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와 화개장터

꽃잔치로 활기찬 쌍계사 벗꽃길과 화개장터

2008-04-13     칼럼니스트 정재은
섬진강변의 벚꽃. ⓒ정재은

산 넘어 남쪽에는 꽃들의 향연으로 아우성스럽다. 화창한 봄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사방이 꽃 천지이라 우리들의 마음이 산들산들 꽃바람에 흔들린다.

주말이면 사람들 모두 꽃들을 찾아 가족들과 나서고 있는데 산 넘어 남쪽에는 어떠하랴.

사실 벚꽃하면 유명한 곳들이 많기도 하지만 원조 격에 가까운 명승지중의 한 곳이 쌍계사 벚꽃길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내 어린유년시절부터 들어왔던 그 유명세 때문이다.

하동인터체인지를 나와서 구례방면으로 섬진강을 따라나서면 길은 모두 벚꽃 터널이다. 5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섬진강변 30-40km를 하얀 꽃 터널로 장식하고 있다. 하얀 길은 길가에도 강 건너에도 함께 한다.

쌍계사로 올라가는 화개동천변의 벚꽃. ⓒ정재은

쌍계사 방향으로 들어가는 길에서는 꽃길이 절정을 이루나 좋은 구경이니만큼 차량과 인파에 앞뒤로 막혀버린다. 그러나 여기서 만큼은 움직이지 않는 차량행렬이 고맙게 느껴졌던 건 창문너머 보이는 꽃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쌍계사 대웅전. ⓒ정재은

쌍계사는 쌍계사(雙磎寺)는 신라 성덕왕 21년(722년) 대비(大悲), 삼법(三法) 두 화상께서 선종(禪宗)의 육조이신 혜능스님의 정상을 모시고 귀국, "지리산 설리갈화처(雪裏葛花處 : 눈 쌓인 계곡 칡꽃이 피어있는 곳)에 봉안하라"는 꿈의 계시를 받고 호랑이의 인도로 이곳을 찾아 절을 지은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 뒤 문성왕 2년(840년) 중국에서 선종의 법맥을 이어 귀국하신 혜소 진감(眞鑑)선사께서 퇴락한 삼법스님의 절터에 옥천사(玉泉寺)라는 대가람을 중창하시어 선의 가르침과 범패(梵唄)를 널리 보급하시었으니 후에 나라에서 ‘쌍계사’라는 사명을 내렸다. 그간에 벽암, 백암, 법훈, 만허, 용담, 고산스님의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동안 고색창연한 자태와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쌍계사 내에 있던 장애인 화장실. ⓒ정재은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주차장 입구에서 부터 길가의 턱을 경사로로 많이 바꾸어 놓아 휠체어의 사용이 용이하다는 것과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국내 관광지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많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인지 내가 반가움을 느꼈던 사실이기도 하였다.

쌍계사로 올라가는길에 함께하는 녹차밭. 쌍계사는 벚꽃만큼 녹차가 유명하다. ⓒ정재은

구례와 쌍계사 주변은 특히 야생녹차로도 매우 유명한 곳이다.

화개동천의 양옆 산등성이로는 화개 사람들의 밥줄인 차나무가 산록에 아무렇게 널브러져 자란다. 이 야생차밭은 화개장터 동서 산록에서부터 쌍계사를 지나 범왕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따라 12㎞나 뻗어 있다.

 

화개는 1년 내내 비가 오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남원은 폭설인데 산 넘어 화개에서는 비가 내린다. 이 비는 한겨울에도 차밭을 푸르게 하는 양분 역할을 한다. 차나무는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 소담스러운 흰 꽃을 피우는데 이 꽃이 지고 나면 동백 같은 동그란 씨를 맺는다.

쌍계사에 바라본 녹차밭 전경. ⓒ정재은

이런 기후에서 자란 화개차는 향기가 짙고 빛깔이 뛰어나다. 맛 또한 연하고 부드럽다.

이곳 사람들은 그 맛을 어머니 젖 맛에 비유할 만큼 자연에 가까운 빛과 향을 지니고 있다. 겨울 산록을 짙푸르게 물들이고 있는 차밭을 둘러보며 화개에서 차로 10분쯤 올라가면 쌍계사 다리와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곧장 위로 올라가면 칠불사와 대성골이 나오고, 다리를 건너가면 쌍계사다.

화개장터의 풍경. ⓒ정재은

19번 국도에서 상계사로 빠지는 삼거리쯤이 그 유명한 화개장터이다.

화개장터라는 이름은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구례군과 하동군의 경계에 있는 화개장터는 섬진강을 이용하는 수운 때문에 발달한 장터였다.

화개장이 한창일 때는 남해 거제 삼천포 등 남해안의 해산물이 이곳까지 실려와 구례 남원 함양 등지의 내륙 농산물, 지리산에서 나오는 임산물들과 교환됐다.

장터 내부. ⓒ정재은

광복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7대 시장 중의 하나로 손꼽혔던 곳이지만 지금은 버스정류장을 가운데 두고 몇몇 상가들이 늘어서 있는 한가로운 면소재지 마을에 불과하다.

번성했던 장터는 찾아볼 수 없고 인위적으로 급조해 놓은 장터와 '화개장터' 노래시비만 있을 뿐이지만 장날에 맞추어서 간다면 장터 본연의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의 행렬로 북적인다.

하얀 꽃비가 내리는 4월의 축제는 내리는 비처럼 제 몸을 다하고 푸른 실록으로 사라질 것이고 나는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 그리고 푸른 녹차밭, 아련한 섬진강을 마음에 고이 담고 돌아왔다.

하동군 화개면의 꽃 잔치들. ⓒ정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