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먼눈으로 찔린 가시를 뽑으려

2007-02-28     칼럼니스트 김남숙
산초나무 가시. <사진: 칼럼니스트 김남숙>

가시

- 김남숙(숲해설가 & 시인) -

내 안에는 가시가 있다.

참으로 많은 가시가 있다.

위안이기도 한 가시는 때로 나를 찌르고

내 안의 상처는 아물 날이 없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가시를 만드는 일인가?

먼눈으로 찔린 가시를 뽑으려

생살을 파나니.


어린 아카시나무는 가시가 많습니다.<사진 : 칼럼니스트 김남숙>


가시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숙한 나무가 되면 가시를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어린 나무에는 온통 가시 투성입니다.

큰 나무가 되면 가시를 버리는 아카시나무를 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저렇게 가시를 버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탱자나무 가시와 원줄기 사이에서 꽃이 피고 잎이 나며

아카시아나무의 날카로운 가시와 가시 사이에서 작은 가지가 나옵니다.

가시는 새로운 것을 잉태하기 위한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시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그 가시가 만드는 일이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

좋은 결실을 맺을지 기대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가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주고 배려해 주며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내가 가진 가시에 찔려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크게 자란 아카시나무는 가시가 없습니다. <사진 : 칼럼니스트 김남숙>


찔레나무 가시. <사진 : 칼럼니스트 김남숙>


엄나무 가시. <사진 : 칼럼니스트 김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