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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모금회, 지정기탁제도 엉뚱한데 활용
회관매입 자금 확보 때 이용…“적법했다” 주장
기탁금 상당수 용도 사후지정…배분사업 차질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04-06 17:52:55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제27조에는 기부금품의 기부자는 배분지역·배분대상자 또는 사용용도를 지정할 수 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그 지정취지에 따라 기부금품을 사용해야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법이 정한 이 제도는 일명 ‘지정기탁제도’라고 불린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회관이전과 관련해 이 지정기탁제를 악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복지부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제도의 관리와 운용도 부실한 형편이었다.

‘불법이냐, 적법이냐’가 핵심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정기탁제도를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지적의 핵심은 기업측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한 이후에 추후에 다른 명목으로 사용 용도를 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복지부는 해당 금액 40억원의 환원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곧바로 반박했다. 특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들 기업이 회관 용도로 지정 기탁한 40억원은 일반성금과는 분명히 구별하여야 하는데도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런 기부자의 의사를 무시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감사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과연 누가 옳은 것인가? 아니 누가 적법한 것일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탁된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및 정관에 의해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지정한 용도에 사용하는 것이 적법한 것”이라며 이번 문제를 ‘불법이냐? 적법이냐?’로 몰고 가고 있다. 이 발언은 마치 ‘보건복지부가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적법과 불법을 운운하지는 않았다. 복지부는 감사결과에서 “기업들의 지정기탁은 당초부처 예정된 기탁이라기보다는 모금회의 요청에 따라 추후 이뤄진 것이며, 이는 불우한 소외계층을 돕는다는 이웃돕기성금의 모금 및 배분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회관매입을 위해 지정기탁제도를 이용한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적법 여부로만 따지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자신들의 주장처럼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것. 그렇지만 ‘회관매입을 위해 지정기탁제도를 이용해 이웃돕기성금을 빼냈다’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는 없다. 복지부 감사결과는 바로 이 지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사후 용도 지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사실 지정기탁금이나 물품의 용도를 사후에 지정하는 것에 따르는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복지부 감사결과, 상당수의 기업들이 기부금의 사용용도를 구체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일괄 지정기탁 한 후 그 사용용도를 사후지정하고 있어 배분사업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003년 12월부터 2004년 1월까지 총 221억8천만 원을 지정기탁 받았다. 이중 5천만 원 이상의 고액 지정기탁자는 24개 업체에 111억7천200만원이었는데, 27%에 달하는 44억9천900만원이 2005년 2월 현재까지 배분되지 못한 상태였다.

또 한 업체에서 지난 2003년 지정기탁한 50억 원의 경우도 14개월이 지난 2005년 2월 현재까지 사용용도가 지정하지 않아 5억5천만 원이 집행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같은 업체가 지난 2004년 2월 8일 지정 기탁한 80억원도 복지부 감사 때까지 구체적인 사용용도가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004년 12월 소년소녀가장돕기 및 장학기금 목적으로 517만2천원을 지정기탁 받았으나 이를 일반성금으로 처리하기까지 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지정기탁금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기부자와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지정기탁금의 사용용도를 사전에 지정케 하거나, 고액기부에 따라 일시에 사용용도를 지정하기 곤란한 경우 일정기한 내에 용도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 일반성금으로 전환하는 등 지정기탁제도가 당초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품 지정기탁 관리 부실도 드러나

현금이 아닌 물품으로 지정기탁을 받는 경우, 그 물건의 상태 및 사용용도, 물품의 수요처 등을 꼼꼼하게 검토해야하는 것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역할이다. 하지만 복지부 감사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유효기간이 짧거나 대상자의 수요에 맞지 않는 물품이 기탁되도록 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004년 6월 2일 한 식품업체로부터 노인복지 생활자를 위한 영양보충 등 2개 제품(1억1천735만5천원 상당)을 지정기탁 받았으나 유통기한이 2004년 9월 15로 잔여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 실정으로 배분과정에서 유통기한 경과가 우려됨에도 이를 기탁 받아 248개 노인시설에 배분했다.

또 2004년 12월 13일 제화업체로부터 신발 6천128족(2억2천700만원 상당)을 지정 기탁 받아 자활후견기관협회를 통해 자활사업장 242개소에 배부했으나 자활참여자 대부분이 40~50대로 기탁 받은 20대용 부츠형 신발에 대한 수요자가 없어 재고로 보관 중이었다.

복지부는 “지정기탁 물품을 수령 및 배분할 때에는 물품의 상태와 유효기간 및 사용처 등을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선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장섭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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