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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라도 새가 되어 날고 싶어라

지체장애 1급 김용국 씨의 삶-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9-18 14:19:08
‘저 청청한 하늘
저 흰 구름 저 눈부신 산맥
왜 날 울리나
날으는 새여
묶인 이 가슴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밑바닥 마지막 살의 그리움이여.
피만이 흐르네
더운 여름날의 썩은 피

땅을 기는 육신이 너를 우러러
낮이면 낮 그여 한번은
울 줄 아는 이 서러운 눈도 아예
시뻘건 몸뚱어리 몸부림 함께
함께 답새라.
아 끝없이 새하얀 사슬 소리여 새여
죽어 너 되는 날의 길고 아득함이여.

낮이 밝을수록 침침해가는
넋 속의 저 짧은
여위어가는 저 짧은 볕발을 스쳐
떠나가는 새

청청한 하늘 끝
푸르른 저 산맥 너머 떠나가는 새
왜 날 울리나
덧없는 가없는 저 구름
아아 묶인 이 가슴’


이 시는 김지하 시인의 ‘새’다. 이 시는 김지하 시인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되었을 때 감옥에서 쓴 시라고 한다. 살이 푹푹 썩어가는 더운 여름날, 감옥 창살 밖 푸른 하늘 흰 구름 사이로 날아가는 새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시인이 느껴야했던 육체적 괴로움과 암울한 심리를 표현 한 것 같다. 그 때, 김지하 시인도 새처럼 날고 싶었던 것일까.

<이 시에서 ‘답새라’는 ‘없애다, 치워버리다’는 의미라고 함. - 필자 주>

김용국 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용국 씨. ⓒ이복남
살이 푹푹 썩어가는 여름 날, 창살 밖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사이로 자유로이 날아가는 새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감옥에 갇힌 사람만이 아니다.

푸른 하늘 아래서 오지 말라는 곳 없지만, 마음먹은 대로 갈 수가 없어서, 엉덩이가 푹푹 썩고 있는 욕창의 안타까움을 가슴으로만 삭여야 하는 사람 김용국 씨.

시인은 절규 했지만 그에게는 언젠가는 감옥을 벗어나 자유로운 새가 되리라는 희망이 있었고 이제 김지하 시인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김용국 씨에게 새가 되어 날아 보리라는 희망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꿈속에서라면 모를까.

김용국(1955년) 씨는 부산 남구 우암동에서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발사였다. 집은 6.25때 피난민이 살던 판자 집을 약간 개조한 것으로 이발소와 가정집이 붙어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발소에서 살았는데 열 살 무렵부터는 이발소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이발소의 잔심부름이란 쓸고 닦고 청소하고, 이발한 사람들의 머리를 감기는 일이었다.

“국민학교 때 공부는 좀 했는데 중학교도 못 갔습니다.”

화개이발관. ⓒ국립민속박물관 에이블포토로 보기 화개이발관. ⓒ국립민속박물관
아버지는 그를 중학교에 보내지 않고 이발 기술을 가르쳤다. 그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멋도 모른 채 아버지에게서 이발 기술을 배웠다. 윗머리카락은 가위로 자르고 뒷머리카락은 바리깡으로 스르륵 스르륵 밀고 사각사각 면도도 하고.

“그 시절 생각나는 풍경은, 연통이 달린 연탄난로가 있고, 손잡이를 당기면 뒤로 눕혀지는 낡고 묵직한 의자, 팔걸이에는 키 작은 아이들을 위한 널빤지가 놓여 있고, 거울 앞에는 손때 묻은 가위 빗 바리캉 고데기 드라이기, 면도할 때 비누 거품 내는 통이랑 털이 긴 솔, 날이 접히는 면도기랑 면도기를 갈 때 쓰는 가죽 허리 띠 같은 게 있었네요.”

접히는 면도기는 왜 가죽 띠에 갈았을까?

“가죽 띠에 간 것이 아니라 면도기는 숫돌에 갈았고 가죽 띠는 날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시멘트로 만든 머리 감는 곳이 있었고 머리 감는 물을 담는 양동이도 있었다.

그는 이발 기술을 배우면서 아버지와 계약을 했다. 그가 이발 기술을 배우는 대신 동생들은 전부 공부를 시키기로.

“바로 아래는 여동생인데 여자가 지 이름만 쓸 줄 알면 된다면서 중학교를 안 보낼라고 해서 아버지와 대판 싸웠습니다.”

벽에 걸린 가족사진.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벽에 걸린 가족사진. ⓒ이복남
그가 아버지와 싸우고 가출을 하는 바람에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그와의 계약을 따르기로 하셨다. 그가 철이 들면서 자신이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되어 동생들을 공부시켰다는 것이다.

“1종 면허 관련 자료집은 거의 논문 수준이던데요?”

필자가 부산장애인총연합회에 근무할 때 그는 1종 면허를 위한 교통대책위원장을 맡아 어마어마한 자료집을 준비했었는데, 다 독학으로 공부한 것이란다.

그는 17살 때 이발면허를 땄고 어느새 어엿한 이발사가 되어 아버지와 같이 일했다. 그러던 중 신체검사가 나왔는데 방위로 떨어졌다.

“군인은 수류탄을 이빨로 뽑아야 되는데 제 앞니에 이상이 있답니다.”

그는 집에서 도시락을 사서 2관구에 있던 이발소에 방위병으로 근무했다. <방위병 제도는 1969년 4월에 제정되어 향토방위와 후방근무지원을 수행하기 위해 14개월 근무했으며, 1995년 1월 1일 폐지되고 공익근무요원제도가 신설되었다. - 필자 주> <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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