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독립이 다른 이유

2023-09-30     칼럼니스트 정현석

한동안 회사에서 인사만 하고 지내다가 쉬는 시간에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러다가 식사를 같이 하게 되면서 서먹함을 덜어낸 사람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장애와 동갑인 나이,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비슷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횟수가 늘어난 만큼 대화의 깊이와 시간도 조금씩 늘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다 부모님과 별도로 나가 사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자신도 장애인이지만 가족을 떠나 따로 나가 사는 것을 "독립"이나 "자립"으로 표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직장을 얻어 나가던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인연금으로 생활하던, 나이를 먹고 가족의 도음 없이 살아갈 돈이 있으면 나가 사는 것이 당연한 건데 그 당연한 것을 독립이나 자립이라고까지 표현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너도 따로 나가 산다고 나한테 이야기했을 때 기억나냐? 너도 그렇게 걱정하고 고민하고 그러더니 잘 살잖아. 나가 사는 거에 지나치게 겁을 먹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녀석의 말에 “그렇게 무 자르듯이 일반화시킬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호출해 둔 장애인 콜택시가 도착하여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떤 장애인에게는 독립이 막막하다.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면서. ©정현석

너와 나의 자립이 다른 느낌인 이유

녀석이 교통사고로 복지카드를 받은 때는 2015년 무렵이라고 했다. 본가에서 지내다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되면서 자취를 시작했고, 제대 후 직장을 다니다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사고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도 부모님 댁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만의 삶을 살고 있다.

중도장애인인 그에게는 이사 갈 집을 알아보는 것도, 집주인과 계약 관련 상황을 조율하는 것 역시 늘 해왔던 일이기에 큰 어려움이나 두려움이 없는 일일 수 있다. 또한 비장애인으로 살아왔던 시간이 짧기에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일이 생기면 그동안의 사회 경험으로 대비책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만약 시설이나 가정에서만 살다가 부모의 임종이나 시설 폐쇄 혹은 자립옹호기관의 도움을 받아 자립을 준비한다면 그 자립은 "해봤던 것"이 아닌 "한 번도 안 해본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될 것이다.

계약 관련 상황은 물론 중도장애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도 정말 막막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두 사람 다 장애인데, 한 사람(중도장애인)은 잘 하는 것 같은데 저 사람(시설이나 가정에서만 살다 나온 장애인)은 왜 저렇게 엉성하냐”는 시선을 받기도 할 것이다.

시설 폐쇄 혹은 가정에서만 지내다 지역사회로 나온 이들과 발달장애인과 같이 비장애인들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이들에게도 자립에 대한 교육이 일찍부터 필요할지 모른다. 장애 종류를 막론하고 언젠가 보호자가 떠나면 혼자 남게 될 사람들이 갈 곳은 지역사회나 시설 중 하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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