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외면한 장애인 민생법안 55개

■창간4주년 기획특집-②실태조사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장애인 관련 입법안은 55개에 달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이 23개로 가장 많고, 문화관광위원회 10개, 교육위원회 8개, 법제사법위원회 5개, 환경노동위원회 4개, 건설교통위원회 1개, 행정자치위원회 1개, 산업자원위원회 1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1개 등의 순이다.

이중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사회적 기업 설립법안 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 주무 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는 사실상 장애인 입법안을 심의하는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에이블뉴스는 창간 4주년을 맞아 정부와 국회에서 외면하고 있는 장애인 입법안들이 어떠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살펴봤다.

보건복지위에만 23개 제·개정안 계류

장차법, 기본법, 복지법 등 현안 다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 중 장애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법안은 단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안'이다. 지난 2005년 9월 20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 37인이 발의한 이 법안은 장애인계가 3년여에 걸쳐 전국 장애인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만든 것이다.

장애인 국회의원인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도 눈에 띄는 법안이다. 두 의원은 비슷한 시기에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기 위한 TFT를 가동했고, 거의 동시에 장애인의 자립생활 패러다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두 의원의 TFT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작업에만 관여한 것이 아니다. 장향숙 의원의 TFT는 장애인소득보장법 제정안도 만들어 지난 3월 7일 국회로 보냈다. 장애에 따른 추가적 비용과 소득활동의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각종 수당을 도입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정화원 의원의 TFT는 장애인기본법 제정안을 만들어냈다. 지난 2005년 12월 28일 발의된 이 법안은 정 의원이 동시에 내놓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안과 연동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기본법 역할을 해온 장애인복지법을 서비스법으로 역할을 바꾸고, 보다 확실하게 기본법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애인기본법을 다시 만들자는 취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개혁을 위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개정안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법안의 개정도 역시 장애인 국회의원인 장향숙 의원과 정화원 의원이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모금한 성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배분, 관리될 수 있도록 각종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만 11개가 계류되어 있는데, 이중 가장 최근인 11월 14일 발의된 현애자 의원의 개정안이 역시 사회복지계 전반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익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인 이 법안으로 인해 사회복지계에는 현재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외에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을 뒷받침하기 위한 손봉숙 의원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2005년 10월 24일 발의), 중증장애인 생산품의 우선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정화원 의원의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안(2006년 4월 11일 발의), 화재 및 비상재해시 장애인들의 생명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2005년 10월 14일) 등의 개정안이 있다.

시·청각장애인 접근권 확보가 대부분

문화관광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들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접근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방송법 개정안이 3개, 저작권법 개정안이 3개,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개정안 2개, 영화진흥법 개정안 1개, 출판및인쇄진흥법 개정안 1개 등 총 9개다.

먼저 장향숙, 노웅래, 정화원 의원이 나란히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은 장애인의 시청 지원을 위한 방송사업자의 의무를 담고 있다. 특히 자막방송과 수화통역 방송의 의무화를 담아 시·청각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방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엄호성, 정화원, 구논회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모두 시각장애인의 저작물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시각장애인의 학습을 위해 텍스트 파일의 복제·배포 또는 전송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만들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로만 복제·배포되는 것을 스크린리더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호환된 방법으로 제작·배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외에 영화진흥법 개정안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한글자막을 입히도록 하는 내용,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개정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국립도서관을 설치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 출판 및 인쇄진흥법 개정안은 장애인복지시설이 점자 출판 또는 인쇄를 하는 경우 건축법상 시설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애인교육지원법 연내 통과 불가능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8개의 법안 중 장애인계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법안은 단연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을 비롯한 229명의 국회의원이 지난 5월 8일 공동 발의한 ‘장애인의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안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7월 말까지 국회에 특수교육진흥법 전면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던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어 상임위 내에서 심의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를 규탄하는 장애인교육권연대의 투쟁은 계속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외에 7개의 개정안 중 6개가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인데, 특수교육보조원 배치 근거를 만드는 것을 비롯해 중앙특수교육지원센터의 설치, 장애성인 교육지원 강화, 치료교육 담당 영역 재설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나머지 1개의 법안은 특수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법안으로 특수교육기관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것으로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3월 2일 발의된 법안으로 교육관련 법안 중 가장 오랫동안 계류되어 있는 실정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만 3개 계류 중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5개의 법안 중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발의한 성년후견에 관한 법률안은 정신질환, 정신적 장애, 신체적 장애로 인해 자기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리할 수 없는 사람은 성년후견인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3개가 계류되어 있는데, 먼저 장향숙 의원의 개정안은 형사절차상 장애인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각종 방안을 담고 있으며, 정화원 의원의 개정안은 불구자라는 용어를 장애인이라는 용어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계진 의원의 개정안은 재판시 청각장애인 방청객을 위해 수화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도 2개가 계류되어 있는데, 두 개정안 모두 저항이 곤란한 장애인에 대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강간 또는 강제추행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사회적기업 설립법안만 본회의 상정 예정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 4개 중 2개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인데, 최구식 의원의 개정안은 남성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이 동등한 비율로 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으며, 한선교 의원의 개정안은 고용장려금 부정수급 적발시 지원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징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머지 2개 법률은 한나라당 진영 의원이 2005년 12월 9일 발의한 ‘사회적 기업의 설립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과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이 2006년 3월 28일 발의한 ‘사회적 기업 지원법안’으로 모두 사회적 기업의 설립과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이 두 법안을 병합 심의해 만든 대안이 지난 11월 24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유일한 법안이다.

도시가스 장애인 할인 법안도 계류

건설교통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이호웅 의원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은 장애인 할인으로 발생한 비용을 정부가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장애인 할인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행정자치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장향숙 의원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청각장애인도 1종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산업자원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이계진 의원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수급권 장애인과 차상위계층 장애인에 대해 도시가스요금을 할인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이상경 의원의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 개정안은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한 정보통신서비스나 정보통신기기에 관한 지침 등의 고시, 조서공표 및 인증의 법적 근거를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다음은 에이블뉴스가 창간4주년을 맞아 조사한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장애인 입법안 55개의 명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