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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생활 제도화 위해 모두 벗었다”
중증장애인 6명 과천청사 앞 빗속 전라시위
복지부측, 장애인시위에 늑장대처 ‘무관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10-01 19:17:20
 한 장애인이 옷을 모두벗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정부과천청사 앞으로 들어가려 하지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에이블뉴스>
▲ 한 장애인이 옷을 모두벗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정부과천청사 앞으로 들어가려 하지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에이블뉴스>
“복지부 사람들은 뭐하는 거야? 장애인들이 이렇게 빗속에서 옷을 벗고 떨고 있으면 한 명이라도 나와 봐야하는 것 아냐!”

10월 1일 낮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전라시위를 벌였지만 복지부 관계자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자 과천경찰서 정보과장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경찰은 이렇게 한숨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시작한 알몸시위가 오후 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복지부 관계자들은 나올 기색이 안보이자 경찰 관계자들이 오히려 혀를 끌끌 차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오후 1시 5분경 장애인정책과 관계자가 정문 앞으로 나와 이들의 시위를 만류하고, 오후 2시 30분경 면담을 시작했다.

알몸시위 주인공은 모두 중증장애인

이날 알몸시위를 벌인 장애인들은 총 7명으로 모두 전국중증장애인독립생활대책협의회 소속 회원들이었다. 이 단체는 지난 8월 결성된 밝은내일(장애인인권찾기회), 대구편의시설연구회, 장애인사이버세상, 양평복지회, 대구척수장애인권리찾기회, 유아자폐부모모임, 근이양증장애인공동체 등 7개 단체의 연합체다. 시위참가자들은 목발을 사용하는 1명을 제외하고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며 독립생활(Independent Living,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운동가들이었다. 특히 이중에는 장애여성 1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이 이날 옷을 모두 벗어가며 요구한 것은 독립생활 제도화였다.

특히 이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독립생활과 독립생활센터를 지원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복지부에서 마련할 것 ▲중증장애인이 자아실현을 성취하고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료활동보조인제도를 반드시 도입할 것 ▲중증장애인에게 추가로 드는 장애비용을 장애인연금으로 지급해 실질적인 독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것 ▲독립생활에 필요한 특별주거비를 지원할 것 ▲독립생활은 장애인 당사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것이기에 복지관과 법인단체에서 해선 안 되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지원센터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었다.

▲ 중증장애인들이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옷을 모두 벗고 독립생활 제도화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경찰관계자, “복지부 왜 그러나?”

이들은 이날 10시 40분경 알몸시위를 시작하며 독립생활 제도화와 관련된 내용을 면담하기 위해 송순태 장애인복지심의관과 약속을 했지만 서울로 올라오자 복지부측에서 약속을 파기해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때 “복지부에서 약속을 깼기 때문에 김화중 복지부장관이 나오지 않는다면 옷을 모두 벗어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이들의 알몸시위에 복지부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자 중증장애인 6명은 낮 12시 5분경 상의에 이어 하의, 속옷까지 모두 벗고 과천청사 정문 앞으로 돌진하게 된 것이다.

전경들은 장애인들의 갑작스런 알몸시위에 당황해하는 기색이었으며 정문을 폐쇄하고 장애인들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시위 참가자들은 “복지부 장관, 빨리 나와라”고 외쳤으나 장관은 고사하고, 복지부 관계자들은 밖으로 나올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빗줄기는 갈수록 더욱 굵어지는 가운데 복지부 관계자들이 나오지 않자 경찰 관계자들이 오히려 “복지부 관계자들은 도대체 뭐하는 것이냐”며 혀를 끌끌 차기까지 했다. 경찰관계자들은 장애인들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복지부 관계자들에게 계속 전화를 하고 있었다.

한편 12시 40분경 장애인복지심의관 송순태 국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장애인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받지 못했다”며 “오늘 오전, 오후 모두 회의가 잡혀 있고, 장애인들과 약속은 전혀 들은바 없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는 장애인정책과에 전화를 걸어 “장애인들이 독립생활 제도화를 요구하며 알몸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이들과 만날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으며, 전화를 받은 권오상 서기관은 “알몸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다”면서 “과장님께 보고해서 밖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권 서기관이 장애인들을 만나러 온 것은 오후 1시 5분경이었다.

복지부관계자 뒤늦게 면담 시작

▲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권오상 서기관이 최창현회장에게 알몸시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권 서기관은 알몸으로 휠체어에 앉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중증장애인독립생활대책협의회 최창현을 마주하고, “오후 2시에 박찬형 장애인정책과장하고 면담을 잡았으니 옷을 입고, 면담을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장애인복지심의관이나 복지부장관이 나오지 않으면 면담을 하지 않겠다”며 “심의관이나 복지부장관이 면담할 의사가 없으면 청와대 앞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서기관은 “심의관은 중요한 회의가 잡혀있어서 내가 면담 약속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일단 박 과장과 협의해볼 테니 옷을 입고, 면담을 하자”고 말했다. 결국 최 회장은 권 서기관의 의사를 수용하고, 알몸시위를 중단했다.

오후 2시경 권 서기관은 다시 정문 앞으로 나와 최 회장 외 1명의 장애인과 함께 과천청사 안내동 민원대표자상담실로 향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경부터 시작된 이날 면담에는 박찬형 장애인정책과장과 권오상 서기관이 참석했다. 권 서기관은 “면담 결과는 추후에 알려드리겠다”며 기자들의 참석을 거부했다. 면담초기 면담장 안에서는 박 과장과 최 회장 사이에 면담약속과 관련한 실랑이가 오고 갔다.

<면담결과는 추후에 보도하겠습니다.>

소장섭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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