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중랑구 묵제1동 제4투표소인 원묵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신세계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현식 소장.ⓒ에이블뉴스

“글쎄요, 장애인 비례대표와 공약이 없는 상황에서 투표를 마치니 그리 즐겁지 만은 않습니다”

제20대 총선 투표 당일인 13일 서울 중랑구 묵제1동 제4투표소인 원묵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신세계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현식 소장(만49세, 지체3급)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장애인 정치세력화에 기대가 컸던 만큼 장애인계 인사의 국회 진출을 기대했지만, 각 정당의 비례대표 안정권에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이 증발한 것만 같아 답답하다는 최 소장.

“아무래도 비례대표에 대한 기대치가 컸죠. 누구누구 나갈 거라는 말도 많았는데 한명도 되지 않아 정말 실망도 크고요. 신체만 장애가 아닌, 장애계에서 활동하시고, 인식까지 장애인인 그런 분이 되길 바랐죠. 그랬다면 뽑기 쉬웠을 텐데요.”

이날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최 소장은 투표 안내원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경사로가 있는 뒤쪽 문으로 투표소에 접근했다. 턱도 없었고, 전동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만큼 폭도 넓었다. “오늘 투표는 아주 만족이네요.”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중랑구 지역 장애인 8명과 자원봉사 1명 등 총 9명이 모여 최근 중랑구 지역 투표소 89개소의 모니터링을 실시했던 바다. 접근성이 좋은지, 경사로가 있는지 등 편의를 중점적으로 점검한 결과 10% 정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13일 서울 중랑구 묵제1동 제4투표소인 원묵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신세계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현식 소장.ⓒ에이블뉴스

“이번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많이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가끔 지하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있었는데 올해는 대체적으로 만족했어요. 경로당이나 오래된 학교의 경우 문이 좁아서 휠체어 접근이 애매했지만, 내년 대선 때는 정식적으로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고요.”

총선 하루 전날인 지난 12일 2016총선장애인연대가 실시한 주요 4개 정당의 장애인 관련 관련이 ‘미흡’ 평가 결과가 언론에 노출됐다.

새누리당의 경우 향후 실시 예정인 내용을 공약화해 59.8점, 구체성이 부족했던 더불어민주당 59.1점, 전반적으로 미흡 평가를 받은 국민의당 55.9점.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60점미만의 낙제점을 받았다. 이 같은 장애인 공약을 샅샅이 살펴봤다면 그리 유쾌한 투표는 아닐 터.

“공약이요? 장애에 대한 부분이 있었으면 훨씬 뽑기 좋았을 텐데..그나마 복지에 치중한 후보를 뽑았습니다. 장애인 복지 발전을 위해서는 예산이 있어야 하는데 복지부에서도 인지는 하고 있지만, 예산을 따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짠’하고 나타나 장애인 예산을 확 늘려줄 그런 인재가 있었으면 하죠(웃음).”

항상 투표를 해왔다던 최 소장은 이날 투표를 마친 후 “내년 대선 장애인 공약을 기다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활동지원제도 24시간부터 장애인 소득보장까지.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가진 대통령 후보에게 한 표 선사하겠다는 목표다.

“장애인들도 소중한 국가의 자산이지 않습니까? 예산을 늘려 복지에 혜택을 높인다면 장애인들도 스티븐 호킹 같은 위대한 과학자도 탄생하지 않을까 합니다. 수급권이 박탈된다는 이유로 일을 못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많은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그런 복지, 그런 후보를 1년간 기다리려고요.”

투표 안내원에 따라 경사로가 있는 뒤쪽문을 통해 투표소로 접근하는 최현식 소장.ⓒ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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