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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이주여성 건보료 체납 폭탄 살려달라
외국인이라며 결손처분 거부, “생존권 위협”
장애계 “건강보험료 해결해달라” 인권위 진정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9-27 14:35:29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이주여성의 체납 건강보험료를 해결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이주여성의 체납 건강보험료를 해결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한국에서만 50년을 넘게 살았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득․재산도 없는 장애여성에게 건강보험료 폭탄이라뇨….’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이주여성의 체납 건강보험료를 해결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7월 현재 오산이주여성쉼터에 생활하며 귀화를 준비 중인 지적장애여성 왕 모 씨(50세)는 지능지수 49점, 사회연령 5.9세의 중증지적장애를 가졌으며, 1973년 충남 온양에서 태어난 이후 50여년간 한국을 떠난 적 없는 거주체류자격을 가진 대만국적의 외국인이다. 왕 씨의 부모 또한 한국에서 태어나고 생활해 왔다.

문제는 쉼터에서 왕 씨의 국적신청을 위해 노력하던 도중, 건강보혐료 체납액이 400여만원이 밀려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부터다. 왕 씨는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외국인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 의무화에 따라 매월 13만원 가량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었지만, 이를 까맣게 몰랐다. 중증의 장애를 가진 왕 씨는 400여만원의 건보료를 낼 경제력 또한 갖추지 못했다.

이에 왕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 A지사에 방문,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며, ‘건강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체납자들에 대해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결손처분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외국인은 사망 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결손처분이 불가능하다’는 답변 뿐이었다.

오산이주여성쉼터 오영미 원장.ⓒ에이블뉴스
▲오산이주여성쉼터 오영미 원장.ⓒ에이블뉴스
오산이주여성쉼터 오영미 원장은 “한국인의 경우 건보료를 못 낼 경우 경감제도가 있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할 수 없다고, 이 돈을 꼭 내야 한다고 했다. 공단 이사장에게 탄원서도 냈지만 안 된다고 했다”면서 “너무 불합리한 제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2023년 5월 체류 기간이 만료되는 왕 씨는 건강보험료를 계속 체납할 경우 대만으로 강제 추방당할 위기에 놓였다.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는 “결손처분과 관련해서 국민건강보험법 자체는 외국인에게 달리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공단은 실제 피해자가 도저히 건보료를 납부할 수 없으니 결손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외국인이라서 안된다고 했다”면서 “앞으로도 그는 월 13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납부할 여력이 없고, 급여 제한을 받아서 병원에서도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될 뿐 아니라, 대만으로 추방 위기에 놓였다”고 꼬집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이주여성의 체납 건강보험료를 해결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가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이주여성의 체납 건강보험료를 해결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이주여성이자, 장애인인 왕 씨는 취약한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를 가진 이주민도 기본적인 장애 관련서비스 및 사회보장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지만, 현재 장애등록은 체류자격에 따라 일부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장애등록이 되더라도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복지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왕 씨는 2001년 한국 국적의 남성과 혼인해 자녀를 출산하기도 했고, 이주여성쉼터에서 생활하고 있음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외국인 수급자권의 범위를 제한해 생계급여 및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기 어렵다. 귀화를 신청하려 해도 경제적 능력에 대한 입증 등의 이유로 귀화신청조차 쉽지 않다.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에이블뉴스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에이블뉴스
권영실 변호사는 “한 공동체 내에서 삶의 터전을 살아왔다면 그 공동체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마땅하다. 피해자는 비국적이자 장애인이자 폭력피해를 당한 여성으로서 소수자집단에 교차적으로 속해있다”면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적절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김혜정 사무처장은 “왕 씨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인 자녀도 출산했는데 왜 외국인 신분으로 있어야 하냐. 약 1만명 정도가 국적을 신청하지만 3000명이 불허된다”면서 “왕 씨는 한국인 남편과 이혼 상태며,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혼자 받기도,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고 소득을 증명할 수 없어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왕 씨의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으로서 불안한 체류 상태로 사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장애와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감당할 수 없는 건보료를 감액해서 생존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왕 씨에 대한 체납보험료 결손처분 이행과 함께, 외국인에 대해서도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의 결손처분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장애이주여성 건강보험료 개선하라'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
▲'장애이주여성 건강보험료 개선하라'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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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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