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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은 이제 조종당하지 않는다”
제3회 장애여성의 날…‘장애여성 잔혹사’ 중단 촉구
“장애여성 삶의 선택권 보장해야…운동권도 반성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04-18 11:34:32
장애여성의 삶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장애여성공감 박주희씨 모습.
▲장애여성의 삶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장애여성공감 박주희씨 모습.
“난 더 이상 리모컨들에 의해 조종당하지 않을꺼야!”

장애여성공감 박주희씨는 장애여성에게 수동적 삶을 살도록 요구하는 가족, 남편, 사회 등을 삶을 조종하는 리모컨이라 규정하고 스스로의 의지와 연대를 통해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담은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 퍼포먼스는 지난 16일 오후 4시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 도로에서 ‘몸으로 쓴! 장애여성 잔혹사’라는 이름으로 제3회 장애여성의 날 행사에서 소개됐다.

제3회 장애여성의 날 행사는 장애여성공감이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과 함께 매년 열고 있다. 올해는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서울대장애인권연대사업팀,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고대장애인인권위원회, 한국자립생활네트워크협의회, 전국 학생연대회의 등이 기획단체로 참여했다.

이날 사회를 맡았던 성북자립생활센터 소속 문애린씨는 “장애여성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온 몸으로 부딪혀 깨져야 한다. 최옥란 열사가 투쟁하다 돌아가신 것처럼 장애여성의 삶은 그토록 처절하다”며 “장애라는 이유로, 그리고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문제에 대해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내고자 이번 행사를 열게 됐다”고 취지를 소개했다.

올해 타이틀로 정해진 ‘몸으로 쓴! 장애여성 잔혹사’는 장애여성이 삶의 과정에서 부딪히는 빈곤, 폭력, 차별 등 여러 가지 문제들과 장애운동 안에서 장애여성이 자리를 잡고 활동해나가는데 어려운 점들을 표현하고자 하는 말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는 모든 사람에게 있다. 그러나 2005년 오늘, 우리는 삶을 결정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결정할 수 없고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장애여성은 숨쉬고 있다는 것조차 주장해야 한다”며 “장애를 가진 여성이기에,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당연한 권리를 빼앗기고 살아온 삶, 그 이야기들이 바로 ‘몸으로 쓴! 장애여성 잔혹사’”라고 밝혔다.

이제 이들은 독립을 주장한다. “장애를 가진 여성에게는 무엇도 선택할 권리가 없다는 인식, 장애여성의 활동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활동보조제도, 장애여성에게 맞는 교육에는 관심도 없는 정부의 태도, 장애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정책으로 인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없었다. 이제는 전 생애적으로 빼앗겨 온 선택권을 되찾겠다”

또한 이들은 운동사회 내에 존재하는 성별 위계와 성폭력을 지적했다. 장애여성공감 김상희씨는 “일부 남성활동가들은 장애여성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권위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 여성장애인에게는 총무나 사무경리같은 일을 맡기고 대외적인 업무는 남성장애인들이 맡고 있다”며 “이러한 일들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서도 “장애여성의 주장은 부차적인 것이 아닌 인정해야할 차이임을 운동사회는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참석한 IL협의회 이경희 간사는 “가장 고립된 장애여성의 삶이 인권을 지향하는 삶으로 보장된다면 차별이 없는 평등한 삶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여성의 몸으로 차별에 저항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이날 장애여성들이 내놓은 요구사항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대상에 장애여성의 현실을 반영하라!
- 혈연가족 중심의 정책에서 개인 단위로 지원을 바꾸어 장애여성의 독립적인 삶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장애여성의 자립생활에 제도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라!
- 성인지적 관점을 갖춘 자립생활센터와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한다.

▲100인이상 기업체의 장애인의무고용율을 5%로 확대하고 50%를 장애여성에게 할당하라!
- 상대적으로 교육의 기회가 적은 장애여성이 노동할 수 있도록 의무고용 확대와 할당제를 요구한다. 특히 중증장애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장애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 초중고 교육 무상 실시, 장애여성에게 맞는 학교 시설 설치, 접근 가능한 구조 변경, 교과과정의 성차별적 인식 개선, 교사들에게 장애여성 인권교육을 실시 등을 통해 장애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장애여성의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라!

- 장애여성 성폭력상담소에 대한 지원과 장기 쉼터, 생활보장 등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여 정신지체여성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해결과 치유를 정책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 형사법 절차에 있어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을 시정할 것을 요구한다.
- 장애여성 가정폭력 전문상담소 및 피해자 쉼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 실태조사 및 치유프로그램 개발할 것을 요구한다.


충북여장연의 사물놀이로 제3회 여성의 날 행사를 시작했다. <에이블뉴스>
▲충북여장연의 사물놀이로 제3회 여성의 날 행사를 시작했다. <에이블뉴스>
참석자들이 문화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참석자들이 문화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김유미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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