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죽음을 전해야하는 장애인복지 실무자의 딜레마
장애인당사자의 상실,사별 앞 실무자의 고충, 어떻게 접근해야할까
【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저희 이용인 어머니께서 암 말기 판정을 받아 남은 삶이 몇 달 안되신다고 해요. 저는 빨리 발달장애가 있는 지은(가명)님에게 어머니와의 작별을 준비하게 해주고 싶은데, 어머니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세요. 제가 개입해서 말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요.”
장애인복지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무자로부터 최근 받은 질문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님들은 자식이 걱정할까봐, 내가 짐이 될까봐 자신의 어려움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내 자녀가 발달장애까지 있으니 노심초사하실 수 밖에.
지은 님을 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는 지은님이 늦게 알면 더 큰 충격과 상실감을 느낄 수 있으니 미리 전달하자고 설득하였지만, 어머니는 끝내 수용하지 않으셨다.
이 같은 상황은 일부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장애인복지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나 또한 수 차례 직면한 상황이다.
특히나 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고령발달장애인 비중이 높은데다, 가족과 단절된 경우가 많기에 이와 유사한 상황을 많이 겪고 있다. 발달장애인 사별, 죽음관련 교육과 상담요청이 가장 많은 곳이 장애인 거주시설인데, 당사자-부모-실무자 간 입장차이로 상황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다.
거주시설 실무자들은 당사자에게 사별과 죽음을 전달하고 준비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장 강하지만 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전달할 방법을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많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몇 년 뒤에 발달장애자녀가 알게 되어 황망함을 넘어 황당함이라는 감정을 남기는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복잡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풀어가야할까?
먼저 발달장애인에 대해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약한 존재’ 로 여기기 보다 ‘보통의 사람’으로 존중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이 사별준비 과정에서 배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충격받을까봐’ ‘알면 가족들을 더 힘들게 할까봐’ 인 경우가 가장 많다. 이는 그들을 한 사람이기 전에 장애있는 존재이자 보호해야하는 존재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죽음학에서는 이같은 경우 ‘박탈된 애도집단’ 이라 말한다. 상실을 받아들이고 애도할 기회를 주는 것은 보호해야하는 상황이 아닌, 인간다운 권리 중 하나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로는 사별 또는 죽음을 앞둔 발달장애인에게 일관되게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매뉴얼이 있어야한다. 실제 장애인거주시설 실무자들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대응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죽음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사별,죽음대응매뉴얼 마련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부모의 인식전환과 능동적 대응을 위한 노력이다. 모든 부모는 자식을 보호하고 싶고 좋은 것만 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삶의 끝에서만큼 피할 길이 없다. 부모 사별은 큰 충격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생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어른으로 성장하게 해주기도 한다. 정말 자녀를 위한다면, 부모님들 스스로 자녀의 자립, 부모와의 작별에 대해 숨기기 보다는 천천히 직면하게 해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상실을 경험하며 산다. 상실은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게 해주고 상실을 딛고 일어서며 발전하게 하는 힘이 있다.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상실과 애도에서 배제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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