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입법안 국회서 잠자고 있다
55개 법안 계류 중…연내 통과 가능 법안 1개뿐
내년부터 대선 정국…‘유리할까, 불리할까?’ 긴장
■창간4주년 기획특집-①서문
장애인계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법안들이 국회와 정부의 무관심으로 폐기 처분될 위기에 처했다. 에이블뉴스가 창간 4주년을 맞아 실시한 장애인입법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는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의 사회적 기업 설립법안이 유일한 실정이다.
지난해 9월 20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로 넘겨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안’은 벌써 1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올해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심의는 시작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국무총리는 수차례 공식 석상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정권 말기가 다 되도록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입법계획은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경제계마저 반대를 선언하고 나서 사면초가다.
자립생활 패러다임 도입을 위해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도 1년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비슷한 취지로 지난 5월 17일 발의된 장향숙 의원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도 빛을 못보고 있다.
장애인계 주요 단체들이 ‘장애인복지법 개정 및 생존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연대(이하 공동투쟁연대)’를 꾸려 지난 11월 6일부터 국회의사당 건너편에서 천막농성까지 벌이고 있지만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4일부터는 단식농성까지 시작됐다.
헌정사상 최대의 인원인 국회의원 229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5월 8일 국회에 발의된 ‘장애인의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교육위원회에서 안건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장애인교육주체들이 특수교육진흥법의 폐기를 염두에 두고 2년여에 걸쳐 만든 새로운 장애인교육법안이다.
정부에서 지난 7월말까지 특수교육진흥법 전면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장애인교육지원법안과 병합심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측이 한명숙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일정상 만나기 곤란하다”는 답변뿐이다.
현재 국회에 쌓여있는 장애인관련 법안은 이것들만이 아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장애인관련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23개, 문화관광위원회 10개, 교육위원회 8개, 법제사법위원회 5개, 환경노동위원회 4개, 건설교통위원회 1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1개, 행정자치위원회 1개, 산업자원위원회 1개 등 55개다.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기 위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청각장애인의 재판, 수사과정에서의 수화통역 지원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특수교육기관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특수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법안 등 대부분이 시급성을 요하는 현안들이다.
반면 17대 국회에 들어서 통과된 장애인관련 입법안은 11개밖에 없는 실정이다. 장애인 의무고용 적용제외율을 폐지한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기업 활동을 하는 장애경제인을 지원하기 위한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등.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장애인관련 법안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에 접어 들어들 전망으로 장애인관련 입법안들의 통과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리하게 작용할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애인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는 “사실상 내년 대선정국이 시작되면 장애인관련 입법안들은 정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며 “내년 초까지 장애인관련 입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국회 통과 가능성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장애인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