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꽃들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이유
시설과 그룹홈 거쳐 나만의 보금자리 마련
독립 공간,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행복
에이블뉴스는 장애인시설의 비리 운영과 인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고발된 이후에 주목한다. 비리 시설에서 살아왔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또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되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설에서 나오거나, 집에서 독립하려면 가장 먼저 살 곳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 노동에서 배제된 장애인들에게 거액의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는 현실성 있는 장애인 주택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에이블뉴스는 제28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는 특집을 진행한다.
[내집 마련 수난기]⑩부산시 북구 금곡동 임사랑(여·33)씨
어릴 적 대부분 시설에서 보냈다. 처음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8살까지 살아왔고 그러다가 8살이 되면서 학교를 가야했다. 그래서 나는 울타리 없는 감옥으로 보내져야만 했다. 그곳의 생활은 숨이 막히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 울타리 없는 감옥은 자유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는 곳 이었고 그런 곳에서 20년이란 시간을 보내야했다. 인생에서 가장 꽃을 피우는 시기를 나는 그곳에서 허비했었다.
커 가면 커갈수록 자립을 원하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15년 동안 자원봉사를 나온 교회 사모님이 나에게 그룹홈을 권유하셨고 나는 너무나 기뻐서 하겠다고 했다. 근데 시설에서 가지마라고 강요했다. 나는 당당하게 나간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룹홈으로 옮기게 되었다. 3년 동안 살았다. 친구, 언니, 오빠, 동생들과 함께 돈도 모으기 시작했었다. 행복했지만 그곳에서의 자립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얼마 뒤 나는 밀알선교단의 노경수 간사님을 알게 되었다. 그분은 나에게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추천해 주었고 그곳에서 주현이 영희를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이 자립의 꿈을 이룰 친구들이었다. 귀연 언니는 연산동에 있는 그룹홈에서 알게 되었다. 동생들과의 생활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곳은 평안함과 자유와 행복이 있었다. 우린같이 시장이란 곳도 다닐 수 있었고 영화도 함께 보며 즐거워 할 수 있었다. 꽃이 활짝 피는 봄이 오면 예쁜꽃 구경도 갈 수 있었고 태양이 밝게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계곡으로 바다로 시원한 피서도 즐길 수 있었으며 선선한 가을엔 신선한 공기를 쐬러 밖으로 나갈 수도 있는…. 그런 행복한 곳이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드디어 혼자 자립하게 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무섭기도 했다. 오랜 시간동안 혼자 있는 것은 상상해 보지도 않은 일이었고 경험해 보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평생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고 혼자라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굳게 다잡았었다. 나는 체험 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 날은 설레기도 떨리기도 한 날이었다. 활동보조인들과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 사람들 도움으로 이사는 별 문제없이 진행되었고 지금은 이사한지 2달이 넘었다.
처음엔 무척이나 어색하고 이상했던 그 느낌들이 지금은 마냥 행복하다. 나도 내 생활이란 것을 가지게 되었다. 친구들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고 생활의 불편함은 활동보조인 도움이 있어 그리 불편함은 느끼지 못한다. ‘너무 행복해요~!’
이제 5월이 넘어 벌써 6월이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절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갔고 세상들도 예쁘게 피어나고 있다. 창밖을 보면 푸르름이 가득하다. 요즘은 사람들이 다들 거리로 나와 봄을 느끼면 행복해하고 있다. 나 역시도 거리로 나갈 때마다 꽃들을 보며 행복을 느끼곤 한다. 내 삶엔 행복과 자유가 있고 내 주위엔 좋은 사람들이 있으며 나는 아직 젊다.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비록 어릴 때 행복하지 못한 삶이었지만 지금은 그 행복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다. 내 삶은 지금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과 같다. 나는 지금 내 집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이 글을 보내주신 임사랑(여·33)씨는 부산시 북구 금곡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제28회 장애인의 날 특집으로 ‘나의 내 집 마련 수난기’ 공모를 진행해 현재 릴레이로 수기를 연재하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