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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즐겁고 좋은 날 되소서

청각장애 2급 임희규 씨의 삶-③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6-24 15:04:15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위독해졌다. 폐암이라고 했는데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강주수 통역사를 불러서 임희규 씨에게 유언을 했다. 아버지가 강주수 수어통역사를 부른 것은 수어를 잘 몰라서 미안하다면서 아들의 언어로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희규야 니를 농아로 키워서 미안하다. 니 결혼 자금은 큰형에게 맡겨 놓았으니 내가 죽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임희규 씨 가족.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임희규 씨 가족. ⓒ이복남
아버지는 당신이 죽기 전에 아들의 결혼식을 보고 싶어 했으나 그는 아버지 생전에 결혼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소원이었다면서 왜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결혼하지 못 했을까.

“위에 언니가 있었는데 언니가 결혼을 안 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그가 26살의 겨울에 돌아 가셨다. 다음 해 그는 27살이 되었고 아버지가 안 계셨지만 아버지의 유언대로 큰형이 다 맡아서 결혼식을 했다.

아내는 배가 불러서 미싱자수를 그만 두고 첫아들을 낳았다. 아들은 어떻게 키웠을까. 농인부부라고 해서 자식을 잘 못 키운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어릴 때라면 농인부부에게서는 말을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처가가 경남 의령인데 3개월 만에 아이는 장모에게 맡기고 아내와 같이 서울로 갔습니다.”

그는 서울에서 금은세공을 했다. 그러나 신통치 않아서 3년 만에 다시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는 부산 조방 앞에서 금은세공을 했고 아내는 베데스다원에 취업을 했다. 베데스다원은 부산 대저에 있는 지적장애인 생활시설인데 부산혜원학교도 있었다.

필자하고 식당에서 얘기하는 임희규 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필자하고 식당에서 얘기하는 임희규 씨 ⓒ이복남
그럴 즈음 농인들 사이에서 호떡장사가 유행했다. 농인들은 호떡기술을 잘 안 가르쳐 준다던데 어떻게 배웠을까.

“예전에 제빵학원을 다니면서 제빵자격증을 땄기에 몇 번 보고 금방 배웠습니다.”

그는 차를 한 대 사서 호떡장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내가 10년 만에 다시 배가 불렀다.

“아내가 임신으로 베데스다원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는데 호떡장사도 별로 재미가 없어서 제가 아내대신 그 자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베데스다원에 취업을 했고 아내는 딸을 낳았다.

“아들이 10살이라 이번에는 딸을 다른 데로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가 다니는 베데스다원에서는 2007년에는 김해 상동에 ‘은성의 집’이라는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을 새로 개설했고 그때부터 그는 ‘은성의 집’에 출근하고 있다.

‘은성의 집’은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이므로 그는 그곳에서 장애인에 대한 케어를 하는데 주로 식사 보조, 목욕, 그 외에 잡다한 생활보조를 한다고 했다.

일터에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일터에서. ⓒ이복남
‘은성의 집’은 지적장애인 시설인데 장애인들이나 직원들이 수화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대부분은 그가 눈치로 알아서 하는데 꼭 필요한 것은 필담으로 한다고 했다.

그가 필자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은성의 집’ 사무국장에게 문의를 하라면서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은성의 집’ 고규태 국장에게 전화를 했다. 임희규 씨에 대해서 몇 가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본인에게 물어보란다. 본인은 만났었고 중증장애인 케어에 대해서 물었더니 말 그대로 케어라고 했다.

임희규 씨가 듣지를 못하는데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느냐고 했더니. ‘임희규 씨가 이곳에 온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원생들이나 직원들과 문제가 있었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있을 수 있겠느냐’며 서로 이해를 하므로 별 어려움은 없단다. 사무국장 등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3교대를 하고 있는데 임희규 씨도 자기가 맡은 일은 잘 하고 있다고 했다.

임희규 씨와 아내 조순이 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임희규 씨와 아내 조순이 씨. ⓒ이복남
현재 아내는 다시 미싱자수를 하고 있다. 아들은 모 대학 호텔과를 다니다가 군대를 갔다 와서는 학교를 옮겼다. 현재 아들은 부산과학기술대학 전기과를 다니고 있고, 딸은 고3인데 서울의 게임관련 학과에 수시 합격을 했단다.

필자가 아들과 통화를 했다. 아들이나 딸이나 전공이 기술 계통이다. 아버지가 원하지는 않았겠지만 아버지의 꿈이 기술자 같은 것이니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주는 것은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아들이 수화는 할 줄 알기에 아버지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아버지의 꿈은 몰랐다고 했다.

“예전에는 부모님 속을 많이 상하게 한 적도 있었지만, 졸업하고 취직해서 부모님 편안하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임희규 씨의 어릴 적 꿈은 전기기술자나 과학자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꿈을 응원하거나 격려하지 않았기에 그는 좌절했고 결국에는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기에 그는 자녀들은 물론이고 그 누구의 꿈도 꺾고 싶지 않아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꿈은 이루어질 거라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 정년을 하게 되면 귀농해서 여행객들이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민박집을 하고 싶단다.

특히 같은 농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비장애인들이 아무리 욕하고 무시해도 화내지 말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마도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보거나 겪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현재 임희규 씨는 아내와 아들, 딸 네 식구가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끝>

* 이 내용은 강주수 수어통역사의 도움으로 취재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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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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