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시험관과 함께 운전을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단안장애인이 제1종 보통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언제 열리는 건가요. 지난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언론보도를 들었을 때 기대감이 컸는데,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네요. 운전직종의 일자리가 나오면 자격이 안돼서 지원조차 포기해야 해요. 답답합니다.”

충청북도 청원군에 거주하는 단안장애인 홍모씨(58, 시각6급)는 1종 보통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정적 일자리를 찾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쪽 시력을 잃은 홍씨는 시골의 일손이 부족하면 가서 일을 해주고 돈을 받던가, 노가다(막일)를 해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받는 돈은 월평균 70~80만원 남짓.

그 동안 운전 직종의 일을 하려 했지만 30년 전 취득한 2종 보통운전면허로는 역부족이었다.

15인승 이상의 승합차를 운전할 수 있는 1종 보통운전면허가 있어야 했다. 막상 괜찮은 일자리가 나와도 지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해 퇴짜를 맞는 일이 허다했다.

특히 10여년전부터 단안장애인도 1종 보통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홍씨 “아직까지 (단안장애인이 1종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게)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단안장애인은 1종 보통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듣던 중 지난해 12월 언론을 통해 희망적이 소식을 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청에 더 이상 시각장애가 진행되지 않는 단안 장애인에 한해 1종 보통면허를 취득하도록 권고한 것에 대해 경찰청이 권고를 일부 수용,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홍씨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현재 단안 장애인의 제1종 보통면허 취득을 위한 제도 개선 시기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경찰청이 단안 장애인의 제1종 보통면허 취득과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기는 하나 '도로교통법 개정' 없인 역부족이다.

현재 도로교통법은 단안 시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2종 보통운전면허만 허용하고 있어 사업용 차량이나 대형차량을 운전할 수 없는 등 직업선택이나 업무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2013년 8월 단안 시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1종 대형면허, 특수면허를 제외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운전면허의 결격범위를 완화한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 했지만 제19대 국회가 오는 5월 29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폐기 단계에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안 장애인의 제1종 보통운전면허 취득에 대한 내부검토는 마쳤다. 시행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9대 국회에서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통과가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20대 국회가 구성되면 해당 상임위(안전행정위원회) 위원을 찾아가 개정안을 전달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씨는 “1종 보통운전면허를 취득하면 15인승 이상의 승합차를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소득도 지금보다 2배가량 높아진다”면서 “제도개선이 빨리 이뤄져 저 같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생활에 많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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