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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이에게 자립심을 키워 주세요"
한창 사춘기인 딸을 둔 민정 어머니에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04-04 11:48:45
"요즘 아이가 이상해요. 그동안 학교에 잘 나가던 애가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없다고 학교에 가기 싫어해요. 애가 몸은 그래도,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 친구가 항상 잘 보살펴 주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아주머니로부터 이러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중학교 2학년, 1학년이 된 연년생인 두 딸을 키우고 있는 분으로,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둘째딸 민정이가 다섯 살 때, 심한 열병을 앓고 난 뒤 소아마비에 걸린 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몸이 불편한 둘째딸 걱정을 하며 사는 분이셨다.

작은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담임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이 제 아이를 놀리지 않게 관심을 가져 달라" 고 부탁을 했고, 아주머니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 선생님들은 "민정(가명)이를 놀리지 말고 불편한 것이 있으면 잘 도와 달라" 고 아이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던 것은 물론, 반 아이들 중 몇 명을 뽑아 민정이를 잘 보살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민정이 어머니는 틈틈이 이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민정이를 계속 잘 부탁한다" 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 후 민정이는 자신을 도와주는 아이들에게 많은 보살핌을 받았다. 등 하교시에 책가방을 들어주고, 화장실에 갈 때도 함께 가는가 하면, 급식 시간에 민정이 대신 밥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계단이 많아 이동이 힘들던 특별활동 시간에도 민정은 아이들 덕분에 전처럼 힘들지 않았다. 민정이는 물론 가족들에게는 마음의 커다란 짐을 던 것처럼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민정의 학교 생활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6년간 그다지 큰 변화 없이 민정을 도와주던 이들이 하나 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며, 장애 때문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지 못해, 민정을 도와주는 일이 초등학교 동창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한참 사춘기인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된 것이다.

각자 준비해야 할 준비물이 많았던 날 아침, 민정의 팔을 잡고 계단을 올라가던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들에게 "우리가 민정이를 잡아주고 있으니까 우리 신발주머니라도 교실까지 좀 들어 줄래?"라며 도와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우리도 가방 장난 아니게 무겁거든? 그리고 민정이는 너희들이 맡아서 보살펴주는 애잖아 니네들이 알아서 해"라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어느 새 반 아이들은 민정을 함께 도와줘야 할 같은 반 동료가 아닌 원래 보살펴주던이들만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민정의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도와주던 이들. 심지어 생리를 할 때 함께 화장실에 가서 어려움을 해결해주던 친구들이 돌아서면서 급기야는 학교에가기 싫다는 말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그동안 민정이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전해듣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후 돌아가는 내 마음은 답답하기만 했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를 도와주는 일을 '반 전체 아이들의 과제'로 생각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지 못한 민정이 어머니의 교육관 때문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민정이에 대한 반 아이들의 태도가 호의적이어야 하는데, 평소에 항상 같이 다니던 아이들 외에 다른 이들을 친구로 사귈 생각을 하지 못했던 민정이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만약 민정이가 다른 아이들과도 마음을 열고 지냈더라면 그리고 민정의 어머니가 "네가 몸이 불편해도 기 죽지 말고 다른 애들하고 이야기를 나눠 보라" 며 대인 관계에 여러 가지로 조언을 해줬더라면 그래서 민정이 "내가 몸이 불편한데 앞으로 잘 부탁해"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심리적 자립심을 길러 주었더라면 친구가 없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자원봉사자들이 몸이 불편한 이들과 함께 등산이나 쇼핑, 영화 보기 같은 사회 체험 행사를 할 때 그 행사를 주관하는 복지관들에서는 그들이 어느 한 사람 혹은 몇몇에게만 말을 거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한 사회적 어울림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민정이와 같은 장애학생들이 학교나 혹은 기타 집단에서의 적응 여부는 얼마나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디에서든지 특정한 몇몇만을 지나치게 의지할 때. 이것은 상대로 하여금 부담감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일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 중에도 힘들게 장애아를 키우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써 그분들께 부탁드린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특정인만을 의지하게 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부담감을 잘 견딜 수 있는 어른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그저 아이일뿐입니다."

*정현석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이자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입니다.

정현석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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