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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3년 특수교육보조원제 겉돈다
특수교육보조원 관련 역할규정 없어 혼란 심각
보수, 지위 문제도 심각…법적 제도화 시작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04-21 13:58:55
지난 15일 '전국부모결의대회'에서 한 학부모가 들고 나온 '특수교육보조원을 제도화하라'라고  적힌 피켓 모습. <에이블뉴스>
▲지난 15일 '전국부모결의대회'에서 한 학부모가 들고 나온 '특수교육보조원을 제도화하라'라고 적힌 피켓 모습. <에이블뉴스>
초등학교 통합학급에서 2년째 특수교육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특수교육보조원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고 말한다. A씨는 정규수업시간에 교사가 제공한 장애학생용 수업과제로 장애학생들을 따로 지도한다. 하지만 한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교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사가 행정업무로 바쁘거나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면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등 전체 반 아이들을 통솔해야한다.

담임교사는 A씨를 믿고 그러는 것인지 수업시간에도 개인 업무에 몰두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A씨는 장애학생들을 학습시키는 일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A씨는 요즘 들어 “내가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내 본무가 대체 뭔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중학교 통합학급에서 지체장애 아이를 보조하고 있는 B씨는 수학여행을 앞두고 불쾌한 경험을 했다. B씨는 담임교사로부터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는 게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B씨는 아이가 수학여행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설레어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수학여행은 당연히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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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은 보조원이 수학여행에 가게 되면 방 배정 문제도 그렇고 아이들이 부담스럽게 생각하니 불편할 것이라며 참석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B씨는 담임교사에게 수학여행에 가지 않겠다고 했고, 결국 아이도 수학여행에서 빠졌다. B씨는 “특수교육보조원을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이 역시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선생님들이 보조원을 일종의 감시자로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뇌병변장애아이를 보조하고 있는 C씨는 아이를 보조하면서 불쾌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아이의 등교에서부터 과제까지 C씨가 다 챙겨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C씨가 보조하고 있는 뇌병변장애 1급으로 행동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 지각을 하기가 일쑤였고, 과제물을 제때 내지 못할 때가 많았다. C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에게 정이 들어 남의 아이같지 않은 마음에 이것저것 챙겨주기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아이의 등교지도에서부터 과제물 제작까지 아이의 부모가 해야 할 일들을 C씨가 도맡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는 C씨가 아이를 데리러 아이의 집에 가면 아이의 엄마가 “얘가 숙제를 다 못해서요”하며 C씨에게 과제물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고, 아이가 이걸 해내지 못하면 선생님에게 혼 날 것이 뻔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C씨는 거절을 할 수가 없어 아이를 대신해 과제를 할 때가 있다. C씨는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닌데…. 이 사람들이 나를 아이의 개인교사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시행착오 겪고 있는 특수교육보조원

지난 8일 장애인교육권연대 주최로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특수교육보조원 제도화 방안 간담회 모습. <에이블뉴스>
▲지난 8일 장애인교육권연대 주최로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특수교육보조원 제도화 방안 간담회 모습. <에이블뉴스>
특수교육보조원이 교육현장에 배치된 지 3년째를 맞고 있다. 특수교육보조원들은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하고 있었다. 앞에서 제시된 사례들은 지난 8일 장애인교육권연대 주최로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특수교육보조원 제도화 방안 간담회에 참석한 특수교육보조원들이 들려준 자신의 경험담이다.

이날 간담회는 특수교육보조원, 특수교사, 장애아학부모 등이 참석해 특수교육보조원에 대한 각각 의견을 털어놓는 자리가 됐다. 특수교육보조원 문제로 얽혀있는 현장 당사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탓인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교육부는 특수교육보조원 운영방안을 통해 특수교육보조원의 역할을 ‘특수교육 대상학생의 개인욕구 지원’, ‘특수교육 대상학생의 교수, 학습활동지원’, ‘특수교육 대상학생의 문제행동 관리 지원’ 등 3가지 역할로 규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특수교육보조원들에 의하면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특수교육보조원의 역할이 운영방안에 규정된 것처럼 시행되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교육권연대가 밝힌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특수교육보조원 역할은 용변지도, 식사지도 등 학생의 신변처리 업무 즉 개인욕구지원 부분에 치중하고 있었으며 학습활동지원의 경우는 체육시간이나 미술시간에만 참석해 보조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외에 학교 측에서 특수교육보조원제를 악용해 특수교육보조원을 임용한 뒤 학교행정업무를 맡기거나 학교의 잡무를 담당하게 하는 등의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왜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가?

현행 특수교육보조원제는 이제 시행 3년을 넘겼지만, 교사, 학부모, 특수교육보조원 등 관련자들이 특수교육보조원의 역할이나 필요성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원인이 있었다. 현재 특수교육보조원의 역할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다른 보조인력(예를 들어 특수학교 기숙사의 생활지도원 규정)과는 달리 관련 법률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학교계약직의 신분으로 특수교육보조원을 선발하고 있으면서도 학교회계직원 근무유형에 특수교육보조원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특수교육보조원제는 법률적 근거가 미비한 상태에서 각 시․도교육청의 개별적인 운영계획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 각 시․도별로 임금수준이나 직무연수규정 등에 차이가 있으며 특수교육보조원의 역할이나 지위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특수교육보조원 업무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법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날 간담회의 결론이었다. 장애인교육권연대 도경만 대표는 “지금처럼 특수교육보조원의 존립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만에 하나 교육부가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특수교육보조원제를 폐지한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특수교육보조원제를 법을 통해 정착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도 대표는 법 제정을 위해서는 “부모에 따라, 교사에 따라 필요로 하는 보조원의 역할이 다를 것이다. 우선 각 주체가 생각하는 특수교육보조원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법적인 제도로 어떻게 정비를 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나올 수 있다”며 “특수교육보조원제에 대한 현장 관련자들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특수교육보조원의 역할 규정에 대해서는 “뇌성마비 아이의 경우 활동보조만 지원되면 학습에 무리가 없으며 청각장애아동의 경우는 수화통역만 있으면 충분히 학습이 가능하다. 다양한 형태의 보조원 역할을 마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현재 특수교육보조원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수교육보조원 인력을 확충하는 일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유미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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