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1인 시위 한달, 그동안 우리는 뭘 했나

장애인 자립생활 대책 촉구하며 울산시청앞 1인시위

2009-08-05     기고/박경태
자립생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울산광역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이미자씨. ⓒ박경태

무더위와 장맛비를 두려워하면서 시작했던 투쟁이 한 달(7월 1일부터 시작)을 넘겨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사회의 무관심과 시청의 냉소적인 대응이 더 힘들다고 얘기하는 이들은 바로 장애인들이다. 장애인이 거리에서 홀로 쓰러져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너무 비참하다고 말하는 이들.

오늘도 어김없이 시청 정문 앞에선 “장애인에게 자립생활을 지원하라”는 피켓을 들고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한 장애여인이 있다.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은 그 여인은 40년 동안 울산의 모 시설에서 살았다고 한다. 지난 6월에 “나의 인간다운 삶과 자유를 보장하라”며 시설에서 퇴소한 그녀는 홀로 휠체어에 의존한 채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그 여인의 이름은 이미자, 올해로 마흔이다. 그 여인은 아무런 표정없이 우리 사회에 높은 벽을 향해 온몸으로 부딪치며 깨어지고 주저앉으며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오늘도 그렇게 거기에 서 있다.

“나는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오로지 혼자 살아가기를 바란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그 여인은 무대책이 대책이라는 공무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당신들은 장애인이 안 될 것 같습니까? 누구나 인간은 비장애인입니다.”

그것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차량소음에 사라져 버려도 그것이 뚜렷한 발음이 아니라 누구든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그 여인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그 여인은 자립생활을 얘기하고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그러기에 누구나 되는 장애인의 자립생활권을 사회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공론화 하자는 외침이다.

그러나 비장애인들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무지를 범하고 있으며 그 여인은 그런 무지한 비장애인들이 이해할 때까지 자신의 온몸을 태워가면서 일깨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그들(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은 것일까? 그 해답은 뜻밖에 간단했다. 그 여인은 자신이 경험한 불행(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시설 및 집안에 갇힌 채 살아가야만 하는 고통)을 타인은 겪지 않기를 기도하는 어리석은 바보였다.

자신은 죽어가면서 타인을 살리겠다는 이 시대의 진정한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다. 간혹 무더위에 물 한잔 대가로 받으며 어느새 눈가엔 어김없이 눈물이 맺혀있는 그 여인은 바보였다.

뒤틀린 몸으로 올바른 정신을 얘기하는 그 여인은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미안하게 만드는 바보이다. 작은 손은 피켓을 들어 물집이 잡히고 힘들게 앉은 휠체어에선 피부가 짓물러 악취가 나지만 그 여인은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곳에서 버스를 자주 타는 승객 중 한 사람이 다가와 수고한다는 말로 피로를 푼다는 그 여인은 내일도 오늘 같이 않기를 바라며 자립생활의 등대를 밝히며 그렇게 홀로 외롭게 서 있다.

길다면 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가 그 여인과 앞으로 그 여인처럼 될 사람들을 위해 늦었지만, 자립생활의 지원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아야 할까 생각한다. 비록 그 아름다운 여인처럼 넓은 마음을 다 수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첫발을 내딛어야 그 여인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자립의 길은 요원한 것일까? 공무원들의 생각이 무지한 것일까? 필자는 잘 모르겠다. 한 달째 1인 시위를 하는 현장에서.

이제는 사회의 무관심과 시청의 냉소적인 대응이 무섭다는 이미자씨. ⓒ박경태

오늘도 외롭게 투쟁을 하고 있는 이미자씨. ⓒ박경태

40년 시설 생활을 청산하고 나니 이제는 사회가 가슴을 누른다며 외로워하는 그 여인. ⓒ박경태

장애인이 1년 동안 생활할 수 있는 비용이 투입됐을 법한 울산시청 대리석 알림판과 자립생활을 요구하는 피켓이 대조를 이룬다. ⓒ박경태

*이 글은 대한안마사협회 울산지부 사무국장 박경태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