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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끝을 잡고

지체장애 3급 정용균씨의 삶-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6-22 16:35:39
“한 번은 다른 애들은 공설운동장 체육대회에 가고 저만 교실에 남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 왔는데 선생이 불러서 다시 학교로 갔습니다.”

선생은 교실에 두고 간 지갑이 없어졌다면서 실토를 하라고 했다.

“저는 훔치지 않았다고 했기에 죽도록 얻어맞았습니다. 그날 어찌나 서러웠든지 학교 화단에 앉아서 혼자 실컷 울었습니다.”

아내와 강원도 스키장 박항승 씨 결혼식에서 .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아내와 강원도 스키장 박항승 씨 결혼식에서 . ⓒ이복남
그 때가 초등학교 5~6학년 때던가, 장애가 있으면 억울한 누명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장애와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할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장애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고등학교는 학교는 어떻게 다녔을까.

“사촌형이 택시를 했는데 형이 가끔 태워 줬습니다.”

가끔 사촌형이 태워주고 대부분은 버스를 타고 다녔단다. 그렇다면 책가방은 배낭 같은 가방을 메고 다녔을까.

“아니요. 메는 가방은 오른쪽으로 흘러내려서 못 메고, 버스를 탈 때는 책가방을 오른팔에 걸치고 왼손으로 버스 손잡이를 잡곤 했습니다.”

★매다와 메다의 쓰임에 대하여=<필자 주>
*매다 : 매듭을 묶거나 풀을 뽑는 것, 끈을 매다. 밭을 매다. 가축을 매다. 목을 매다(자살)
*메다 : 어깨에 걸치거나 구멍이 막히거나 감정이 북받치다. 가방을 메다. 구멍을 메다. 목이 메다(감정이나 임무).
*매다는 ㅏ와 l이므로 ‘매듭묶다’로 기억할 수 있을까요?


고3이 되자 담임선생은 서울에 있는 대학이나 아니면 부산대라도 가라고 했지만 부모님은 마산에 남아 있으라고 했다. 경남대학교 국문과를 지망했다.

“특별히 문학에 소질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에 끌리는 것이 국문과였습니다.”

교회는 언제부터 다니기 시작했을까.

“중학교 2학년 때 짝지가 전도를 했습니다.”

그는 짝지의 전도를 무시 한 채 3학년이 되었는데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아주 똑똑한 한 친구가 교회를 나간다기에 그렇다면 자기도 나가보겠다고 했다. 그는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주말이면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밀알의 밤에서 설교하는 정용균 목사.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밀알의 밤에서 설교하는 정용균 목사. ⓒ이복남
대학생이 되어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등에 심취하기도 했고 신경림 시인을 좋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공부 보다는 교회나 성경공부가 더 재미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대학생이 되면 술을 마시는데 술은 배웠을까.

“저는 교인이라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2학년때 조금 마셨습니다.”

그 때는 잠시의 객기였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더 이상 술은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2학년 초 신입생 환영회를 하던 날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나오니 교정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텅 빈 교정을 보니 너무나 쓸쓸하고 울적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2차로 계획된 환영회 장소로 가서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그날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알 수 없었고 예비역 친구들에게 술주정을 한 것 같은데 그날 무슨 말을 했는지는 끝까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그날 만취상태로 정신 줄을 놓은 그를 한 친구가 보살 펴 준 것 같았다.

“그날 이후부터 술에 취해서 하나님에게 대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갈피를 못 잡고 흐느적거리자 보다 못한 한 친구가 그를 불렀다.

“경남대학은 교정이 참 아름다운데 그전까지는 교정이 아름답다는 것도 못 느꼈습니다.”

밀알의 밤에서 한 장애인과 함께.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밀알의 밤에서 한 장애인과 함께. ⓒ이복남
친구는 벚꽃이 흐드러진 월영지 연못가로 그를 불렀다.

“용균아 힘드나, 힘든 것은 장애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나 다 힘들다. 고통의 잔이 넘치기 때문이니 혼자서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마라.”

고통의 잔은 자기만 마신 줄 알았는데 누구나 다 힘들다니,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다 힘들고 어렵구나.’ 생각하니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월영지에 비친 벚꽃과 구름의 그림자도 아름다워 보였다.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도 쓰고 희곡도 썼다. 교회 문학의 밤 때에는 그의 희곡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으나 직업으로 생각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졸업을 했다. 그는 이력서를 들고 회사를 찾아 다녔다. 가는 곳마다 퇴자였다.

“결국 장애인은 안 쓰겠다는 거였죠.”

다시 절망이 왔다. 세월이 흘러도 어쩔 수 없는 장애와 지긋지긋한 가난은 그의 목을 조였다. 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버는데 그는 대학이랍시고 졸업을 했지만 할일 없는 백수였다. 장미 빛으로 물들었던 세상은 점점 더 암울한 회색빛으로 변해 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렸는데 다시 봄이 올 무렵 그가 다니는 교회의 형이 88 올림픽 때 잠시 서울에 갔다가 김동식 목사를 만났다면서 김목사가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전도협회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는 처음으로 마산을 떠나 서울로 가서 일원동에 있는 장애인전도협회를 찾아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을 했다. 국문과 출신이다 보니 책자를 만드는 일을 했는데 마침 출판사에서 일을 했던 친구가 있어서 둘이서 책을 만들었다. 사무실 한편에 잠자리를 마련하여 숙식을 해결했다. <3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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