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욕심쟁이

두려웠지만 행복하다

2009-02-05     칼럼니스트 송은주
아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 ⓒ송은주

아이를 갖게 되면서 나는 욕심쟁이가 되었다. 모유수유도 하고 싶었고, 천 기저귀도 채우고 싶었고, 힘들지만 남의 손 덜 빌리고 모든 것을 내가 해내고 싶은 욕심…. 욕심이 현실이 되길 무지 바랬고, 많이 준비했다.

수술 후 3일이 지나면서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처음 신생아실로 들어갔을 때 당황하는 간호사들의 눈빛이 어찌나 따갑던지… 그래도 아이만 생각하고 시도했을 때 엄마의 마음을 알았던 걸까? 아이는 첫 모유를 3일 동안 먹던 젖병보다 잘 물고 빨았다. 이렇게 수유를 시도하다 보니 큰 어려움 없이 10개월까지 모유를 먹일 수 있었다.

모유수유를 하면서 자세를 잡기가 어려웠다. 병원에서 알려주는 것들에 의존하지 않고 내가 편한 자세를 찾는 게 모유수유 성공에 비결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며 40개월 동안 하루도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내 손으로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하면서 내 몸의 일부처럼 지내는 우리가 되었다.

아이는 엄마가 선택할 수 없고 아이가 엄마를 선택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실감한다. 아이를 안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녀도 혼자 돌아다니려고 하지 않고 시장, 병원, 산책 등을 한다. 그리고 산책을 하다가 몇 개의 계단을 만나면 호기심에 “엄마, 여기서 나 보고 있어. 내가 위에 뭐 있나 보고 말해줄게”하며 휠체어에서 내려간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조심해” 라는 말뿐…. 혹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도 일으켜줄 수 없어서 강조하는 말인데 이제 내가 실수라도 하면 “엄마 조심해야지”하며 엄마를 챙긴다.

그네가 타고 싶다며 놀이터에 놀러가자고 해놓고 놀이터에 가서 엄마가 그네 밀어주는 게 힘든 걸 알아차리곤 자기 혼자 탈 수 있는 미끄럼만 타고 놀다가 돌아오면서 “그네야, 아빠랑 타러 올께”하며 스스로 아쉬움을 삭히는 걸 보면서 안타까워 더 꼭 안아주기도 했다.

비 오는 날 아빠랑 외출을 하게 되면 아이는 혼자 우산을 쓰고 차에 오르면서 “아빠, 가서 엄마 손 잡아줘야지. 엄마 넘어질 것 같아” 하며 아빠를 엄마에게 양보한다.

내 아이의 의젓함을 볼 때마다 안쓰럽기도 하고 나를 엄마로 선택해 내 아이가 되어준 것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