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서울맹학교 고등부 2학년에 재학 중인 17세 전맹 시각장애인이다. 성남시 태평역 근처에 살고 있으며, 주중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는 시각장애인 콜택시인 생활이동지원센터의 차량을 이용하거나 지하철을 이용하여 집으로 간다. A군은 학교 성적이 매우 우수하고 지적이며 성격은 매우 쾌활하고 침착한 편이며. 흰지팡이를 사용하면 독립보행이 가능하다.

지난달 15일 금요일 A군은 집으로 가기 위해 성남시 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에 전화하여 수업을 마치는 시간인 3시 40분에 맞추어 학교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예약을 했다. 그런데 종례시간이 길어져서 3시 45분에 마쳤다. 예약시간이 5분 늦어서 탑승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37세)는 입사한 지 6개월 된 사람이다. 운전기사는 A군이 차에 오르고 출발 후 얼마 되지 않아 A군을 목적지에 데려다 주고 나면 6시 정시에 퇴근하기가 힘들다며 투덜거렸다. 평소 같으면 흰지팡이를 가지고 왔을 것인데, 학교에서 집에까지 바로 콜택시를 이용하므로 필요 없을 것 같아 흰지팡이를 학교에 그냥 두고 왔다.

A군은 기사에게 학교 앞 100미터 지점에 편의점이 있으니 좀 들렀다 가도록 해 달라고 말하고, 성남시 수정구까지 가려면 1시간 내지 1시간 30분이 걸릴 것이므로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청와대 후문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자하문 터널을 지나 내부순환도로를 이용하여 가 달라고 운행 노선을 설명했다.

기사는 학교 앞 편의점에 차를 대기 어려우니 성남에 도착하여 편의점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당장 필요한 물과 같은 물품의 구입을 집에 도착하기까지 참으라는 말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5분 늦게 탄 죄로 토를 달지 않았다.

전맹이라 세상이 모두 암흑천지인 A군은 모든 감각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해야 하므로 항상 긴장하여 집중해야 하는데, 좌회전을 하고 터널로 들어가면 자동차소음 소리가 달리 들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기사에게 현재 위치가 어디냐, 내부순환도로로 가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기사는 시간이 충분한 데에도 조급증을 내며 운전을 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늘의 마지막 임무를 빨리 처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A군은 그런 입장이라면 더구나 내부순환도로를 타야 하는데 싶어서 현재 위치가 어디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기사는 이 지역의 길을 잘 몰라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간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이 주문한 노선과 다르면 잠시 차를 정차시킨 후 재조정을 하여 가면 될 일이다. 이미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다른 길로 왔으니 기사가 알아서 가겠다는 뜻이었다.

A군이 “제가 말한 대로 갔으면 했는데요.”라고 말하자, 기사는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가자고 했다. A군은 “아, 네”하고 또 자신의 뜻을 꺾었다. 광화문 일대에 집회가 있는지 길이 막히자 A군은 “제가 말한 길로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요.”라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기사는 나보고 지금 불법 유턴을 하라는 말이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A군은 “제가 시각장애인인데 여기가 불법유턴 위치인지 어떻게 알겠어요?”라고 말하자, 늦게 탑승한 놈이 말이 많다고 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노선으로 가자고 하니 그러자고 해 놓고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것이다.

기사는 화를 내더니 “나도 퇴근을 해야 하지 않느냐. ㅈ 같은 놈아. 이 개새끼야. 씨발. 어린놈의 새끼가 ㅈ나 싸가지 없어”라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A군은 반말을 넘어 욕까지 하시느냐고 말하고 개새끼면 우리 부모를 개라고 하는 뜻이 아니냐며, 씨발은 얼마나 나쁜 뜻인지 인터넷을 찾아본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인터넷에는 개새끼는 비하하는 말로 ‘니 애미 씨발’(엄마와 성관계를 한 사람)에서 유래하였다고 나와 있음). 기사는 블랙박스를 꺼 버리고 몇 분 동안 따발총처럼 욕을 해 댔다.

계속되는 기사의 폭언에 A군은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손이 떨리고 가슴이 답답해오며 구역질까지 나서 참기가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부당하게 당한 것이 억울하다며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차근차근 따졌다.

기사는 차에서 떨구어버리겠다며 차를 세우고 “가!”라고 했다. 낙원상가 앞 사거리 신호등에 걸려 정차한 것이지만, 가라고 하니 내리라고 정차한 것으로 생각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 위치는 도로 중앙이었다. 지나가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A군의 옆을 스쳐지나가자 생명을 위협을 절감했다.

기사가 급히 따라 내리며 “지금 도로 중앙이라 내가 위험하다. 얼른 타라. 너도 위험하겠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A군을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A군은 좁은 차 안에서 고함소리를 들으니 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계속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안전한 위치에 하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기사는 A군이 장애인이고, 학생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집요하게 내려달라고 하자, ‘미안하다’며 달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는 계속 달렸다. A군은 이건 납치라며 내려 달라는 말을 골백번 말하였다. 안전한 위치를 찾지 못하면 아무 곳이라도 좋으니 내려달라고 했다.

대한민국 착한 행인이나 경찰의 도움으로 지하철을 찾아 집에 갈 수 있으며 밤늦게 도착하더라도 좁은 공간에 감금된 불안한 것보다 났다며 제발 내려달라고 했다. 수치심과 경멸감을 느끼며 잠시라도 기사와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었다.

A군은 결국 약수역 전방 200미터 지점에 하차하여 112로 전화하여 경찰의 도움으로 지하철로 가서 엄마에게 전화를 하여 수서역까지 마중 나와 줄 것을 부탁하고 허공을 더듬고 벽을 더듬어 집으로 향했다. 우주 공간 암흑 속에 그냥 홀로 버려진 공포가 밀려왔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수서역에서 A군의 엄마가 지하철 플랫폼에서 대기하다가 A군을 발견하여 손을 잡아 하차를 시킬 때에는 A군은 물에 젖은 휴지처럼 힘이 없이 곳 쓰러질 것 같았고, 온몸이 땀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A군의 엄마는 콜센터를 찾아가 A군과 기사의 녹음내용을 들려주었다. A군은 시각장애인이라 평소 녹음하는 습관이 있기도 하고, 기사의 부당한 처우에 녹음을 해 두었던 것이다.

A군의 엄마가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센터 국장은 "누가 봐도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기사분도 팔에 장애가 조금 있고 감정적으로도 장애가 있으니 처벌하는 것보다 다시 기회를 좀 주는 것이 어떠냐"고 설득했다.

차에 감금되어 언어폭력을 당하고, 감금상태에서 계속 주행을 하여 극도로 불안과 폐쇄공포증을 느낀 A군은 ‘잠시 트라우마 쇼크가 있겠지!’ 하고 엄마는 걱정했었는데, 하루 지나 더 심해지고 하루 지나 더 심해지더니 불면증, 경련이 심해져갔다.

사람들은 위급상황에서 당황하여 그 자리에서 이성을 잃는 사람이 있고, 위급상황에서는 침착하면서 위기상황이 종료되면 사후에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처음 정신과를 찾아 검사를 할 때에 의사가 자살 충동이 있느냐고 물었다. A군은 “그것 어리석은 생각이지요.”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1주일 정도 지나자 찻소리, 바람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고 환청, 환각현상을 보이더니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장소로 가기도 하고, 잔디를 뽑아 입에 넣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내가 왜 이러지?”하면서 진정되기도 하였다.

눈을 대신하던 모든 감각이 너무나 예민해져 경기가 샘해지고 극히 불안하여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여 학교 수업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 이중인격이 한 몸에 존재하여 아기소리(퇴행성)와 자신의 소리를 내기도 하고, 5분은 또 다른 인격이 자신을 통제하고, 3분은 원래의 자신이 통제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입원실에서도 약기운만 떨어지면 돌발행동을 하고, 정신이 진정되면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심각한 공황, 망상, 강박, 환각과 환청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정신과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A군이 시각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심각하게 정신적 이상현상을 나타내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30분의 감금과 폭언에 이렇게 정신이 붕괴될 수 있을까 아무도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입장이 되면 폐쇄된 공간의 폭언 후 생소한 공간에 버려지는 것은 목숨의 위험을 장시간 받아 그럴 수 있다.

현재 경찰은 운전기사를 감금죄로 검찰에 송치하였고, 센터는 권고사직을 시켰다. 그리고 A군은 정신과 병동에 입원을 하였다. 지금으로서는 치료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으며, 공부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공부를 포기하여야 할 입장이 되었다.

이런 경우 감금죄만이 아니라 언어폭력에 장애인 학대, 모욕죄, 명예훼손죄, 정신적 상해죄, 업무과실 등 법이 적용 가능한 모든 죄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운전기사가 형사적 처벌을 받는다고 하여도 앞으로의 병원비를 포함하여 피해에 대하여 아무도 책임질 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