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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딸 결혼식서 손잡고 함께 입장하기
보조기기 회사 사장, 결혼식 한해 기립형 휠체어 무료대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3-02 11:26:25
기립형 전동휠체어를 타고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 ⓒ서인환
▲기립형 전동휠체어를 타고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 ⓒ서인환
1980년대 장애인등록제도가 장애인복지법에 마련됐다. 장애인 등록은 초기 매우 부진했다. 당시 장애인들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별로 없기도 했고, 등록을 한다는 것은 세상에 장애인이라는 것을 공표하는 것이라 차별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장애인 등록을 당사자가 하려고 하여도 집안에서 반대하는 경우도 많았다. 집안 망신이라거나 장애인 가족이 되는 것에 대한 거부의 권리가 가족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는 것은 집안의 부끄러운 일이라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불쌍히 여김을 받거나 주목을 받는 시선도 싫고, 좋은 마음에서 걱정해 주는 말들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만성 통증을 가진 노인에게 손자가 매일 아침 인사처럼 오늘도 아프시냐고 묻는 것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걱정하는 말이지만, 이 말을 듣는 노인 입장에서는 늘 아픈 것은 기정사실인데 매일 귀찮게 묻는 것이 성가시고, 매일 같은 대답을 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 질문 자체가 짜증이 나는 것은 손자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장애인 부모가 장애인을 데리고 친척들 모임에 가면 보는 사람마다 혀를 차거나, 고생이 많다거나 하는 위로가 사실은 위로가 아니라 듣기 싫은 소리가 되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장애는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이기도 하고, 저주로 생각하거나 무능력으로 생각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아픔을 다시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거나 부정적 시선을 받는 것이 아픔이기도 한 것이다.

대구에 사는 시각장애인 박도제 씨의 딸이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결혼식 날이 되었다. 이 분은 일제 강점기에 침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으로 시각장애인 중에 침사 자격증을 가진 마지막 인물이었다.

아버지는 딸의 결혼식 날 신부 입장에 딸의 손을 잡고 들어가는 것이 고민이었다. 그래서 삼촌의 손을 잡고 입장하기를 딸에게 권했다. 그러자 딸이 울면서 나를 평생 키워준 아버지 손을 잡지 못하고 평생의 단 한번 아버지의 딸이 시집가는 것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린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어떤 눈으로 사람들이 보든지 간에 자신은 아버지의 손을 잡아야겠다고 하였다.

장애인 자녀로서는 두 가지 심리현상이 있다. 아버지를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며 어떤 시선도 이겨내는 것과 일단 부끄러움을 피하고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는 두 가지 형이 있다.

마가렛은 시각장애인의 딸인데, 전쟁에 패하여 여성들이 적국에 붙잡혀 가게 되자 홀로 사는 아버지가 딸이 그리워 지팡이에 의지하여 머나먼 적국 수도로 딸을 찾아갔다. 딸이 동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놀림을 당하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도 외면하고는 양심에 가책을 느껴 꽃으로 변한 것이 마가렛이다.

박도제씨는 많은 하객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사람들은 딸의 효심을 칭송하였고, 결혼식은 하객들의 눈물과 감동의 바다가 되었다.

지체장애인 아버지가 딸의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하는 경우 요즘 같으면 형식을 간소화하니 신랑신부 동시 입장으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장애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서는 것이 용기이고, 특히 이성간 교재, 자신의 결혼, 자녀 결혼에서 혼주 역할하기 등 특히 축하할 날에 장애가 드러나는 것이 티가 되지는 않을까 고민을 심하게 하게 된다.

휠로피아 김윤제 사장은 2019년 초여름에 딸의 결혼식에 보조공학의 도움을 받았다. 기립형 전동 휠체어를 타고 딸과 키 높이를 맞추어 손을 잡고 입장을 하였다. 하객들은 신기한 보조기기에 탄복하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보조기기 전문회사 사장다운 행동이었다.

이 보조기기는 고가이어서 개인이 구매하기는 부담스럽지만 결혼식 같은 곳에서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어 박 사장은 딸의 결혼식 후부터 차량에 누구든지 필요하면 결혼식을 위해 무상으로 임대하여 주겠다고 써서 붙이고 다니고 있다.

결혼식에 많은 하객들에게 이렇게 ‘짠’ 하고 하객들 앞에 나타나는 것이 하나의 깜짝 이벤트처럼 느끼질 수도 있고, 혼주의 축하나 딸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축복해 주는 것보다 보조기기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어버릴 수도 있겠으나, 장애인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고, 멋있게 딸을 키워 시집보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장애인 인식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은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간소화하여 신랑신부 동시 입장을 하여도 장애로 인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딸을 맡겨서 입장을 하게 할 경우 친인척들로 하여금 장애로 인한 하나의 아픔처럼 보일 수도 있어 용기를 내어 기립형 휠체어를 빌려 딸의 손을 잡고 사위에게 넘겨주는 모습을 당당히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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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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