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가 아닌 ‘발달비’, 아동 중심 가치기반 의료
의료 효율성 넘어 아동 삶의 질을 지표로 삼는 글로벌 움직임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
【에이블뉴스 이동욱 칼럼니스트】오늘날 의료체계에서 ‘가치(Value)’가 중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많이 치료하는 것(volume)이 아니라 얼마만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가(outcome)가 환자·제공자·사회 모두에게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아동 의료 영역(pediatric care)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왜냐하면, 아동기의 건강과 발달은 단지 당장의 치료효과만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과 사회적 투자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의료비’가 아니라 ‘발달비(Development-Investment)’”라는 시각으로 아동 건강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왜 아동 의료는 가치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
아동 의료가 가치(Value)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아동 시기는 신체적·인지적·사회적 발달이 폭넓게 이루어지는 시기다. 따라서 적기에 올바른 개입(intervention)이 이루어질 경우 장기적 건강·사회적 성취·경제적 생산성 등에 긍정적 파급효과가 있다.
둘째, 기존의 수량 중심 의료비 환급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아동 의료의 특성이 다르다. 성인 중심의 가치기반모델은 단기적 비용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아동 의료는 돌봄, 예방, 발달 지원, 가족·교육 환경 개입 등이 포함되어 있어 장기적 관점이 필수다.
셋째, 아동 의료 서비스는 단지 병원을 넘어서 가정·학교·지역사회까지 연계되는 생태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의료비만이 아니라 발달비, 교육비, 사회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국, 아동 의료의 가치는 “아이의 하루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설계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글로벌 흐름과 선도기관의 도전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아동 의료 영역에서 가치기반 의료(Value-Based Care, VBC) 모델이 구체화되고 있다. 예컨대, Mount Sinai Health System, Nationwide Children’s Hospital, Shirley Ryan AbilityLab 등 주요 기관이 데이터 기반 측정, 비용 및 결과 연계 계약, 가족·사회적 요인 고려 통합케어 모델 등을 도입 중이다.
이들은 특히 아동 특유의 발달지표 및 삶의 질 지표 개발 부족, 의료기관·교육기관·가족 간 데이터 공유 및 통합체계 구축 난항, 전통적인 수익구조에서 가치 중심 보상모델로의 이행을 위한 인센티브 설계와 같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개입·예방 중심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절감뿐 아니라 사회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는 증거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나아갈 방향 ‘발달비’ 개념의 적용
한국에서도 아동 의료와 발달정책을 가치 중심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몇 가지 제언은 다음과 같다.
발달지표 구축 및 측정체계 마련: 아동 중심의 결과지표(QoL, 인지·언어·사회성 발달 등)를 보건·교육·복지 시스템에서 일관되게 사용해야 한다.
가정·학교·보건소 간 연계 강화: 단일기관 중심 모델을 넘어, 아동이 다양한 환경에서 통합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보상모델 재설계: 의료 제공자와 교육·복지 기관이 아동 발달성과에 기반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
데이터·디지털 활용 확대: 아동 의료·발달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인공지능·디지털 도구와 연계해 조기개입 및 맞춤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가족 요인을 포함한 비용 계산: 발달비를 산정할 때는 부모의 생산성 손실, 교육비 증가, 사회적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정책의 추가가 아니라, 아동 의료와 발달을 가치 중심으로 재설계(Re-design) 하는 과정이다.
마무리하며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다. 그리고 어린이가 누리는 건강과 발달은 단지 의료비의 산정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Investment)다. 이제는 ‘비용을 줄이는 의료’가 아니라 ‘발달을 설계하는 의료’로 전환해야 한다.
아동의 하루하루가 아니라 생애 전체를 설계하는 가치 중심의 의료가 필요하다. 정책·제도·기술이 발맞춰갈 때, 아동 의료는 ‘비용’이 아니라 ‘가능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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