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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배려 없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탑승
비장애인 서로 먼저 타려기 보다는 교통약자 생각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1-21 14:16:29
지하철이란 도시철도를 말하는데 도시철도가 건설될 때 ‘지하철’이라고 불렀으므로 요즘은 지상으로 다니기도 하지만, 지하철로 굳어진 것 같다.

지하철이 처음 생긴 것은 1863년 영국 런던이라고 한다. 그래서 런던 지하철역에는 "세계의 첫 번째 지하철도"("THE WORLD`S FIRST UNDERGROUND RAILWAY")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100여 년이 지난 1974년 8월 15일에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 ↔ 청량리가 개통되었다. 현재는 서울지하철 9호선에다 수도권을 잇는 인천1호선 경춘선 등 여러 노선이 있다.

서울지하철 노선. ⓒ네이버
▲서울지하철 노선. ⓒ네이버
부산은 서울보다 10여 년이 지난 1985년 7월 19일에 부산 1호선 범내골 ↔ 범어사가 개통되었다. 현재 부산에는 지하철 4호선에다 김해경전철과 동해선이 운행되고 있다.

서울에서 지하철이 개통된 1974년이나 부산 지하철이 개통된 1985년이나 도긴개긴 오십보백보로 장애인복지는 일천하였다. 그러나 장애인복지가 일천하던 시기에도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장애인편의시설이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던 한 장애인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없었다. 대부분의 식당은 계단이 높아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었고 어쩌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을 찾았을 때는 동냥하러 온 거지인 줄 알고 문전박대를 당하면서 그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어 모 신문사에 그 같은 사연을 보내고 자살을 했다.

부산지하철 노선. ⓒ네이버
▲부산지하철 노선. ⓒ네이버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약간의 파장을 일으켰으나 그뿐이었다. 88올림픽이 될 때까지 사회는 여전히 장벽이었고, 지하철이 개통되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편리해졌으나 지하철은 전부 다 계단이라 장애인은 어림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나 그때만 해도 별로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가 1993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은 지하철 요금을 무료로 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은 1981년부터 시작되었다.

장애인들은 이용할 수도 없는 장애인 무료가 무슨 소용이냐며 그림의 떡이라며 아우성이었다. 요금을 내도 좋으니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필자는 부산장애인총연합회(부산장총)에 사무총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부산 지하철(현 부산교통공사)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다. 지하철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어느 정도 생각해서 리프트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관련법에는 “엘리베이터 경사로 리프트 중 택1”이라 되어 있었기에 지하철에서도 법을 지킨다는 것이다.

리프트 무용지물. ⓒ부산일보
▲리프트 무용지물. ⓒ부산일보
부산장애인총연합회는 "지하철역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예산이 더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수직 승강기를 설치해야 휠체어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설치가 쉽다는 이유만으로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부산일보 1998/11/04)

부산 지하철에는 비싼 돈을 들여서 수직 리프트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용하는 장애인이 별로 없어서 리프트는 녹슬어가고 있었다. 2000년도에 들어서자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가 나오기 시작했고 장애인들도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타고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하철 리프트는 수동휠체어용이었다. 수동휠체어는 무게가 20kg 정도이고,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는 무게가 100kg을 웃돌았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리프트 추락사고가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그러자 지하철 측에서는 리프트 사용을 금지하고 그제야 부랴부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서울 상황은 자세히 모르지만, 부산의 경우 현재는 거의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필자가 부산장총에 근무할 때 독일에서 온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독일 지하철에도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별로 타는 사람들이 없다고 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왜 이용하는 사람이 없을까?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이나 노약자용이라서 일반 사람들은 잘 이용을 안 한다고 했다.

전동휠체어(상) 전동스쿠터(하). ⓒ이복남
▲전동휠체어(상) 전동스쿠터(하). ⓒ이복남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들이 몇 년을 두고 피땀 어린 노력과 투쟁으로 얻어낸 결과인데 장애인은 뒷전이고 비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를 먼저 차지하여 장애인은 설 자리가 없다.

그동안 노령인구는 급격하게 불어났고 노인들도 지하철은 무료이므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건강한 다리로 뛰고 걷고 하므로 항상 장애인을 앞질러 간다. 그렇다고 노인들과 싸울 수도 없어서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양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보다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목발도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은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조금만 밀쳐도 넘어지니까. 노령인구를 감안하면 사상이나 서면역 같은 주요 역에는 엘리베이터 한 대로는 매번 포화상태다. 지하철 관계자들은 왜 이런 점을 간과했을까.

그래서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경사로만 있어도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경사로 신설을 요구하지만, 사실 예산도 문제겠지만 면적은 경사로가 더 많이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도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A 장애인이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비장애인들이 밀고 들어오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승강장으로 내려갈 때나, 지하철이 도착하는 승강장에서나 엘리베이터를 서로 먼저 타려고 밀고 당기는 바람에 장애인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이 두세 명이면 밀고 들어가는데 사오 명이면 다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동스쿠터 한 대가 사오 명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아서 사실은 미안하다고도 했다.

제일 어려움을 겪을 때는 언제냐고 물었더니 바퀴 달린 시장바구니(쇼핑카트)라고 했다.

“유모차는 그래도 보이는데 시장바구니를 앞에 밀고 들어가면 잘 안 보여서 전동스쿠터 바퀴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은 앞에 쇼핑카트가 있는 걸 모르고 전동스쿠터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쇼핑카트가 전동스쿠터 바퀴에 끼어 약간 찌그러졌다. 쇼핑카트 주인은 노발대발하면서 시장바구니를 물어내라고 하더란다. 얼마냐고 물으니 2만 원이라고 했다.

다 낡고 녹 쓴 시장바구니가 무슨 2만 원인이에요? 시장가서 사주겠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젊은 여자가 엄마가 잘못했다며 미안하다고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이복남
▲지하철 엘리베이터. ⓒ이복남
그래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B 씨에게 물었더니 전동스쿠터보다는 좀 낫지만 대동소이하다고 했다. 전동휠체어는 전동스쿠터보다는 길이가 약간 짧아서 큰 문제는 없지만, 사람이 많으면 뒤로 밀리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필자가 A 씨와 B 씨를 만난 것은 삼락 파크골프장에서다.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A 씨는 부산진구에 살아서 대체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B 씨는 영도에 산다. 영도에는 지하철이 없다. B 씨가 집을 나설 때 저상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을 대충 감안해서 나오므로 영도에서 저상버스를 타고, 지하철 사상역은 엘리베이터 타기가 너무 어려워서 사상에서 김해 가는 경전철을 타고 르네시떼 역에서 내려서 파크골프장으로 간다고 했다.

부산 지하철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양방향에 1대씩은 다 있다. 그런데 냉정역에는 2대가 있다. 냉정역은 예로부터 교통의 요충지였고 동서대 경남정보대 등 여러 학교가 밀집해 있어서 엘리베이터가 두 대라고 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젊은 대학생들이다.

장애인이 편리하면 모두가 편리하다. 모두를 위하여 편리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것이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와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Universal) 디자인이다.

그래서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배리어프리나 유니버설디자인에서 정작 그 시설이 필요한 장애인은 뒷전으로 밀리고 배제되고 있으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비장애인은 제외하고 장애인만 이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 함께 이용하되 비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를 서로 먼저 타려고 다투기 전에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조금씩만 양보하는 배려를 좀 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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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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