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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으랴
지체장애 3급 서은숙 씨의 삶 - 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7-22 15:20:43
‘세상에서 살아감이 대몽과 같거니,
어째서 삶을 괴롭게 할 것인가.
그러기에 하루 종일 취하여,
앞 기둥에 쓰러져 누웠노라.
깨어나 뜰 앞을 흘깃 보니,
새 한 마리 꽃 속에서 울고 있구나.

묻노니 지금이 어느 철인고,
‘봄바람에 번져 가는 꾀꼬리 우는 소리’라 하네.
봄 정취에 느끼어 탄식하려 하매,
다시 술 마시니 술 단지 비어 절로 기우는구나.
큰 소리로 노래하며 달을 기다리노라니,
그 노래 가락 끝나자 온갖 정을 잊었노라.

처세약대몽 호위노기생(處世若大夢 胡爲勞其生)
소이종일취 퇴연와전영(所以終日醉 頹然臥前楹)
각래혜정전 일조화간명(覺來盻庭前 一鳥花間鳴)
차문차하시 춘풍어유앵(借問此何時 春風語流鶯)
감지욕탄식 대주환자경(感之欲歎息 對酒還自傾)
호가대명월 곡진이망정(浩歌待明月 曲盡已忘情)’


이 시는 이백의 ‘춘일취기언지(春日醉起言志) - 봄날 취해 자다가 일어나 내 뜻을 읊다’인데 워낙 번역본이 많아서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골랐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니 어찌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술에 취해서 잠들었다가 깨어나니 꾀꼬리는 우는데 앞에 술이 있어 다시 술잔을 기울이니 세상시름을 다 잊을 수가 있었다.

채석강에서 달을 건지는 이태백, 동아대박물관 소장. ⓒ월간 민화
▲채석강에서 달을 건지는 이태백, 동아대박물관 소장. ⓒ월간 민화
이백(李白)은 당나라의 시인으로 자는 태백(太白)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한국사람 치고 그 가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명한 노래구절이다. 이태백은 주선(酒仙)이라고 불릴 만큼 달뿐 아니라 술도 좋아했다.

그런데 이태백은 왜 그렇게 술을 좋아했을까. 이백은 촉나라 사람으로 독서와 검술에 정진하였으나 20대에 고향을 떠나 양자강을 따라서 유랑하였다. 그리고 40대에 장안에 도착하여 당현종을 만났다. 이백은 젊었을 때부터 출사(出仕)의 꿈을 꾸고 있었고 현종의 총애를 받았으나 한림학사(翰林學士)인 궁중시인에 불과했다. 현종이 이백을 불러 시를 짓게 하자 양귀비에게 먹을 갈게 하면서 양귀비를 칭송했는데 그것이 화가 되어 궁중을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이백은 술에 취했다가 깨고 나면 다시 술을 마셨고 술과 달을 노래하며 유랑하다가 안휘성 당도현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백이 술과 달을 좋아하므로 채석강(采石江)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고 뛰어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중국 시문학의 쌍벽을 이루는 이백과 두보(杜甫)는 동시대 사람으로 서로 아는 사이였다. 이백이 10살 정도 많았고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그런 두보가 이백에 대해 말하기를 '술 한말을 마시면 백 편의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처럼 이백은 항상 술에 절어 있었던 것 같다. 취권이 아니라 항상 취시(醉詩)를 지으면서.

이백은 죽은 뒤에 더 유명해진 사람이다. 당현종에게 양귀비를 칭송하는 청평조(淸平調)를 지어 바칠 때도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쯤 되면 알코올중독일 것 같은데 이백에 관해서 알코올중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서은숙 씨.  ⓒ이복남
▲서은숙 씨. ⓒ이복남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 술을 마시는 이유에 대해서 학자들은 유전적, 심리적, 사회문화적인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술이 좋아서, 슬퍼서 또는 기뻐서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그냥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고 알코올중독에 이르는 사람들은 이유야 어찌됐던 현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게 되면 기분이 짜릿해지고 근심걱정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꾼들은 술은 마시면서도 ‘나는 죄 없다’고 항변한다. 속담에도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했던가.

서은숙 씨는 술 때문에 인생의 절반을 망친 알코올중독자였다. 이유? 그런 거 잘 모른다. 단지 너무나 원망스럽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고 싶었을 뿐이었다.

‘술 마시지 말자 하니, 술이 절로 잔에 따라진다. 먹는 내가 잘못인가, 따라지는 술이 잘못인가. 잔 잡고 달에게 묻노니, 누가 그른가 하노라.’ 옛 부터 전해오는 작자미상의 시인데 어찌 보면 술 마시는 데 대한 변명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조금 지나면 술이 술을 먹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서은숙 씨도 그랬다. 처음에는 서은숙 씨가 술을 먹기 시작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술이 술을 먹었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술이 서은숙 씨를 먹었다. “그 쯤 되었을 때는 정신을 잃어 정신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서은숙(1959년생) 씨는 울산 태화동에서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날 무렵 부모님은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는 돌 무렵에 열이 나서 해열제 주사를 맞았는데 그 다음부터 이상해진 것 같았지만 너무 어려서 잘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2~3살이 되도록 잘 걷지를 못했다. <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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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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