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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직원 위해 화장실 고친 북광주세무서
[이메일 인터뷰]5년차 세무공무원 김영하씨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1-06 09:15:40
북광주세무서 민원실이 '성과평과 전국 1위'를 해서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휠체어 탄 사람이 김영하씨. ⓒ김영하
▲북광주세무서 민원실이 '성과평과 전국 1위'를 해서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휠체어 탄 사람이 김영하씨. ⓒ김영하
북광주세무서는 김영하씨의 직장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찾아온 전신마비의 난관을 딛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5년째 일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라 출근길에 오르는 것이 버거울 법도 하련만 이제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일처리를 할 때가 가장 편하다고 한다. 그녀에게 장애인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 공무원이시라고요? 어떤 일을 하시나요?

“5년차 국가직 세무공무원이에요. 2004년 9급으로 입사해 2007년 8급으로 승진했어요. 이번 인사이동으로 업무지원팀으로 발령이 났는데요. 여긴 세무서의 전반적인 일을 하는 곳인데요. 그 전엔 계속 민원봉사실에서 사업자등록에 관한 일을 했었습니다.”

- 휠체어를 타면서 직장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을텐데요.

“제 인생에서의 첫 직장생활을 북광주세무서에서 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어요. 그 정도로 저에 대한 배려를 해주셨거든요. 휠체어를 타면 우선 편의시설이 가장 큰 문제인데 제가 입사하기 전 장애인용 화장실 공사를 하셨대요. 그래서 북광주세무서에는 휠체어가 들어갈만큼 충분히 큰 장애인화장실이 있답니다. 식당도 1층에 있어서 제가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요.

가끔 연수 받을 때 다른 지역 수련원에 가보면 휠체어 장애인은 저 하나고, 식당에 가려면 계단도 많고 화장실도 없어 곤란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휠체어 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세무서에서 일하는 게 필요한 일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일할 때는 특별히 근로지원서비스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항상 제가 맘 편히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시는 실장님과 동료들이 지원군이 되어 주셔서 든든하죠.”

- 공무원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장애인들이 많아졌는데요. 시험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전 본래 혼자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아프고 나니까 도저히 혼자는 못하겠더라고요. 다른 것보다 지구력이 없어져서 한 시간 공부하고 두 시간 침대에서 뻗었거든요. 그래서 생각했던 게 공무원학원이었어요. 휠체어 타는 사람이 학원 수업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어떻게든 한 번에 끝내자라는 맘으로 시험이 있을 동안 완전히 시험에 매달렸어요.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수험생활은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오래할 게 못된다고 생각하니까 하는 동안 완전히 매달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같은 경우 항상 6시에 일어나서 한 시간 동안은 영어단어 암기를 했어요. 학원에 가서는 아침 8시 무료특강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들었고요. 그 후에 10시까진 무조건 자습실에서 자율학습을 했었죠. 왜냐하면 어차피 집에 가면 못할 거란 걸 아니까요. 맘은 있어도 침대에 올라가는 순간 완전 넉다운이 됐거든요.

중간에 생전 처음 기절이란 것도 해봤죠. 집에 와서도 안 풀리는 부기 문제를 잡고 씨름하다가 정신이 아득해졌는데요. 다음 날 링거를 맞느라 학원을 빠져야 해서 다시는 집에선 공부를 하지 않기로 식구들과 약속을 했답니다. 하여간, 이때는 파스를 늘 등에 붙이고 다녔어요. 저는 한 번에 합격한 게 아니라 6개월 공부하고 너무 아깝게 떨어져서 1년 더 해서 총 1년 6개월을 공무원 시험준비에 보냈는데요. 학원 측에서 많이 배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어요. 그래도 이 시간이 아마도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 출퇴근은 어떻게 하시나요?

“활동보조인이 있어서 그 분과 같이해요. 처음엔 여자분이 샤워 등 저의 출근준비를 도와주시고 남자분은 운전을 해주셨는데, 사정이 생겨서 두 분 다 그만두게 되셨어요. 특히나 저같이 매일 출퇴근에 활동보조를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그래서, 적당한 활동보조인을 찾는 것도 쉽진 않았죠.

다행히 그때 우리 교회 권사님께서 신청을 하셔서 지금은 그 분이랑 하는데, 문제는 제가 이용해야 하는 것에 비해서 판정 받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초과되는 시간을 저의 자부담으로 하다보니 출근일수가 많은 날은 30만원까지 들어가서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 때문에 이번 달부터는 출근준비를 어머니가 도와주시는데요. 저녁에 일하시고 아침에 저 샤워시키시는 엄마를 보는 게 너무 맘이 안 좋습니다. 활동보조가 시행되기 전 느꼈던 ‘내 출근은 언제까지 우리 가족의 출근이 되야 할까’ 그 기분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어요.”

- 세무공무원이 된 뒤에도 계속 공부할 것이 많다면서요?

“제가 요즘 이 시험준비 때문에 아주 맘 고생이 심하답니다. 공무원시험이 끝인 줄 알았는데 꼭 따야하는 국세공무원 기본 자격증이 줄줄이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컴퓨터 활용 능력은 1년차 때 취득했고, 나머지 회계실무, 조사요원은 내년에 꼭 따리라! 맘먹고 있습니다.”

- 열심히 일하다보면 휠체어 타는 사람은 욕창의 위험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그래요. 욕창이 가장 큰 문제죠. 특히나 전 40일간 뇌사상태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있을 때 욕창이 생겼거든요. 퇴원하기 전에 다 낫긴 했는데 그 부위가 항상 말썽입니다. 그것 때문에 정식공무원이 되기 전, 6개월간의 시보 기간 동안에 한 차례 휴직을 했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욕창이 가장 신경쓰이는 문제거리죠.”

- 장애인으로서 공무원이란 직업이 갖는 매력은 어떤 걸까요?

“가장 좋은 건 칼퇴근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젠 일반화가 됐지만, 주 5일 근무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겠죠? 제가 1년차 때만 해도 주 6일 근무였는데, 3년차 때 꿈만 같던 주 5일제가 시행되더군요. 꼭 저 때문에 주 5일제가 만들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하하. 무엇보다 나만의 전문적인 일을 가진다는 건 참 멋진 일이죠. 물론 그걸 잘 소화해 냈을 때 이야기겠지만요. 제 분야에서만큼은 인정받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배워야 하고 공부해야 할 게 많이 있지만, 저를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분명 해낼 줄 믿습니다.” (계속)

*김영하 미니홈피 www.cyworld.com/youngha7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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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예다나 기자 (hj2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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