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하늘 아래

2003-06-17     방귀희

참 이상하지?

왜 똑같은 일인데 엄마가 있을 때 하고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나 요즘 설움살이 찌고 있거든

그래서 될 수 있는대로 저녁을 안먹을려고 해

할머니가 저녁 먹었느냐고 물어보길래 먹었다고 했어

다이어트 우짜고 하는 소리 안하려구

그런데 밤 11시가 넘자 배가 무척 고파지는거야

옛날 같으면

'엄마, 안되겠어 라면 먹을래' 하고

12시에 라면 끓여달라고 해 김치를 곁들여

라면 요리 먹는 즐거움에 빠져

입으로 호호 뜨거운 입김을 불어내며

맛에 겨워 신음 소리를 토해냈을텐데

난 배고프단 소리도 못하고

허기를 참아야 했지

진짜 밥을 안줘서 굶으면 얼마나 처참할까 싶으니까

눈물이 찔끔 나는거야

배고픔을 잊으려고 서둘러 원고를 마치고 자리에 누웠는데

잠은 커녕 정신이 더 말똥거려지는 거있지

-엄마, 배고파-

배고프니까 춥더라구

그래서 잔뜩 웅크렸지

-엄마, 추워-

그야말로 엄마 없는 하늘 아래야

그 순간 바로 전날 어떤 남자가 한 말이 생각나는거야

'방선생님은 무슨 낙으로 사시는지 모르겠어요

맨날 일만 하시구. 앞으론 좀 즐기면서 재미있게 사세요'

-배부른 소리! 내일 아침 일찍 밥이나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