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겐 지금이 바로 '오일 쇼크'
장애인 LPG에 붙는 세금 온당치 않아
내리지 않는 LPG 가격…울고 싶을 뿐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그렇다보니 장애인 가족은 어쩔 수 없이 LPG 승용차를 무리해서 장만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세금이 저렴했던 LPG 연료는 장애인 차량과 택시에만 허용했다. 그러다 자동차 판매를 촉진시키기기 위해 레저용 차량에도 LPG를 허용하면서 세수가 줄어들자 LPG 세금을 대폭 올렸다. 그래서 장애인에게 LPG 세금 인상분을 되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그 뒤 정부는 장애인에게 돌려주는 LPG 인상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1회당 4만 원 이상은 안 되고 하루에 두 번 이상 충전할 수 없다고 인색하게 굴더니 2004년 12월 1일부터 월 250ℓ로 제한해 버렸다. 급기야는 장애인 LPG 보조금 자체를 없애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정부의 논리는 차량을 가진 장애인과 차량이 없는 장애인과의 형평성이 문제란다. 저소득 장애인에게만 교통비를 따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혜택을 더 못줄망정 고소득 장애인와 저소득 장애인을 편 가르기 해서 이미 존재하는 좋은 제도마저 폐지한 저의를 모르겠다.
이런 교통비 직접 지급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유사한 예로 노인에게 교통비를 직접 보조해 주면 그 돈을 갖고 다른 용도로 쓰기 때문에 실제로 버스 교통이용은 더 줄어든다. 반대로 지하철처럼 무료이용권을 발급하면, 노인들의 지하철 이용은 늘어나고 이동이 더욱더 자유로워진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에게 교통비를 직접 지급하면 점차 장애인 LPG 차량은 없어질 것이고 이동성은 더 감소할 것이다.
장애인의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통 혜택 제도’에 더 이상 칼을 대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정말로 자가용 승용차를 구입할 수 없는 저소득 장애인을 조금이라도 배려한다고 하면, 시내버스 무료카드 기능을 장애인 복지카드에 추가시키면 간단히 해결된다. 정부는 장애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재정낭비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요즘 들어 장애인의 시름은 더 깊어 간다. 정부는 제 2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휘발유 값 대비 LPG 값을 절반 수준으로 정한 바 있다. 소비자 가격이 리터당 2천원까지 뛰어 올랐던 휘발유 값이 안정화되고 있는 마당에, 덩달아 뛰었던 LPG 값은 휘발유 값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개선의 여지가 없다.
본래 6백 원대이었던 LPG 값이 폭등을 했었기에 다시 6백 원대로 내려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야 정부의 논리대로 휘발유 값의 절반 가격이 된다. 온 나라가 휘발유 값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 때, LPG는 별 저항 없이 가격을 대폭 인상해왔고 이제는 국제유가 하락도 무시하고 내릴 줄 모르고 있다.
그동안 LPG 업계는 변명만 일삼았다. 국내 LPG 가격이 급격히 인상되는 것은 국제유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관된 설명이었다. 그러면 지금 국제유가가 꽤 많이 떨어졌는데, 왜 그만큼 내리지 않는 걸까? 엇박자 늑장대응에 찔끔 내릴 뿐이다. 아마도 소비자가 수송용 연료로 최대한 지불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가격이 지금의 LPG 값보다 높다고 판단한 듯싶다.
전국 LPG 충전소들은 가격이 거의 동일하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다. 담합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LPG의 가격은 오를 때와 내릴 때의 속도와 크기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 고유가로 사회적 약자는 고통을 받는 데, 가격의 거품과 안개 속에 대기업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을 산다면 윤리경영을 아무리 외쳐 봐도 소용없다.
일반인들이야 유류비용이 정 견디기 어렵다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겠지만 장애인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이 정부의 엉뚱한 정책에 항복해서 이동을 포기하고 집에만 있겠다고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장애인 LPG 차량은 내다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 법으로 일반인들이 구입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진퇴양란이다.
장애인차량은 사치품이 아닌 데, LPG 연료를 충전하면서 개별소비세(특별소비세) 등 온갖 세금을 다 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이 자녀 학교에 국민세금을 ‘촌지’ 형태로 썼다는 비난 때문인지 장애인 LPG에 부과되는 ‘교육세’를 바라보는 시선조차 곱지 않은 게 민심이다.
택시운전자들은 결집력이 강하고 여론 형성에 큰 역할을 하니 지난 4월 총선에 활용할 가치가 있어 면세 조치를 취해주고 장애인은 아무 힘없는 존재이고 어차피 국회의원 득표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모른 채했다는 비판에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과도한 세금부과로 장애인의 이동성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 말장난과 꼼수만으로도 국민을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 돈 가치를 떨어뜨려 기업들 도와주겠다고 큰소리치더니 나라의 재산을 좀먹게 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실질소득만 줄어들게 생겼다. 장애인에게는 지금이 ‘오일쇼크’다. 국제유가 때문이 아닌, 정부와 대기업이 만든 ‘이상한 오일쇼크’에 장애인은 더 이상 갈 길을 잃어 울고 싶을 뿐이다.
다행히 정치 일각에서는 LPG 한계를 넘어서서, 장애인용 차량에 공급되는 모든 석유류에 대해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및 주행세를 면제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한다.
정부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사회 각층의 지도자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장애인에 대한 유류정책은 경제논리보다는 도덕논리로 푸는 것이 마땅하다.
*이 글은 에이블뉴스의 요청으로 관동대 경영대학 홍창의 교수가 작성한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을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연락을 주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