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하는 지능 얘기, 어딘가 마음에 걸립니다
신경다양성은 어떤 접근법 따라 지능에 대해 말하고 다루어야 할까
영원한 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오래 가는 것은 분명 있다. 높은 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큰 관심과 선망 역시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사회에서 지능에 대한 관심도는 '스테디셀러'에 빗대기에 결코 지나치지 않다.
한때의 짐작으로는 이것이 입시, 학벌의 영향력이 막강한 한국 사회 특유의 유별난 현상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요즈음 들어서는 SNS 등을 통해 외국 사이트들에서 올리는 두뇌 퍼즐류 게임의 광고들을 가끔, 사용자와 알고리즘에 따라서는 꽤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곳에서는 ‘지금 이 게임을 클리어할 시 당신의 IQ는 140이 넘습니다!’ 식으로 아예 직접적으로 플레이어의 IQ(지능 지수)를 언급하고 자극적으로 광고하는 경우마저 흔하다. 이런 사례들로 짐작해 보았을 때, 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도는 딱히 대한민국에 한정할 현상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능 검사를 받아본 적이 세 번 있다. 그중 두 번은 각각 초등학교 1학년 때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받은 검사였다. 재학 중이던 학교에서 전교생 대상으로 진행했던 검사이니 현실적인 한계가 명백했을 것이고, 웩슬러 지능검사로 한정한다면 2018년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처음 받을 당시의 그 풀배터리 검사(종합심리검사) 때 진행한 1회가 현재까지 전부이다.
해당 검사들의 결과에 대해서, 이 글의 의도 및 방향성과 달라질 수 있는 정보의 나열은 자제하려 한다. 추세만 이야기한다면 어릴 적부터 최근으로 올수록 낮은 점수가 나왔다. 최종 검사 시점인 2018년 웩슬러 지능검사에서도 그 당시까진 없었던 종류의 정신장애를 검사 이후에 새롭게 겪게 된 것들이 양극성장애와 정신증 기록을 비롯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은 실질적으로 그때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이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에 대한 주변의 기대 수준의 변화로 드러났다. 이렇듯 강력하게 작용하는 지능의 사회적 영향력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지능에 대해 말하고, 다루고,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지적장애와 경계선 지능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지금까지 필자가 당사자 서사 위주로 글을 이어나가던 자폐 특성 및 정신(사회심리)장애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조심스러웠었다.
약 2년 전, 필자는 미등록 자폐인으로 살아온 스스로의 이야기를 다루어 발표하고 해당 발표문을 한 언론사에 투고한 적이 있다. 원고를 처음 작성할 당시 웩슬러 지능 검사를 통해 산출된 나의 지능 지수를 공개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 결국 공개를 결심했다. 이렇게 된 계기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로, 자폐 당사자의 지능에 대해 서번트 증후군 내지는 ‘천재’의 이미지나 지적장애 동반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내 사례를 메시지로 전달하고 싶었고 이 의도대로 되었다. 둘째로 학창시절 및 사회생활에서 내가 겪은 어려움들을 경계선 지능 당사자 이슈와 구분시키고 싶다는 의도였고 이 역시 의도대로 되었다. '지능 자랑'이 되어버릴 수 있던 문제의 부분을 이제야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시절에도 이런 전개 방법이 마냥 속이 시원하진 않았었다. 지금 보면 정신적 장애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 당사자의 권익과 신경다양성을 말한다는 사람으로서는 부족했던 부분도 분명 있었다고 뒤늦게 느꼈다. 그러므로 다소 쑥스러운 심정으로 쓰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발달장애 범주 안에서도 자폐 특성과 경계선 지능은 서로 별개의 개념이 맞다. 그러나 경계선 지능은 IQ 71~84(표준편차 15)를 기준으로 볼 때 산술적으로 전체 인구의 10%를 훌쩍 넘을 분포를 보이고, 한국에도 백만 명 단위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자폐 특성을 가진 당사자들 중에서도 결코 적지 않은 인구가 경계선 지능과 중복 당사자이기도 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물론, 경계선 지능 담론은 정신적 장애계에서 미등록 장애당사자의 존재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린 또 하나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자폐 특성과의 중요한 공통점을 짚자면, 돌봄의 고생을 호소하는 보호자뿐만 아니라 당사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정신건강 지킴도 중요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적장애는 선천적 요인, 후천적 요인 모두 다양하며 그중 일부는 연구되어 있기도 하다. 이에 우려스러운 것은 지적장애와 경계선 지능 그 자체를 신경다양성에 포함 시킬지, 제외 시킬지가 가치 판단의 우선이 되는 현상이다. 물론 이 경우에서도 당사자의 특별한 재능 서사를 동원해 신경다양성과 연결 시키려는 시도는 능력주의적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당사자를 배제한다는 한계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유능만이 다양성이라는 명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앞서 칼럼에서 필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신경다양성에 ‘끼워 줄까’ 부분에 포커스를 두지 말고, 정신적 장애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마땅한 권리와 사회적 다양성, 그리고 정신적 장애인 개개인이 갖는 정체성과 긍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적장애와 경계선 지능인의 다양한 맥락에 대해 자격 여부를 갑론을박하는 접근은 정신적 장애인의 권익과 해방에 올바른 방향성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평균이나 고지능자에 속하는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 또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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