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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감옥…차라리 죽고 싶다"
감독기관, 미신고시설 지도·감독 '형식적'
미신고 정신요양시설 인권유린 실태 발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11-28 16:27:20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의 직접방문조사에서 인권침해가 드러난 S정신요양원.<사진제공: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의 직접방문조사에서 인권침해가 드러난 S정신요양원.<사진제공: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5일씩 독방에 가둔 채 굶기고…. 여기는 감옥이다. 차라리 죽고 싶다."
"사지를 묶어놓고 양쪽 눈을 엄지 손으로 한마디정도가 들어가도록 누르는 안수기도를 하고 강제로 약을 먹인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인권운동사랑방 등이 미신고 정신요양시설의 운영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문한 경기도 양평군 소재의 S정신요양원과 충남 연기군의 E사랑의 집 수용자들은 면담 과정에서 시설 측의 비인간적인 처우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인권운동사랑방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신요양시설인 S정신요양원과 E사랑의집 등 두 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두 시설의 인권 실태는 그야말로 '형기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두 곳 모두 외부로 통하는 현관문이 이중 삼중으로 잠겨있는 데다가 시설내부도 각 방과 창문에 쇠창살이 쳐져 있는 등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 폭행과 감금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용자 대부분은 월 40여만원의 위탁료와 함께 시설에 보내진 뒤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외부로 나갈 수 없었다. 사방이 꽉 막혀진 건물에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3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5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었다.

수용자들은 증언을 통해 조금이라도 방장이나 관리인의 눈에 벗어난 행동을 하면 폭력과 폭언이 되돌아 왔고 심한 경우 입고 있던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까지 0.5평 남짓한 보호실에 감금되어 굶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S정신요양원의 수용자들은 '안수기도'라는 명목으로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어 놓고 양쪽 눈을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15분 가량 깊이 누르는 등의 벌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시설 모두 알코올중독자와 정신장애인을 구분 없이 수용, 알코올중독자들이 자신의 억눌린 분노를 분출하기 위해 정신장애인을 학대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등 시설 내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김칠준 변호사는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동의나 정신과전문의의 진단이 필수적임에도 전문의의 진단 없이 의료기관도 아닌 시설에 강제 입원시킨 것은 처벌대상이 된다"며 "이러한 행위들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법상 감금죄(형법 제276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징벌방의 수용 및 금식 등의 가혹행위나 관리자들에 의한 폭행, 외부인과의 통신제한, 치료라는 명목으로 눈 안수 기도가 폭력적으로 이루어진 문제 등도 불법행위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된 두 곳은 2005년 7월 31일까지 사회복지생활시설 신고기준을 충족할 경우 신고시설로 전환해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정신요양시설이지만 직·간접적 감독기관의 지도·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 지난 27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운동사랑방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가 기자회견을 통해 정신요양시설 두 곳에서 자행된 인권유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에이블뉴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이러한 시설이 존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생활시설의 직·간접적인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형식적인 실태조사만 실시했을 뿐 어떠한 지도 감독도 하지 않았던 데 있다"며 현재 미신고 시설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꼬집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치료 및 재활에 드는 의료비가 한 달에 약 2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의료비가 부담스러운 보호자들이 시설의 생활이 어떤지도 모른 채 상대적으로 값싼 시설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정신보건체계의 취약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보건복지부에 ▲민간단체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적발된 두 시설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실시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사후 조치할 것 ▲2003년 12월에 실시할 예정인 조건부 사회복지시설 실태조사를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조사할 것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 ▲정신장애인의 의료비 경감대책을 공공의료체계에 의해 세울 것 ▲알코올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 ▲시설 종사자와 운영자에 대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시설 운영자 중심에서 시설 생활자 중심으로 정책방향 전환 등의 대책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안은선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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