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쓰게 해줘서 고마워요"
개교 27주년 맞은 작은자야학의 존재 이유
1995년과 2006년, 두 차례의 철거 위기를 이겨내고 올해 개교 27주년을 맞은 작은자야간학교.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장애가 없는 이들도 있다. 작은자야간학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국내 유일의 통합야학이다.
작은자야학은 현재 인천시 부평구 십정2동 한 장애인생활시설의 일부 공간을 빌려 조립식 패널로 학교를 지었다. 방음도 전혀 안 되는 보잘 것 없는 건물이지만 지난 27년동안 이곳에서 수백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배움의 한을 풀었다.
지난 11월 1일 인천사회복지회관에서 열린 제27주년 개교기념식. 이날 현재 작은자야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 문영분씨와 교사 김원호씨를 소개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작은자야학이 어려움 속에서도 27년을 버텨온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영상이었다.
손녀딸 김보경(초등학교 5학년, 야학에서 선생님들로부터 과외수업을 받음) 양과 야학에 함께 다니고 있는 문영분씨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는데, 쓸 줄도 알고 읽을 줄도 알게 해준 야학 선생님들이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내 이름을 못 써서 설움이 많았다. 고생이 많았는데 작은자야학을 통해서 배웠다. 이제 은행 가서도 내가 써서 돈 찾을 수 있어서 좋다. 작은자야학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우리 할아버지(남편)가 하시는 말씀이 내가 못한 일을 작은자야학이 이뤄줬으니 야학에 찾아가서 선생님들을 모두 붙잡고 고맙다고 얘기해야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작은자야학은 나의 생명과 같은 곳이다."
인천대 국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원호 선생님은 현재 초등기초반과 초등진급반에서 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인천대 연극동아리 인인극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현재 연극 '비둘기사냥'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가 맡은 역할은 한쪽 다리를 절단한 노숙인이다. 연극 연습을 하던 도중 인터뷰에 응하는 김씨는 야학 생활 속에서 기억에 남았던 수업 내용을 소개한다.
"수업 내용 중에 게임을 갖고 가서 해봤었다. 끝말잇기 같은 게임이었다. 수업에서 나온 단어들을 칠판에 모두 써봤다. 처음에는 많은 학생 분들이 지루해 하시더니 나중에는 칠판에 써 있는 단어들을 보고 우리가 저렇게 많은 단어를 알고 있구나라는 것을 학생분들이 생각하면서 되게 기쁜 표정을 지었다. 승환씨께서 저 단어들 지우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우리가 저렇게 많은 단어를 알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즐거운 감정을 느꼈다."
김씨는 "야학 생활이 즐겁다"면서 "계속해서 야학 교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가 출연하는 연극은 오는 20일~22일 인천대 본관 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문영분씨와 김원호씨를 인터뷰하는 리포터로 등장한 이민구씨와 오연수씨는 현재 야학에서 교사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오연수씨는 야학에서 공부해 대학에 진학, 야학에 다시 돌아와 교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영상을 만든 이는 인천 노동자영상패 씨에서 활동하는 이기태씨다. 이씨도 작은자야간학교 교사 출신으로 작은자야학을 통해 장애인문제에 관심을 갖고 현재 장애인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