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의 마에스터, 옥산나 마스터스
2025. 10. 5.
“장애인스포츠”
이현옥 장애인스포츠 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어서오세요?
문1) 지난주에는 장애인선수 최초로 비장애인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의족레이서로 경기를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나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남아공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얘기해 주셨습니다. 이번주에는 어떤 내용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오늘은 변치 않는 모습으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미국 대표팀의 에이스 여자 선수를 소개해 드립니다. 조정,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사이클에서 패럴림픽 메달을 무려 19개나 딴‘옥산나 마스터스’입니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폭사고로 방사능에 피폭된 어머니에게서 출생했으나, 버림 받고 고아원을 전전하다 미국으로 입양되어 빛나는 꽃으로 피어난 선수입니다.
문2) 간단한 소개만 들었을뿐인데도, 간단치 않은 인생이네요. 그런데 이렇게 한 선수가 다종목을 섭렵하는게 가능합니까?
- 장애인선수들은 동·하계 종목을 같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하는 신의현과 이도연선수가 손으로 패달을 돌리는 핸드사이클 종목을 병행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고유 종목이 아니면 패럴림픽이라는 높은 벽을 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에 옥산나는 4개 종목 모두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운동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종목에 따라 쓰여지는 근육이 다른데요,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이클이 서로 비슷한 부분이 있어보여도 사실은 운동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사이클링은 밀어내는 운동이고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잡아당기는 운동입니다. 스키에 최적화된 몸을 사이클링 모드로 전환하려면 따로 훈련을 해야 됩니다. 신체적으로 근육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등 근육과 광배근, 삼두근은 스키에서 발달하고, 사이클에서는 등 근육과 광배근이 사라지고 어깨와 가슴, 이두근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계속해서 적응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인데, 한마디로 신체적 모드전환이 신속히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문3) 몸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니, 대단한 능력입니다. 옥산나 마스터스는 어떤 장애를 가졌습니까?
- 마스터스는 1989년 우크라이나 흐멜니츠키에서 태어났습니다. 1986년 끔찍한 핵폭발 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에서 불과 몇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입니다. 그녀는 선천적인 경골반쪽다리증을 갖고 있는데요, 양쪽 다리의 길이가 다른 데다 정강이뼈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다섯 손가락이 하나로 뭉쳐있고 엄지가 없으며, 양쪽 발에는 발가락이 여섯 개씩 있고, 신장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까지 형편없는 고아원에 있었기 때문에 음식도 변변치 않았고 굶주림을 일상으로 여기는 암울한 시기를 지냈다고 합니다. 고아원 세 곳을 전전하던 중 일곱 살에 마침내 미국 여성에게 입양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쟁중인 자신의 조국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글을 남기곤 하는데요, “나의 마음과 영혼은 우크라이나인이자 미국인”이라며 “아직 나에게는 우크라이나에서만 이룰 수 있는 꿈이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기도하겠다. 그리고 언제나 나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다”라고 자신의 뿌리를 강조합니다.
문4)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입양된 한인들이 자신의 근본을 찾고자 입국하는 모습과 겹쳐지는군요. 불행을 딛고 좋은 가정으로 입양이 되었나 봅니다?
- 옥산나는 올림픽채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 도중)힘에 부쳐 도저히 더는 못 갈 것 같은데 여전히 2∼4바퀴가 남은 극한의 순간이 오면 나를 믿어준 사람들을 떠올린다” 고 말했습니다. 특히 어머니의 존재는 각별한데, “엄마는 나 자신보다 더 나를 굳게 믿어준 나의 영웅”이라며 “엄마의 믿음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머니 게리 마스터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옥산나는 자신감 넘치는 아이였기에 나는 길만 잘 열어주면 됐다”고 했는데, 딸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과 지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옥산나는 몸에 타투(문신)를 많이 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이게 사실은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흉터 위에 그려진 것이라고 합니다. 학대로 생긴 흉터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으나, 타투는 디자인과 색깔, 크기를 선택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며 원래의 흉터가 있었던 자리는 무력했던 순간을 나타내고, 타투라는 새로운 흉터는 자신의 자아이자 목적의식을 말한다고 했어요. 흉터를 타투로 치유한 셈인데, 어쩌면 어머니 의 역할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문5) 어머니의 사랑으로 옥산나의 인생이 달라졌군요. 선수로서 그녀의 기록을 어떻습니까?
- 13살에 옥산나는 조정을 시작했는데요, “물 위에 있으면 빼앗겼던 자유로움과 통제력의 감각이 돌아왔다”며 조정에 빠져든 계기를 말했습니다. 공공연하게 “패럴림픽에 나가 메달을 딸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이 소녀는 2012 런던 패럴림픽에 아프간 전쟁 상이군인 출신 조정 선수 롭 존스와 짝을 이뤄 출전해 동메달을 따고 같은 해 ‘미국 조정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으며 세상에 자신을 증명했습니다. 이후 얼마 안 가 허리 부상으로 조정을 그만둬야 했으나 절망할 새도 없이 스키와 사이클로 옮겨갔습니다. 스키를 시작한 지 14개월 만에 2014 소치 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고, 2018 평창 대회에서는 생애 첫 금메달 2개를 포함해 무려 5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도쿄와 파리 패럴림픽에서 사이클로 금메달 2개를 추가하는 등 동·하계를 가리지 않는 질주를 펼쳤습니다. 그야말로 두 팔로 우뚝 선 ‘수륙양용 레이서’라고 하겠는데요, 장애인스포츠 강국인 미국에서도 옥산나는 패럴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에이스입니다. 지난해 파리 패럴림픽에서 네팔의 여자 태권도(-57kg) 선수 ‘팔레샤 고베르단’이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털어 네팔의 첫메달(동)을 딴후 국민적 영웅이 된 것과 비교해볼만 하겠습니다.
6) 자라나는 세대와 장애인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존재가 될 것 같습니다.
-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옥산나가 아주 재미있는 말을 했는데요. “만약 학교에서 사진을 찍는 날, 머리가 엉망이거나 얼굴에 뾰루지가 생겼다면 그건 큰일이겠지만, 가리기 힘든 의족이나 의수를 착용하고 있다면, 그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라고 했어요. “비록 나 스스로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사회가 장애인에게 꼬리표를 붙인다”며 다음 세대의 어린 아이들이 동경의 대상 없이 자라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습나다. 그 결과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사진처럼 이제 미국의 아이들은 옥사나 마스터스라는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을 가진 패럴림피언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6) 말씀을 들어보니 옥산나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장애인스포츠의 상징적 인물이군요.
- 맞습니다. 옥산나의 별명인 ‘수퍼 휴먼’에 걸맞는 멀티스포츠형 선수로 스포츠에 뛰어난 재능 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개선과 후배 육성, 자기신뢰와 가족사랑 그리고 사회 공헌 활동에서도 멈추지 않는 질주를 하는 인물입니다. 옥산나는 비장애인 선수들과 어깨를 겨루며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의 공식 후원을 받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잡지‘내셔널그래픽’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내년에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에서는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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