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농아방송 이재란 앵커입니다.

경북 포항에는 특별한 식당이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영하는 국내 최초 농인 레스토랑인데요. 바로 농인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수화식당(signing restaurant)‘입니다.

가게 내부는 여느 레스토랑 못지 않게 1,2층 모두 멋스럽게 꾸며져 있습니다. 특히 높은 층고와 통유리로 인테리어 되어 있어 웅장하면서도 탁 트인 개방감을 즐길 수 있고, 레스토랑 한쪽 벽면 모니터에서는 수어 영상이 마치 영화 상영을 하듯 반복 재생되고 있습니다. 주문시 수어를 몰라도 반복 재생되는 영상을 보고 따라할 수 있게 말입니다.

직원은 농인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닙니다. 외국인과 발달장애인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수어를 썩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수어를 배우고 농인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즉 농인과 소통이 어려워 일하지 못한다는 것은 편견일 뿐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농인 직원들은 진동벨을 두르고 다닙니다. 손님들이 호출 버튼을 누르면 진동벨이 울리는 동시에 테이블 번호가 나오는 식인데요. 이렇듯 수화식당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외국인까지 서로에 대한 편견 없이 진심을 나누며 즐겁게 일하고 있는 곳입니다.

메뉴도 다양합니다. 비빔밥, 제육덮밥, 바지락칼국수 등 한식부터 파스타, 필라프, 피자까지 원하는 대로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또 수어로 적힌 메뉴판을 보고, 메뉴를 수어로 주문하면 할인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수화식당의 운영자는 누구일까요? 안후락 목사(농인)와 부인 김소향 씨입니다. 부부는 2017년 한숲농아인교회를 개척한 후 작은 한식당 ‘한숲맛이야기’ 를 오픈했고,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20년 6월 3일 농아인의 날에 ‘수화식당’으로 이름을 바꿔 2호점까지 오픈한 것입니다.

현재는 ㈜한숲푸드라는 회사까지 설립해 한식당에 이어 반찬가게, 도시락 배달, 출장 뷔페, 행사·연회 등에 음식을 공급하는 케이터링(catering)까지 운영 중에 있습니다.

부인 김 씨는 예전에 농인의 취업을 돕는 수어통역사로 활동을 했다고 하는데요. 농인의 면접 통역을 하며 거듭 고배를 마시는 농인들을 그냥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농인들이 손재주가 뛰어나 요리를 잘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농인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자립을 돕기 위해 요식업을 창업 아이템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합니다.

사실 한국어가 아닌 한국수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은 청인이 대다수인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의사소통의 문제로 취업뿐만 아니라 사업도 개시하기 어려운 상황을 비일비재하게 맞딱뜨리게 되는데요. 수화식당과 같은 모범 사례를 통해 농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고 그 일을 통한 보람을 느끼며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도래하면 좋겠습니다.

수화식당

위치: 경북 포항시 북구 불종로 67-4 1층

전화번호: 0507-1494-2246

수어뉴스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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