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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검찰, 장애인 사법접근권 '뒷전'
성범죄자로 오인된 30대 자폐인 사건을 바라보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3-05 13:29:01
대한민국 경찰 앰블럼(좌측)과 검찰 앰블럼(우측). ⓒ위키피디아
▲대한민국 경찰 앰블럼(좌측)과 검찰 앰블럼(우측). ⓒ위키피디아
지난 3월 2일 노컷뉴스에 ’성범죄자 몰린 30대 발달장애인 1심서 무죄선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이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1년 반 전, 자폐성 장애가 있는 A씨가 수원버스터미널에서 경찰관 두 명에게 붙잡혔다. A씨가 버스 맨 앞줄 오른쪽 좌석에 앉았을 때, 앞에서 세 번째 가장 왼쪽 자리에 앉은 최씨는 A씨가 손을 바지 속으로 넣어 자위행위를 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파출소로 들어선 A씨는 경찰에게 허벅지가 가려워서 긁은 것이라 경찰에게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진술서에 불러주는 대로 적으면 집에 갈 수 있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다리 쭉 뻗고 자위행위를 했다‘고 썼다. 하지만 엉터리 진술서였다.

2주 후 A씨는 수원남부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는데, 버스 CCTV영상과 목격자 진술, A씨의 진술서를 이유로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 송치됐다. 이후 수원지검은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범법자 되는 것이 억울했던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아토피 피부질환 때문에 허벅지를 긁고 있었으며, 자폐성 장애로 인해 몸을 흔드는 행동을 자위행위로 잘못 오인할 수도 있었겠다고 말했다. 이후 1심 법원은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고, 피고가 양쪽 허벅지에 발생한 피부염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온 점이 인정되며, 피고의 흔드는 행동 때문에 자위행위로 잘못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결과에 항소했고, A씨의 어머니는 검찰 항소에 기가 막혔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경찰의 강압적 조사로 인해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죄인의 입장으로 자신의 아들이 재판을 받았다고 당시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이달 18일 수원지법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일단 최씨가 선입견을 갖고, ’바지 안에 손‘을 넣은 A씨의 행동을 자위행위로 오인한 것도 그랬고, A씨가 가려워서 그랬다고 해도 자위행위 했다고 허위로 진술서를 받아내는 경찰의 행태를 보면서도 그랬다.

판결을 위해 쓰이는 판결봉. ⓒPixabay
▲판결을 위해 쓰이는 판결봉. ⓒPixabay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애인 사법접근권의 한 단면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보통 장애를 겪는 사람이 경찰서에 가게 되면, 대개는 말 한마디에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기에, 말을 잘못하면 어떡할까 두려움에 빠지게 되니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신뢰관계인의 동석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법에도 이 내용이 나와 있다.

그런데 A씨의 엄마가 자기 아들이 재판한다고 했을 때, 이 사건을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 봐서,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A씨가 경찰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도 신뢰관계인 동석이 없었음이 파악되었다. 또한 경찰은 신뢰관계인 동석은 형사소송법 상 임의규정이라 했지만, 발달장애인법에 비추어보면 결국 경찰 의무를 방기한 거다.

그도 그럴 것이, 피고인이 심신장애 의심이 있을 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권리협약 2, 3차 국가보고서에는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 단계인 피의자 신분에서는 심신장애인은 진술조력인, 국선변호인, 신뢰관계인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재판에서 형량이 높게 책정되는 등 억울한 일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1심이 무죄로 인정되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말이다.

또한, 2015년 7월 전까지는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각 장애 유형별 정당한 편의 등 장애인의 사법접근권 보장 내용들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7월, ’경찰 인권보호 규칙‘을 제정하며 장애인의 사법접근권 보장을 위한 내용들이 모두 삭제되었다. 그러니 장애인을 상대로 강압적 수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그리고 A씨는 자폐인이라 우리나라에선 발달장애인에 속하고 발달장애인법에 따라 전담 경찰이나 검사가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 없었다. 이는 장애인 법 전문가들도 지적하는 지점이다.

발달장애인 전담조사제가 있다 하더라도, 지적‧자폐성 장애인 사건 시 전담 경찰관이나 검사에게 배정되는 비율이 낮다. 전담경찰관만 해도 1년에 1~3회, 1회에 1~2시간 정도만 교육을 받고 있어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낮기에 그렇다. 전담검사도 상황은 거의 비슷하다. 이들은 보직도 자주 변경되기에, 지적‧자폐성 장애인 사건을 한 번도 담당해보지 않은 전담경찰관이나 검사가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검찰이 결과에 항소하는 모습으로 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발달장애인 전담검사가 수사했다는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봐선 장애인 사법접근권에 대해 뒷전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사법접근권 고려가 부족한 것은 경찰과 거의 매한가지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검사의 교육시간 확대 및 인권중심의 장애이해교육 실시,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 지정 유보조항 삭제 등으로 실효적인 전담경찰/검사제 시행을 위해 힘써야 한다. 장애인 사법접근권 보장 내용을 포함해 ’경찰 인권보호 규칙‘개정하고, 경찰에서 피의자 신분일 때의 신뢰관계인 등의 동석 조치도 아울러 필요하다.

이렇게 장애인 사법접근권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경찰, 검찰, 법원 담당자들이 앞으로의 지적‧자폐성 장애인 관련 사건에 임했으면 한다. 경찰, 검찰 등이 장애인 사법접근권에 뒷전인 모습, 이제는 보고 싶지 않다. 억울한 장애인들이 나오지 않음은 물론 모든 이들의 법 앞의 평등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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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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