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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당사자의 힘을 믿어라"
마르카 브리스토에게 배운다①
장애인 자립생활과 우리의 비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03-30 09:44:16
우리의 비전과 자립생활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마르카 브리스토씨. <에이블뉴스>
▲우리의 비전과 자립생활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마르카 브리스토씨. <에이블뉴스>
“물 컵에 물이 반쯤 차 있을 때, 반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미국에서는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 할 때 이 예를 들곤 한다. 인식을 바꾸는 것이 바로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의 출발점이다.”

지난 28일 정립회관 강당에서 열린 2005 한·미장애인자립생활워크숍(정립회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공동주최)에서 ‘우리의 비전과 자립생활’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마르카 브리스토(52·Marca Bristo)씨는 어디서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예를 들어 자립생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했다.

마르카 브리스토씨는 23살이었던 1977년 다이빙 사고로 목뼈를 다쳐 장애인이 됐다. 간호사 출신인 마르카 브리스토는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장애인인권운동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20년 동안 시카고 엑세스 리빙센터를 운영, 약 3만5천명 이상의 장애인을 자립생활의 길로 인도했다.

그녀가 있는 엑세스 리빙센터는 미국 연방정부가 최초로 자립생활센터(Center for Independent Living)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을 때, 예산지원을 받은 10곳의 센터 중의 한 곳이다. 엑세스 리빙센터는 시카고 재활연구소의 한 부서로 시작했지만 현재 5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할 정도로 미국내에서도 대규모에 속하는 자립생활센터로 성장했다.

마르카 브리스토씨는 첫 강의에서 자립생활의 철학과 이념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어떻게 이 자립생활을 실천해 나가야할지에 대해 조언했다. 그녀의 첫 번째 조언이자 자립생활의 첫 번째 철학은 바로 장애인당사자주의(Consumer controled)다.

“의료중심의 기존 재활모델에서는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이 해법을 쥐고 있었다. 그런데 특정 시점이 지나면 의사, 간호사 등은 손을 쓰지 못한다. 장애인들이 갖고 있는 경험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녀는 이 자립생활의 철학을 소개하며 '자립생활의 창시자' 애드 로버츠의 유명한 일화를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애드 로버츠가 버클리대학에 입학을 거부당했지만 이에 대해 대항했다. 당시 대학은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학교 측에서는 애드 로버츠에게 ‘그러면 학교 병원에서 생활하라’고 말했다. 이에 애드 로버츠는 ‘나는 병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바로 자립생활을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그녀가 두 번째로 강조한 자립생활의 철학은 동료기반 자조서비스다. 즉 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마르카 브리스토씨는 “이는 물리치료사, 의사, 간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다른 서비스”라고 전제한 뒤 “의료서비스는 필요하다. 자립생활서비스는 전문가 서비스와는 다른 것이다. 의료서비스와 보완적인 관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철학은 자립생활은 시설이 아닌 지역기반(Community based) 서비스라는 것. “미국에는 400개가 넘는 자립생활센터가 있다. 지역마다 이슈가 다르다. 예를 들어 시카고는 건물이 많다. 그래서 접근 가능한 건물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이슈다.”

네 번째 철학은 자립생활 서비스의 기본 방침은 권익옹호에 있다는 것. 그녀는 권익옹호는 개인에 대한 권익옹호와 사회 체제와 관련한 권익옹호로 나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녀는 “장애인 셔틀버스가 병원과 장애인기관만을 돈다면 장애인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 장애인도 대중 교통체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엑세스 리빙센터는 사회체제와 관련된 권익옹호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강조한 철학은 바로 자립생활은 전 장애영역(cross-disability)을 포괄해 서비스가 제공돼야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전 장애영역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해야 된다. 그동안은 각각 개별 유형에 따라 서비스 기관이 따로 있었다. 엑세스 리빙센터는 연간 2천명의 각 장애유형별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녀는 “엑세스 리빙센터도 아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장애유형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렇게 그녀가 자립생활 철학과 이념에 대해 설명하고 난 뒤 꺼낸 이야기는 미국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자립생활이 도입됐느냐에 대한 설명이었다. 특히 그녀는 미국 연방정부가 처음으로 자립생활센터 10곳에 기금 지원을 하게 된 배경, 기금지원 대상이 점차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 미국장애인법(ADA)이 제정될 수 있었던 배경 등에 대해 언급했다.

이러한 미국 장애인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들을 소개하며 그녀가 강조한 것은 바로 ‘장애인 당사자의 힘’이다.

“연방정부가 최초로 자립생활센터에 기금을 지원하는 규칙을 만든 것은 장애인당사자들이 2주 반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정부를 점거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장애인들의 점거는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겨우 마련한 규칙을 폐지하려고 했을 때 전국의 자립생활센터에서 백악관으로 수 만 통의 편지를 보냈다. 하나의 규정에 대해서 백악관에서 그렇게 많은 편지를 받아본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장애인들이 뭉치면 힘이 생긴다.”

미국장애인법(ADA)이 제정될 수 있도록 미국 장애인당사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원들을 찾아 재교육을 시키고 나섰던 일화마저 소개하고 난후 그녀는 우리나라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들 중에서 앞으로 장애인운동을 이끌어갈 리더들이 수 십 명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 ‘나는 지도자감이 아니야’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그랬다. 자립생활은 한 개인에서부터 출발한다. 스스로에게 믿음을 갖고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해낼 것이다.”

정립회관 강당을 가득채운 2005 한·미장애인자립생활워크숍 참가자들이 최근 자립생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립회관 강당을 가득채운 2005 한·미장애인자립생활워크숍 참가자들이 최근 자립생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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