확장된 치료 공간: 치료실에서 병원 → 가정 → 학교·지역사회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 안에서 기술이 채널 역할을 합니다.


아이와 아빠 이미지. ©Unsplash의Kelly Sikkema

정책 및 제도적 고려사항

기술이 치료 현실에 더 깊이 들어오면서 정책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야 합니다. 몇 가지 주요 고려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험·급여체계의 적응: 기존 보조기기나 방문치료 중심의 급여체계는 앱 기반 치료나 원격 부모 코칭을 포함하기 어렵습니다. DTx 및 부모 플랫폼이 치료 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보험 코드와 보상모델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보호 및 윤리: 아이의 사용 데이터, 부모 및 치료사 코칭 기록 등이 플랫폼에 저장되므로 개인정보보호 및 윤리적 활용 기준이 필수입니다.

전문인력 역량 재설계: 치료사·코치·앱개발자·데이터분석가가 협업해야 하는 시대이므로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재편되어야 합니다.

가정환경 격차 해소: 앱이나 디지털 치료가 가능한 가정은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곳입니다. 기술 기반 치료가 새로운 격차를 낳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성과 측정 지표의 확대: 치료 성공은 단순히 참여 횟수나 기능 향상이 아니라, 발달·삶의 질·가정환경 변화까지 포괄해야 합니다.


한국 적용 가능성과 전망

한국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와 부모 코칭 플랫폼의 통합은 매우 시의적절한 과제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흐름이 기대됩니다.

언어발달지연, 감각통합지연 아동 가정지원 확대: 앱 기반 감각·언어훈련 툴을 부모에게 제공하고 치료사-부모간 플랫폼을 연결하는 구조 설계.

원격 부모 코칭 프로그램 도입: 치료사 방문이 어려운 지역이나 시간제약이 있는 가정을 위해 온라인 코칭 및 모니터링 플랫폼 구축.

공공보험과 연계된 DTx 지원체계 마련: 비처방 앱형 치료기기를 포함한 보상 모델 검토.

연구 및 평가체계 강화: 국내 임상연구를 통해 앱·플랫폼의 효과성을 입증하고, 정책적 근거를 확보.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가정·치료실·학교가 연결된 생애 발달지원 시스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 치료의 동반자가 될 때

디지털 치료기기와 부모 코칭 플랫폼의 융합은 더 이상 ‘미래의 그림’이 아닙니다. 이미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아동 발달과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기술이 치료를 대체하는가?”가 아닙니다. 정답은 더 깊고 명확합니다: “기술이 치료를 함께 이끌어갈 때, 가족이 공동체가 되고 아이가 중심이 된다.”

치료실을 넘어, 가정에서 부모가 코치가 될 때, 그리고 앱이 상호작용을 기록하고 분석할 때 — 비로소 우리는 발달을 설계하는 의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