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정신장애인을 위한 ‘정신장애인복지법’이 국회 상임위 탁자에 올랐지만, 여야 의원들은 “중복된다”, “명확치 않다” 별도의 법 제정에 대해서 의문점을 드러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30일 복지위 회의실에서 ‘정신장애인 복지지원 등에 관한 법률’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

현재 정신장애인들은 사회적인 낙인과 편견으로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 비해 교육, 취업, 문화생활 등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행 장애인 관련법은 신체적 장애인 위주의 지원과 보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신보건법의 경우 병원 입원과 치료 등 의료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지원과 권리보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지난 7월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정신장애인 복지지원에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으며, 이 법안에는 5년마다 정신장애인지원종합계획 수립, 복지서비스 개발, 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 설치 등이 담겨있다.

진술인으로 나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 정신보건센터협회 전준희 수석 부회장.ⓒ에이블뉴스

■“정신장애인복지법 제정 필요”=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진술인들은 현재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정신장애인의 현실을 지적하며,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법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는 “현재 정신보건법 체계는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비롯한 인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사자들은 인권침해를 당해도 1순위가 정신병원 입소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맛봤고 증상이 없어진 뒤에도 치료과정에서 인권침해, 퇴원 후 일반사회에서 배제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현재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과 비교할 때 차이가 너무 심하다. 현재의 정신보건법은 환자들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치료시키는 목적만 갖고 있다”며 “지역에서 정신장애인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는 정신장애인복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최근 발생한 ‘마포구 정신장애인 사망사건’ 사례를 통해 정신장애인 복지지원의 필요성을 설득시켰다.

염 변호사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 정신장애인이 집에서 굶어죽었다. 그러나 구청에선 최선을 다해 복지 지원을 했다며, 정신장애인 가정의 경우 원칙적으로 정신보건센터의 소관임을 강조하며 떠넘기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며 “사회가 새겨놓은 정신장애인이라는 주홍글씨는 너무도 강력해서 의사결정권도 박탈당하고 강제입원을 당해도 어쩔 수가 없다는 결론에 쉽게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에 따르면 기존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정신장애인을 담아내지 못하는 실정.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의하면 정신질환이 있는 정신장애인도 분명 장애인으로 포함된 반면, 제15조에는 정신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몇 개의 조항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제외되는 내용은 장애인복지시설에서의 주거편의‧상담‧치료‧훈련 등의 서비스 등이다. 장애인복지관의 이용 등 각종 서비스로부터 제외된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염 변호사는 “정신보건법은 병원 입원과 치료 등 의료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사회적 통합을 위한 지원과 권리보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살 수 있도록 재활, 고용, 평생교육, 거주시설, 돌봄 등의 복지서비스 등을 규정한 정신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신보건센터협회 전준희 수석부회장은 “정신장애인분들이 처한 현실은 동의한다”면서도 별도의 법안 제정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표했다.

전 수석부회장은 “정신장애인복지법은 중증정신장애인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좋은 의도 있는 법안”이라면서도 “기존의 정신장애인 서비스 전달체계의 중복을 가져오는 법안이다. 기존의 정신보건센터, 사회복귀시설의 기능과 중복됨으로 인한 혼란과 재정적 손실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미 정신보건법에서 5년에 한번 정신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고 장애인복지법상 실태조사에서도 정신장애인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보완하면 된다”며 “미 정신보건법도 특별법의 특성을 갖고 있어 부족한 점이 많다.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고 정신보건법을 개정 보완하는 방향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30일 복지위 회의실에서 ‘정신장애인 복지지원 등에 관한 법률’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복지 필요성 동의, 법 제정 ‘글쎄’=복지위 여야 의원들은 정신장애인의 복지 필요성과 취지는 동의하지만, 별도법 제정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발달장애인법도 3년에 걸쳐 진통 끝에 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걸림돌은 발달장애인법 이후에 또 장애유형별로 별도의 법을 만들어야 하느냐에 대한 우려점”이었다며 “법안을 보면 장애인복지법 내용이 다 들어와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요구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의원은 “장애인종합복지관에도 정신장애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이 있다. 법과 제도상에서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법에 들어왔는데 운영주체인 민간에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안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신보건법과 겹치는 문제들에 대해서 정리해서 명확한 제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정신장애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치료를 잘 받아서 정상생활 가능한 상태에서 생활시설, 복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복지와 의료 시스템 연계는 중요하다"며 "기존 정신보건법과 방해하지 않고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체계를 갖춰야 수평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정신장애인복지법 제정과 관련해서 내용과 취지는 동의를 하는데 법 체계상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별도의 법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선 의심을 하고 있다”며 “꼭 법을 제정해야 하는지, 다른 법속에서 집어넣는 부분으로 달성하면 되는 것인지 의견을 묻고 싶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물음표’ 질의가 이어지자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은 복지부 양성일 장애인정책국장에게 “기존의 법들과 중복된다고 하는데 제정법 취지에 맞는 체계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양 국장 또한 “건강정책국과 협의해서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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