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시각장애 학습권 침해와 차별
【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 강원대는 국립대학으로 춘천과 삼척에 캠퍼스가 있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은 81명이다. 장애 유형별로는 뇌병변장애 학생 13명, 시각장애 학생 11명, 지체장애 학생 16명, 청각장애 학생 8명, 지적장애 학생 4명, 자폐성 장애 학생 8명, 정신장애 학생 2명, 내부장애 학생 2명, 기타 17명이다.
장애 유형도 매우 다양하다. 전체 학생수가 3만 4000명으로 대규모 대학이다. 장애 학생이 81명이면 상당히 많아 보이지만 전체 학생수를 감안하면 0.23퍼센트로 국민의 장애인 비율 5%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숫자다.
대학 캠퍼스는 산을 끼고 있어 경사가 급하여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접근하기에는 매우 부적절(경사도 18분의 1이하라야 하지만 7분의 1 정도)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대학 측의 자료에 의하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현재를 기준으로 장애인 주차장 104.7%, 수직 이동장치(승강기) 95%, 장애인 화장실 83.5%, 점자블록 99.3%에 달한다. 편의시설 설치율을 대학 평가에 반영하지만, 각 건물의 출입구와 이동 경로 등 배리어프리 기준을 적용하여 평가하면 상당히 불편한 대학이다.
강원대에서는 휠체어 책상을 비치해 두고 있으며, 장애 학생 등록금 감면 제도도 실시하고 있고, 보조기기 대여, 기숙사 우선 배정, 교과목 학습지원 등 장애 학생의 편의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장애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과 축제와 장애학생 취업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한다.
사실 이것은 모든 대학이 다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장애학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장애학생지원센터 운영과 차별 해소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러므로 현재 하고 있는 편의를 홍보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정00 학생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시각장애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 학생은 전공 필수 과목인 통계방법론 수강을 신청하고, 전맹은 아니지만 저시력으로 칠판의 글씨를 볼 수가 없어서 교수님에게 강의를 녹음하게 해 달라고 개인적으로 부탁했다. 녹음을 해서 다시 듣기를 통해 공부를 하기 위함이었다. 시각장애 대학생들은 대부분 이러한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전공필수과목의 담당 교수는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녹음 부탁한 사실을 공개했다. 같은 학과 학생이라면 장애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까지 개인적 정보를 공개한 것은 이 학생으로서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녹음을 허락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 학생은 녹음이 불가하면 학점을 통과할 방법이 없어서 이 과목의 수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목 대신 다른 과목을 선택하면서 강의 시간표가 어그러져 영어 과목도 포기해야만 했다.
교수는 수강을 포기한 학생에게 “공통 전공인데 안 들으면 졸업 못 할텐데, 어쩌니?”라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 이는 걱정을 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걱정을 했다면 녹음을 허용했을 것이다. 녹음 허용 부탁을 거절하고 졸업을 못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학생에게는 비아냥 거림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교수는 이 학생의 수강 포기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장애학생지원센터에 “해당 학생이 내 강의를 듣지 못하게 해 달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센터는 학생에게 ‘다른 수업을 들어라’고 종용했고, 추후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해 “부모님이 걱정할 수 있으니 알리지 마라”는 발언까지 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생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 대한 차별을 무마하는 처리반 역할을 했다. 수강 변경이 교수의 탓이 아니라 학생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것으로 포장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교수는 안내견과 함께 다니는 허00 학생에게도 차별로 인한 학습권 침해와 상처를 안겼다. “안내견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나(교수)에게 집중하지 않아서 방해가 된다”라는 이유로 안내견의 교실 입장을 거부한 것이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이미 학교 홍보 시스템을 통해 안내견은 학내 어디든 함께 다니는 존재임을 밝힌 상태였음에도, 교수가 안내견 입장을 거부함에 따라 이 학생은 학과실에 안내견을 맡겨 놓거나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맡겨 놓고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안내견이 몇 시간 동안 주인과 격리되는 것은 주인과의 감정 교감으로 안내법을 익힌 안내견 ‘우주’로서는 심각한 고통이었으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가장 불편한 것은 이 학생이었다. 안내견이 없어서 교실 내 이동이나 화장실 등 보행의 어려움도 있지만, 불안감으로 수업에 집중할 수가 힘들었다.
이러한 문제의 발생은 대학 총장의 책임이다. 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문제로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교수의 방어막이 된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사실 힘이 없다. 대학은 교수의 권력이 지배하고 곳이고,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직원의 밥줄을 쥐고 있는 것도 교수이다. 대학에서 누가 교수에게 대항할 수 있겠는가.
아예 장애학생지원센터 운영 매뉴얼이나 지원지침을 만들어 모든 교수들에게 제공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 교수에 대하여는 불이익을 주는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 혹시 총장조차도 교수의 눈치를 보며 대충 눈 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인의 학습권을 침해받거나 필요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조정하고 강제화 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은 총장에게서 나와야 하므로 장애인차별의 책임은 총장의 책임인 것이다. 국립대학에서 시각장애 학생의 학습을 위한 녹음조차 허용되지 못하고 안내견 조차 입장할 수 없는 현실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무능과 무력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저 학생수를 채우려고 장애학생을 받거나, 대학 평가 점수를 잘 받아 정부지원금을 더 받아내려고 장애인을 이용하는 대학이라면 그 대학은 장사치에 불가하고 상아탑은 이미 무너지고 없는 것이다. 누군가 농담으로 코끼리가 없으니 상아도 없고 상아탑도 없어진 지 오래라고 허더라. 대학 평가는 서류로 하지 말고 장애학생에게 물어서 했으면 한다. 현실이 이럴진대 장애학생지원 정책이나 편의시설을 대학의 자랑으로 하고 있는 기만적 홍보는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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