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공항에서 만난 작은 변화, 이동의 자유를 넓히다
걷기 힘들었던 그 길, 이제는 전동카트가 함께한다
【에이블뉴스 하석미 칼럼니스트】비행기를 타는 일은 언제나 설레는 순간이지만, 교통약자에게 공항은 그 설렘만큼이나 긴장의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김포공항역에서 내려 국내선 터미널까지 이어지는 긴 이동 동선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짐을 들고 한참을 걸어야 하는 그 길이 여행의 시작을 설렘이 아닌 걱정으로 채우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김포공항에서 마주한 풍경은 이전과 달랐다. 공항 곳곳을 다니던 한국공항공사의 ‘교통약자 이동서비스(포티케어 서비스)’ 전동카트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만 70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만 7세 이하 유아 동반자,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키오스크에서 간단히 신청하면 탑승할 수 있다. 국내선 터미널 입구부터 지하철역까지 이어지는 긴 거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교통약자들에게 그동안 ‘힘겨운 길’이었던 공간을 ‘함께 걸을 수 있는 길’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나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이동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이 서비스는 분명 다른 교통약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의 이동이 단지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니라 ‘도전’이 되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이 전동카트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탑승 과정에서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까지 비행기를 탈 때마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기내 입구의 턱과 높이 차이였다.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가 뒤로 젖혀지며 불안한 자세로 오르내려야 했고, 그 짧은 순간조차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항공사 직원이 직접 경사로를 가지고 와 설치해 주었다. 그 위를 따라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이동하자,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안도감이 찾아왔다. 아주 사소한 변화였지만, 그 변화가 만들어내는 차이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이렇듯 공항 곳곳에서 발견한 변화들은 교통약자의 여행 경험을 한 단계 더 나아지게 하고 있었다. 작은 배려 하나가 불편함을 줄이고, 그 배려가 다시 자유를 넓힌다. 여행이란 단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경험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이 변화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김포공항에서 시작된 이 변화가 더 많은 공항과 교통시설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교통약자의 이동을 자유롭게 만들고, 그 자유가 더 많은 이들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기를. 공항에서 만난 이 따뜻한 변화는 단지 편의를 넘어,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 교통약자 이동서비스 이용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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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만 70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만 7세 이하 유아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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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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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구간: 국내선 터미널 ↔ 지하철 김포공항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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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공항 내 키오스크에서 간단히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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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2-2660-2478 (한국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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