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추천도서라고 들은 바 있어 기나긴 추석 연휴동안의 자기만족을 위하여 서점에 들려 ‘명견만리’라는 3권으로 된 책을 덜컥 구입해서 읽었다. 여러 가지 키워드가 있었지만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문장이 연휴 내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인 복지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매번 선거철마다 이 방식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지만 오히려 많은 국민들이 ‘보편적 복지는 도덕적 헤이를 낳는다.’라고 생각한다는 이유로 복지예산이 확대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복지는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들의 보편적인 권리이고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이라는 전제 조건에 대해 힘주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OECD 평균보다 훨씬 못 미치는 복지예산의 현실은 복지는 비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오히려 책임을 면하게 하는 길이었을 것이다.

예산의 계절이 되어 정부 관련부처와 국회의 사이에서 장애인 단체마다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이럴 때마다 복지 예산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내심 맘이 편치 않다. 비용은 시혜적인 성격이 있다.

가정의 가계에도 그렇지 아니한가? 비용이라는 것은 아까운 돈으로 생각이 들고 가능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지출을 줄이려는 속성이 있다. 허리띠를 졸라 맬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소위 비용들이다.

만일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기꺼이 상황이 어려워도 우선 순위로 지출을 하게 되어있다. 투기와는 다르다. 그 지출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보기 때문에 가족들을 설득하기도 한다. 설사 그 투자로 인해 손실을 보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위해 분석하고 재투자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소요되는 예산을 투자로 생각한다면 기본 수가를 매년 궁색하게 올리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더 많은 대상자를 위해 기꺼이 예산을 확대 할 것이다.

혹자들은 그 동안 발생된 몇 가지 우려스러웠던 일들로 이 제도를 폄하하겠지만 이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까지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몇몇 부정적인 것을 침소봉대하여 예산의 확대에 우려를 하기도 한다. 이 예산을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축소하거나 현상 유지를 하려 할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중증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사회활동이 증가되었으며 가족들의 부담이 경감된 분명한 효과가 있다. 이 제도로 인해 어르신들의 사회서비스일자리도 확대 되었다.

오히려 수가를 현실적으로 확대한다면 어르신 위주의 일자리가 아니라 청년들의 일자리로도 자리매김을 할 수가 있다. 최중증 장애인들의 활동지원 수가를 차등화 한다면 양질의 인력들이 투입되어 현재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큰 문제가 되고 있는 65세 이후에 활동지원이 노인요양제도로 전이되는 문제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지가 된다면 노령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이 오히려 촉진될 것이다.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개인과 가족이 겪을 사회적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도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가 확대되었다. 특히 중중장애인의 일자리는 일반 근로시장에서도 버거워하는 골칫거리였다. 이를 통해 중증장애인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일반 고용시장으로 이전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도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개념으로 예산이 투입된다면 오히려 수급권 탈피의 기능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자립을 하도록 기회를 주고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오히려 더 투자를 하는 역발상의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비용의 개념으로 지속이 된다면 안주하게 될 것이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전동휠체어도 민간에서 지원했던 보급초기보다 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이 비용이라는 측면으로 10년이 넘도록 수가의 현실화가 되지 않고 있다. 만일 중증장애인에게 투자한다는 인식이 있다면 더 현실적으로 지원을 하여 사회활동을 촉진하고 각종 근골격계 질환 등의 예방 효과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중도장애인인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가 당연히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손을 놓고 방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활난민의 신분으로 장기간 입원생활 동안 당연히 해야만 하는 사회복귀훈련도 없이 지역사회로 내 팽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용으로 생각하니 척수장애가 법정장애가 아니라는 고리타분한 이유로 그 흔한 복지관하나 없이 내 몰리고 있지 않은가? 사회경험이 많고 충분히 세금 내는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척수장애인들은 사고 이전보다 5배가 넘는 74%가 무직이 되어 잉여인간이 되고 있다.

복지를 비용으로 생각한 예는 또 있다. 지난 2015년 8월 사회보장위원회는 각 지자체 자체 사회보장사업으로 실시하는 5,981개 사업 중 1,496개 사업을 유사·중복 사업이라는 이유로 통폐합하는 계획(총예산 9,997억원)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복지 구조조정’ 방안에는 지자체 자체예산을 통해 시행해 오던 장애인활동지원 추가지원,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지원, 각종 효도·장수수당 등 장애인과 빈곤층을 위한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장애계와 시민사회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홍역을 치렀다.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을 하면 훨씬 더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지게 된다. 복지를 비용이 아니라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대전환이 있어야 더 적극적인 자기개발이 있고 이를 통해 복지예산의 가성비가 향상될 것이다.

복지국가는 생애주기에 걸쳐 아동·청년·여성·노인 등 사람에게 직접 투자하는 각종 복지 제도가 촘촘하게 잘 짜여있다.

결국 사람에 대한 이런 보편적·적극적 투자는 노동력의 질을 높이게 되고, 이렇게 확충된 인적 자본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을 높여 경제를 성장시킨다(이상이의 복지국가강의 중에서). 여기에 장애인이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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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찬우 (elvis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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