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의 역설” 장애인과 키오스크, 누구를 위한 편의인가

접근성, 선택이 아닌 권리측면에서 다뤄져야

2025-09-18     칼럼니스트 김경식
구청 키오스크 접근성을 조사하는 시각장애인 모습.(기사와 무관)ⓒ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접근성(accessibility)은 단순히 장애인이 물리적·디지털 환경을 사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사회적 자원과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권을 의미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 9조는 이동, 정보, 통신, 기술 전반에서의 접근성 보장을 각국의 법적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 역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을 통해 정보통신과 전자서비스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합리적 편의를 제공해야 함을 선언했다.

따라서 접근성은 선택적 배려가 아닌 헌법적 평등권과 국제인권규범에 뿌리내린 제도적 의무다. 키오스크 접근성은 단순히 불편을 줄이는 편의 차원이 아니라, 장애인의 시민권 보장과 직결된다. 이를 확보하지 않는 무인화는 곧 사회적 배제를 제도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전 인건비 절약을 위해 활용되던 키오스크 등 무인화 기기의 사용이 팬데믹 이후, 주문·결제·진료 접수·탑승 수속 등 생활의 많은 관문들이 빠르게 무인화되었다.

키오스크는 효율과 편의를 내세우지만, 표준화되지 않은 높이와 화면, 음성 안내 부재, UI의 복잡성은 시각·청각·지체·발달장애인 모두에게 장벽으로 작동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사회 참여의 차단이며,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자율성과 존엄을 침해한다.

이러한 급속한 확산에 따른 외국의 대응을 살펴보면 ▲미국: “음성·촉각·높이·사생활의 의무화: ADA(장애인법)에 따라 ATM·발매기·셀프서비스 단말에 접근성 요건을 법적 표준으로 못 박았다. ADA 설계표준(§707)은 음성 안내, 촉각 키패드, 프라이버시 보호, 조작부 높이·도달 범위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미국 접근성위원회(Access Board)는 음식점 키오스크와 병원 접수기까지 포함하는 셀프서비스 거래기(SSTM) 접근성 규정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접근성이 있으면 좋은 옵션이 아니라 반드시 갖춰야 할 의무사항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EU): ‘제품·서비스전 주기 접근성 내장: 20256월부터 시행된European Accessibility Act(EAA)는 웹·앱을 넘어 키오스크와 터치 단말에도 접근성 의무를 확장한다. 제조·유통·서비스 제공 전 과정에서 접근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시장에 출시할 수 없으며, 위반 시 제재를 받는다. , EU에서는 접근성이 사후 배려가 아니라 사전 설계(by design)의 기본값이다.

일본: 차별금지법 + JIS 표준 정합: 장애인차별해소법으로 공공·민간 부문에 합리적 배려 제공을 의무화했고, JIS X 8341(WCAG 정합 기준)을 통해 디지털 접근성 표준을 마련했다. 웹 중심의 체계였으나, 점차 키오스크 등 디지털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법적 구속력과 산업 표준을 병행해 실제 현장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상과 같이 살펴 본 해외의 사례는 공통적으로 명시적 기술 요건 사전 내장 시장감시를 강조한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조달 연계: 공공 및 준공공 시설 키오스크 설치 시 입찰 단계에서 접근성 체크리스트(음성 안내, 이어폰 단자, 점자·고대비, 휠체어 접근 높이, 개인정보 보호)를 의무 사양으로 규정해야 한다.

표준 확대: 웹 중심의 기준을 넘어, 키오스크 UI와 하드웨어에 간편 모드’, ‘되돌리기·도움 요청 버튼’, ‘시간 제한 해제등을 필수 기능으로 지정해야 한다.

혼합 모델: 완전 무인화의 확대에 발맞춰 현장 지원 인력과 원격 실시간 도움(영상·음성 호출 버튼)을 병행해야 한다.

3자 검증·제재: 납품·설치 단계에서 접근성 검증을 거쳐 미준수 단말은 반려하거나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

당사자 참여 테스트: 시각·청각·지체·발달장애 당사자가 직접 사용성 검증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참여 키오스크 접근성 체크리스트항목으로는 입력/조작 항목: 촉각 버튼·한 손 조작 가능·자동완성 기능 출력/안내 항목: 음성 안내·이어폰 단자·고대비/확대 모드·시간 연장 가능 위치/치수 항목: 휠체어 접근 가능 높이·조작부 도달 범위·화면 눈부심 최소화 프라이버시 항목: 화면 가림막·이어폰 출력 기본값·문자·이메일 영수증 선택 구조/흐름 항목: 간편 모드·되돌리기/도움요청 상시 노출·오류 복구 경로 고정.

 접근성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이며, 키오스크 문제는 곧 디지털 시민권의 문제다. 미국은 세부 규격으로, EU는 사전 내장 의무로, 일본은 차별금지법과 표준으로 이를 실현해 왔다. 우리나라도 이제 권고에서 의무, “선의에서 공적 감독으로 옮겨가야 한다. 무인화의 시대에 접근성을 확보하는 일은 곧 모두의 권리를 지키는 일로서, 기술의 급속한 변화를 권리보장의 언어로 변화시킬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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