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인권기반 작업치료 실천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 장영재 변호사. ⓒ에이블뉴스

“정신의료기관의 작업치료 오용으로 정신장애인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어 방지하기 위해 정신보건법과 정신요양시설 설치운영 규칙 개정이 필요하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 장영재 변호사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인권기반 작업치료 실천을 위한 토론회'에서 “일부 정신의료기관에서 작업치료를 노동력 착취와 운영비 절감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며 이 같이 제언했다.

작업치료는 신체적·정신적 발달과정에서 어떤 이유로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의미 있는 치료적 활동을 행해 개인이 최대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고 능동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보건의료의 한 전문분야다.

장 변호사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상대로 작업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대상자 본인의 신청이나 동의, 정신과 전문의의 지시, 정신과 전문의의 지도를 받은 정신보건전문요원 또는 작업치료사에 의한 실시, 작업에 따른 수입 배분 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일부 정신의료기관들이 이 요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지키지 않아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A정신의료기관은 배식과 청소 등 기본 역무를 정신장애인 환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면서 자발적 봉사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정신장애인 환자에게 청소와 배식을 시켰고, B정신의료기관은 정신과 전문의의 지시 없이 병당마다 2명씩 청소도우미를 지정해 복도와 화장실 청소를 전담시킨 뒤 매월 5만원씩 지급했다.

C정신의료기관은 이사장의 조카가 운영하는 과수원에 투입시켜 작업치료 명목으로 사과 따기 등 작업을 시킨 후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1500원 가량의 시급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도 정신장애인의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A정신의료기관의 사례에 대해서는 "할 수밖에 없는 일을 누군가 자의로 하는 것은 순수한 자발적 봉사활동이라 할 수 없고 이러한 활동이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정신과 전문의의 지시와 작업치료 지침에 따른 치료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을 강요한 것", C정신의료기관의 사례에 대해서는 "작업치료 환자들이 과수원에서 한 역할과 업무를 보았을 때, 이 사건은 작업치료 목적이라고 볼 수 없고 병원 이사장의 조카가 임차해 운영하는 과수원에 작업치료 명목으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데 이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김순득 씨가 경험하고 본 작업치료 시 인권침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토론자로 나선 정신장애인 당사자 김순득씨는 "(작업치료라는 명목으로) 언젠가 수수깡을 포장하는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작업해서 생산해낸 상품의 총 개수를 금액으로 환산해 수입으로 나눠 갖는 공동작업 이었는데, 당시 한 달 동안 일을 하고 몇 천원을 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실제로 이 일(작업치료)이 치료와 재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2007년 여성정신장애인 당사자 4명이 직업재활치료라는 명목으로 일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노인들의 수발을 들거나 식사준비, 청소를 하면서 월 10만원 안 밖의 대가를 받았다"면서 "아침밥은 거르는 것은 예사였고 저녁에는 지쳐 초주검이 돼 골아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건 (작업치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장 변호사는 "정신보건법 시행규칙과 정신요양시설 운영설치 규칙은 작업으로 얻은 수입을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작업치료지침은 임금지급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면서 "작업치료지침 상의 급여와 관련된 규정을 복지부령에 부합하도록 개정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신의료기관은 의료기관에 해당하고 작업치료는 의료행위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작업치료에 있어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인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작업치료에 대한 동의에 앞서 의사의 설명의무가 명문화 되도록 정신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이미현 팀장이 "본인이 하는 작업요법이 치료가 아닌 학대일 때 신고할 수 있도록 방법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특히 장 변호사는 "정신보건법 시행규칙은 정신보건전문요원과 작업치료사가 작업치료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정신요양시설 설치운영 규칙은 정신보건전문요원,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작업치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작업치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자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이미현 팀장은 "당사자 동의 없이 이뤄지는 노동 강요, 작업치료나 훈련의 내용으로 볼 수 없는 작업을 시키는 행위, 전문가의 판단이나 지시, 계획 없이 이뤄지는 작업은 노동력 착취로 봐야한다. 하지만 정신의료기관 안에 있는 사람은 이러한 문제 상황을 알리기 쉽지 않다"면서 "본인이 하는 작업요법이 치료가 아닌 학대일 때 신고할 수 있도록 방법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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